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30만 원대 '홍미노트 10 프로' 공개··· 가성비 전략으로 승부수
[IT동아 남시현 기자] LG전자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다. 이미 지난 3월 17일,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보급형 제품인 갤럭시 A52·A52 5G·A72를 ‘갤럭시 어썸 언팩’으로 공개하면서 보급형 시장 선점에 나섰고, 그다음 주자로 나선 선수가 샤오미다. 샤오미는 3월 2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샤오미 홍미노트 10 프로(Redmi note 10 Pro, 이하 홍미노트 10 프로), 샤오미 홍미노트 10(Redmi Note 10, 이하 홍미노트 10)을 공개했다. 샤오미 노트 시리즈는 샤오미 미 시리즈와 함께 중간 라인업을 차지하는 제품이지만, 가격대가 30만 원대 내외여서 국내 시장에서는 보급형 제품으로 인식된다.
샤오미는 2017년 이후 꾸준히 국내 시장에 자급제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만큼 전망이 밝은 적이 없었다. 샤오미의 강력한 경쟁자인 화웨이가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8%로 내려앉으면서 실각했고, 화웨이에서 분리된 아너, 오포, 원플러스 등 쟁쟁한 경쟁자는 국내 시장에 진출조차 못하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국내 보급형 시장을 차지하고 있던 LG전자마저 부재하게 되면서 샤오미에게 기회가 돌아온 것이다.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국계 기업이라는 인식이 크지만,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과 비슷한 가격대에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점으로 승부수를 두고 있다.
1억 800만 화소 카메라&120Hz OLED 앞세운 샤오미 10 프로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가 발표한 2020년 4분기 스마트폰 점유율에 따르면, 샤오미는 지난해 4분기에만 31% 성장을 기록해 전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등극했다. 표면적으로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그대로 흡수했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중국 및 인도, 동남아 시장에서 먹힐 정도의 가격대비 성능비를 갖추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샤오미 10 프로가 기대를 모은 이유다.
홍미노트 10 프로의 핵심은 6.67인치 2,400x1,080 FHD+ 해상도 AMOLED 디스플레이와 1억 800만 화소 쿼드 카메라다. 디스플레이는 최대 1,200니트 밝기와 DCI-P3 색재현력을 지원하고, HDR 10을 지원해 HDR 영상 감상에도 대응한다. 특히 120Hz 재생률을 지원해 화상의 흐름이 부드럽게 전환되며, 240Hz 터치 샘플링 레이트를 제공해 터치 인식도 한층 빨라졌다. 보급형 제품이지만 디스플레이 해상도나 색재현력, 주사율은 삼성 갤럭시 S21과 비슷한 수준이다.
카메라는 1억 800만 화소 f/1.9 밝기의 메인 카메라와 800만 화소 f/2.2 초광각 카메라, 500만 화소 f/2.4 망원 카메라, 200만 화소 f/2.4 심도 센서 4개의 후면 카메라, 1,600만 화소 f/2.45 전면 카메라로 구성돼있다. 후면 카메라 중 초광각과 망원, 심도 센서의 성능은 타사 보급형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메인 카메라만큼은 갤럭시 S21 울트라와 성능이 비슷하다. 메인 카메라는 일반 스마트폰 메인 카메라보다 큰 1/1.52” 센서를 탑재했고, 저조도 상황에서 9개 픽셀을 하나로 작동하게 해 고감도 성능을 발휘하는 9-in-1 기술도 적용됐다. 다만 동영상은 4K 30p / FHD 30/60p를 지원해 보급형 수준의 성능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스냅드래곤 732G를 탑재해 캐주얼 게임이나 일상 활용도로는 충분한 성능을 보이고, 메모리는 64GB 모델이 6GB, 128GB 제품이 6GB 및 8GB로 선택할 수 있다. 저장공간은 UFS 2.2 스토리지를 지원해 최대 512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방수 등급은 IP53으로 낮은 편이고, 배터리는 5,020mAh에 33W 고속 충전을 지원해 30분 안에 59%까지 충전할 수 있다.
20만 원에 꽉 채운 스펙.. 홍미노트 10
함께 공개된 홍미노트 10도 보급형 제품이지만 AMOLED 디스플레이와 4,800만 화소 쿼드 카메라를 탑재한다. 홍미노트 10은 6.43인치 2,400x1,080 해상도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며, 1,100니트 밝기와 DCI-P3 색재현력을 지원해 야외에서도 밝고 정확하게 색상을 볼 수 있다. 카메라도 4,800만 화소 f/1.79 메인 카메라를 바탕으로 800만 화소 f/2.2 초광각 카메라와 200만 화소 f/2.4 접사 카메라, 200만 화소 f/2.4 심도 센서를 갖춰 보급형으로는 알찬 구성을 갖추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프로보다는 성능이 낮은 퀄컴 스냅드래곤 678 프로세서를 탑재하며, 64GB 제품이 4GB 메모리를, 128GB 제품이 4·6GB 메모리를 갖추고 있다. 배터리는 5,000mAh 배터리와 33W 고속 충전을 지원해 보급형임에도 사용 시간이 길 것으로 보인다.
출시 가격과 유통 채널도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두 제품 모두 SK텔레콤과 LG 유플러스 온라인 샵에서 구매할 수 있고, SK텔링크와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등 주요 알뜰폰 사업자가 자급제 폰으로 판매한다. 홍미노트 10 프로의 가격은 6GB/128GB 구성이 31만 원대로 판매되며, 홍미노트 10은 21만 원대 후반으로 책정됐다. 출시일은 홍미노트 10이 3월 30일, 홍미노트 10 프로가 4월 9일부터며, 3월 23일부터 29일까지 사전 예약을 받는다.
유연한 가격과 확장된 유통 채널, 관건은 세간의 시각
지난해 샤오미는 처음으로 이동통신사를 통해 홍미노트 9S와 미 10 라이트를 판매했다. 이때 홍미노트 9S는 완판을 기록했지만, 미 10 라이트는 흥행에 실패했다. 미 10 라이트가 실패한 주요 원인으로는 미 10 라이트가 5G 스마트폰이고, 또 5G 스마트폰의 가격대비 성능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저가형·보급형 스마트폰만큼은 저렴하고 성능 좋은 LTE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 출시된 홍미노트 10과 홍미노트 10 프로 모두 5G 버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LTE 버전만 국내 시장에 출시된다.
아울러 외산 스마트폰의 고질적인 단점인 A/S 부분도 개선하고 있다. 샤오미는 국내에서 출시된 스마트폰 혹은 KC 인증을 받은 한국 버전 제품에 대해 국내 23곳의 SK 네트웍스 서비스 지점을 통해 수리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으며, 전국 2만 개의 GS 또는 CU 편의점을 통해 A/S 딜리버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몇 년전 자급제 스마트폰으로 들여올 때와 비교해 훨씬 안정적으로 제품을 쓸 수 있게 됐다.
관건은 세간의 시각이다. 이전까지도 샤오미는 중국산 스마트폰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국내 제조사인 LG 스마트폰의 입지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시장에서 경쟁할만한 제조사는 삼성과 애플뿐이고, 샤오미는 이들이 갖지 못한 가격대비 성능비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만큼은 샤오미가 국내 소비자의 인식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