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방관은 없다? '계정 공유'에 칼 빼든 넷플릭스
[IT동아 남시현 기자]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공개한 OTT 앱 시장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1월 대비 113%의 성장률을 기록해 월간 사용자 수 1천만 명을 달성했다. 이는 국내 OTT앱으로는 처음 달성한 기록이며, 2위인 웨이브(Wavve)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앱을 설치하고 있는 기기 대비 실사용자 수 대비도 넷플릭스가 72.7%를 달성해, 2위인 왓차를 16% 차이로 따돌렸다. 아이지에이웍스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및 제휴 콘텐츠가 흥행을 견인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의 지난해 전 세계 가입자 수는 총 2억 370만 명으로 4분기에만 850만 명 늘어났다. 2017년 3분기에 가입자 수 1억 명을 돌파한 이후 3년여 만의 일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넷플릭스 가입자 수에 중대 변환이 생길지도 모른다. CNBC를 비롯한 주요 외신은 넷플릭스가 가족 이외의 사용자에게 계정을 공유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범 조치에 들어갔으며, 이미 일부 사용자가 계정 공유를 차단하기 위한 이메일 및 텍스트 코드 인증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암묵적으로 용인되어온 계정 공유란 무엇인가?
넷플릭스 요금제는 월 9,500원인 베이식, 12,000원인 스탠다드, 14,500원인 프리미엄으로 구성돼있다. 이중 베이식은 동시 접속 가능한 인원 수가 1명, 스탠다드는 2명, 프리미엄은 4명이다. 구성에 따라 베이식은 HD(1,920x1,080) 및 UHD(3,840x2,160) 해상도가 제공되지 않으며, 스탠다드는 UHD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는다. 프리미엄은 HD와 UHD 해상도를 모두 지원한다.
만약 10년 이상 지난 텔레비전에 넷플릭스를 연결한다면 베이식을 구독해도 무방하나, 2021년 현재의 컴퓨터 및 텔레비전으로 넷플릭스를 시청한다면 최소한 스탠다드나 프리미엄을 구독해야 정상적인 화질로 볼 수 있다. 특히 대형 텔레비전을 활용하는 시청 환경이라면 4K UHD 해상도를 지원해야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프리미엄 요금제의 4인 공유 기능을 활용해 하나의 프리미엄 구독 계정을 4명이 나눠 쓰는 것을 관행처럼 여겨왔다. 이렇게 구독할 경우, 1인 14,500원인 프리미엄 요금을 4인이 각각 월 3,625원만 지불하면 된다.
2019년 넷플릭스 최고 제품 책임자 그렉 피터스(Greg Peters)는 “암호 공유에 대해 계속 주시하고 있다”면서, “소비자 친화적인 방식이 한계를 넘어설지 지켜보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구체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당장 발표할 큰 계획이 없다는 뜻을 덧붙이면서, 당분간은 계정 공유에 대해서는 관망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일부 넷플릭스 이용자가 공유 제한에 관한 메시지를 받으면서 계정 공유에 대한 논쟁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계정 공유와 관련된 내용을 트위터에 게재한 이용자에 따르면 “이 계정의 소유자와 함께 살지 않는 경우 계속 시청하려면 자신의 계정이 필요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며, 계속 진행하려면 이메일 또는 텍스트로 코드를 확인해야 한다고 한다. 해당 테스트는 텔레비전에 국한돼 표시되며, IP 인증 등을 통해 실제로 소유자가 함께 거주하는 지 등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갑자기 나온 조치 아니다··· 충분히 예고된 상황
시장조사기관 파크 어소시에이티드(Parks Associates)에 따르면, 글로벌 OTT 기업들은 2019년에만 계정 공유로 인해 약 91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고, 2024년에는 손실 금액이 125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허브 엔터테인먼트 리서치(Hub Entertainment Research)의 보고서는 소비자의 31%가 자신과 함께 살지 않는 사람에게 OTT TV 서비스를 공유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13~24세 사이 비율이 64%, 35세 이상 소비자는 16%만 공유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프리미엄 사용자 계정 중 31%가 계정 공유를 하고 있다고 볼 때, 전 세계 가입자 수 2억 명 중 2~4천만 명 가까이는 무임승차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린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미 국내에서도 포털 사이트를 통해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서비스 계정을 같이 사용할 ‘파티원’을 모집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OTT 서비스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는 물론, 계정 공유를 직접 주선하는 서비스까지 등장한 상태다. 넷플릭스 측이 가족 공유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긴 하나, 계정 공유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 스타트업이 등장할 정도로 계정 공유가 성행하고 있다.
계정 공유는 양날의 검, 경우의 수는?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제한한다면 현재 계정 공유를 활용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매월 14,500원을 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론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계정 공유를 하지 않고 1인 사용이나 가족 공유를 지치는 사용자에게는 이런 무임승차가 역차별이기도 하며, 향후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계정 공유 제한은 부담스러운 카드다. 계정 공유를 금지한다면 당장의 가입자 및 수익이 늘어날 순 있지만, 이에 대한 반발 작용으로 이용자가 디즈니 플러스나 애플TV+등 경쟁 OTT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다. 2020년 넷플릭스의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250억 달러(약 27조 5,625억 원)며, 영업이익은 76% 증가한 46억 달러(약 5조 715억 원)에 달한다. 특히 2020년을 기점으로 손익분기를 돌파해 외부 자금 조달 없이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넷플릭스가 OTT 업계의 암묵적인 관행이었던 계정 공유의 굴레를 끊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