위기의 인텔, 반도체 위탁 생산으로 돌파구 찾나?
[IT동아 남시현 기자] 인텔이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3월 24일(현지 시각) 새벽, 인텔은 ‘인텔 언리쉬:미래를 설계하다’ 행사를 통해 인텔의 새로운 종합 반도체 업체(Intergrated Device Manufacture, IDM) 모델인 ‘IDM 2.0’을 발표했다. IDM 2.0은 지난 2월 15일 취임한 펫 겔싱어(Pat Gelsinger) CEO의 첫 행보로, 지난 몇년 간 대내외적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텔, IDM 2.0으로 파운드리 진출 선언
IDM 2.0의 핵심은 반도체 위탁 생산의 시작이다.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생산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 및 판매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반도체를 수탁생산 하는 파운드리(Foundry), 그리고 반도체 생산공장과 설계를 모두 전담하는 종합반도체(IDM)로 나뉜다. 인텔은 지난 50여 년 간 IDM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으로 군림해왔지만, 지난 몇 년 간 7nm 공정 미세화에 어려움을 겪음과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산업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은 고착화된 현 상황을 환기하기 위해 올해 중 미국 애리조나 주 오코틸로 캠퍼스에 200억 달러(22조 원)를 투자해 2개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착공하며, 이를 관리하는 독립적인 파운드리 사업부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를 설립한다. 겔싱어 CEO는 “인텔은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반도체 및 플랫폼, 패키징, 제조 과정을 갖춘 유일한 기업”이라며, “IDM 2.0은 인텔이 경쟁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서 최상의 방법을 통한 최고의 제품을 설계하고 제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텔이 발표한 IDM 2.0의 세 가지 요소는 △ 대규모 제조를 가능하게 하는 인텔의 글로벌 내부 제조시설 네트워크 △외부 파운드리 역량 확대 △세계적 수준의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구축이다. 인텔은 유연한 공급 복원력과 기술력을 통해 대부분의 제품을 내부에서 제조하고,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하는 등 올해 2분기에 7나노 기반 CPU(메테오 레이크) 제작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통신 및 연결성, 그래픽 칩셋 등을 제조하는 외부 파운드리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제품이 유연하고 확장성 있는 ‘타일’의 형태로 제공해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한편, 제품 생산 이외에도 향후 제품 로드맵에 관한 설명도 포함됐다. 겔싱어 CEO는 올해 3분기에는 대다수 제품이 10나노 슈퍼핀 공정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며, 2주 안에 ‘아이스레이크’ 기반의 3세대 제온(Xeon) 확장형 프로세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인텔의 데이터 센터용 CPU인 사파이어 래피드는 시험 단계에 돌입해 2022년 상반기면 생산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023년에는 7nm 기반의 소비자용 프로세서인 메테오 레이크와 데이터센터용 그라나이트 래피드 프로세서가 제작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회심의 카드 꺼내든 인텔, 승부수 통할까
인텔이 대규모 체질 개선을 자구책으로 들고나왔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미 TSMC와 삼성전자가 5nm 공정을 도입한 다음 3nm 경쟁에 진입한 상황에서, 인텔은 여전히 7nm 공정으로의 진입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TSMC는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2021년 설비 투자에 250억~280억 달러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텔보다도 50~80억 달러나 많고, 삼성과 비교해도 세배에 가까운 투자 금액이다.
현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인텔이 얼마나 선방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인텔은 2025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이 보수적으로 접근해도 1,000억 달러 상당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보고 있는데, 이 말대로라면 TSMC와 삼성전자와 직접 경쟁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장이 될 것이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연구, 개발에 혜택을 주는 법안에 370억 달러의 예산을 확보할 예정인 점도 인텔에게는 호재다. 미래먹거리를 위한 인텔의 베팅이 적중할지 두고 볼 일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