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는 내년, 롤러블은 안녕··· 과도기 맞이한 스마트폰 폼팩터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삼성전자는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2회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 재무제표 승인 △ 사내/사외이사 선임 △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상정했다. 그런데 이번 주주총회에서 관심도가 집중된 부분은 갤럭시노트 제품 단종 여부에 대한 주주의 질문이었다. 갤럭시 노트는 갤럭시 S 시리즈와 함께 오랫동안 삼성전자의 간판급 스마트폰이지만, 갤럭시 폴드 출시 이후 대화면 라인업이 겹치면서 단종 수순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다.

주주총회에서 고동진 대표이사 사장은 “출시 시기가 늦춰질 수 있지만 노트 고객분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갤럭시 노트 단종설을 일축했다. 이어 “갤노트는 지난 10년간 국내외에서 사랑받아 온 중요한 제품으로 포트폴리오에 있어서도 하이엔드 제품”이라며, “올해는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어 하반기 출시가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출시할 것이라며 제품을 출시할 의사를 밝혔다.

단종설 일축한 삼성전자, 왜 단종설 나왔나?

2011년 처음 출시된 갤럭시 노트. 출처=삼성전자
2011년 처음 출시된 갤럭시 노트. 출처=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단종설이 불거진 이유는 스마트폰의 구조와 형태를 규정하는 폼팩터(Form factor)가 변하고 있어서다. 2010년 3월 삼성전자가 첫 갤럭시 S를 발표할 당시의 화면 크기는 4인치에 불과했고, 2019년 6월 출시된 아이폰 3GS 역시 화면 크기가 3.54인치로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영상 감상이나 문서 작성 등 콘텐츠 작업자들을 중심으로 대화면 스마트폰의 수요가 있었고, 이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화면 크기가 5.29인치에 달하는 갤럭시 노트가 등장하게 됐다.

갤럭시 노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합성어인 ‘패블릿’이라는 단어로 불리며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틈새시장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특히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는 대화면을 추구하는 것과 함께 S펜이라는 스타일러스 펜을 내장하는 방식을 앞세워 구매자층을 확보했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가 화면 크기를 키운 것과 달리,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S펜을 활용한 특유의 활용 방식으로 독자적인 사용자층을 형성할 수 있었다.

삼성-갤럭시 Z 폴드2, 편 상태에서의 화면이 7.6인치에 달한다. 출처=삼성전자
삼성-갤럭시 Z 폴드2, 편 상태에서의 화면이 7.6인치에 달한다. 출처=삼성전자

하지만 2019년 2월, 접이식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가 등장하면서 갤럭시 노트의 위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갤럭시 폴드는 접은 상태에서는 4.6인치 12:9 비율의 소화면이지만, 전체를 폈을 때 7.3인치 7:5 비율의 대화면 디스플레이가 된다. 이는 갤럭시 노트와 비교해 훨씬 크며, 소형 태블릿인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 다음 등장한 갤럭시 Z 폴드2 5G는 전작보다 더 큰 7.6인치 5:4 비율 디스플레이를 갖췄고, 2021년 1월 출시된 갤럭시 S21 울트라가 S펜을 채용하면서 본격적으로 갤럭시 노트 단종설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큰 화면으로는 이미 Z 폴드 시리즈에 밀리고, S펜 사용자는 갤럭시 S21 울트라를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단종설에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않은 점도 논란을 더욱 확산시켰다. 결국 주주총회에 들어서 고동진 사장이 노트 단종설을 일축했지만, 매년 출시되던 것과 달리 내년에 내놓을 것이라는 답을 내놓으면서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입지가 줄어든 것은 확실해졌다. 일단 삼성전자가 단종설을 일축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올 하반기에 갤럭시 노트 대신 갤럭시 S21 FE를 내놓으리라는 전망과 내년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단종설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오르게 될 분위기다.

LG전자의 ‘롤러블 스마트폰’은 어떻게되나?

지난 1월 개최된 CES2021에서 깜짝 모습을 드러낸 LG 롤러블 스마트폰. 출처=LG전자
지난 1월 개최된 CES2021에서 깜짝 모습을 드러낸 LG 롤러블 스마트폰. 출처=LG전자

지난 1월 20일, LG전자 권봉석 대표는 자사 MC(Mobile Communications) 사업부 임직원들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고’ 스마트폰 사업의 지속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전체를 매각하거나, 철수할 수 있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바로 직전 CES2021에서 등장한 LG ‘롤러블’ 스마트폰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영상을 통해 깜짝 공개한 LG 롤러블 스마트폰은 화면이 말렸다가 펴지는 방식으로 구동돼 기존 폴더블과는 완전히 새로룬 모습을 하고 있었다. 현재 폴더블 스마트폰은 두께가 두껍고 무겁지만, 영상에 등장한 롤러블 스마트폰은 접히는 모양이 아니라서 훨씬 미관상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롤러블 스마트폰의 등장 여부는 이제 신기루에 가깝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 상반기 출시를 예고했던 전략 스마트폰 ‘레인보우’를 포함해 스마트폰 전체 라인업의 출시를 중단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또한 MC사업부 인수 대상자로 거론됐던 베트남 빈그룹, 폭스바겐 등과 협상이 원만하지 않았다고 알려지면서 사업을 매각하는 게 아닌 철수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세간의 의견이 맞다면 전략 스마트폰인 ‘레인보우’를 비롯해 ‘롤러블’ 역시 콘셉트만 반짝하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폼팩터 과도기’, 올해 이후 스마트폰 바뀔 듯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올해로 출시 10년차를 맞이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변화하면서 올해는 건너 뛰고 내년에 나온다. 출처=삼성전자
삼성 갤럭시 노트 시리즈가 올해로 출시 10년차를 맞이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변화하면서 올해는 건너 뛰고 내년에 나온다. 출처=삼성전자

IT업계는 특정 기술이 등장하는 시점을 전후로 과도기가 형성된다. 피처폰 역시 터치스크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진화했고, 카메라도 미러가 없는 구조가 등장하면서 DSLR과 미러리스로 재편됐다. 노트북 역시 무선 인터넷을 탑재하면서부터 대중화됐고, 컴퓨터도 SSD가 등장하면서 활용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의 스마트폰이 과도기에 있다.

지금까지 바(Bar)형 스마트폰이 주류였지만, 화상을 접고 펴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결국 바형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키운 갤럭시 노트는 폼팩터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퇴장이라는 분위기고, 롤러블 역시 과도기 시점에서 미리 보는 미래 제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앞으로의 스마트폰이 어떠한 형태로 발전할지는 여전히 확답할 수 없지만, 2021년이 전환점에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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