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는 스마트폰' 가속화되는 폴더블폰, 기업별 동향은?
[IT동아 장현지 기자] 몇 년 전부터, 새로 나오는 스마트폰 소식에 대한 기대가 줄었습니다. 지금 쓰는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 성능, 카메라, 용량 때문입니다. 물론 새로 나온 스마트폰이 조금 더 좋긴 하겠지만, 원하는 기능을 사용하기에는 쓰고 있는 스마트폰도 이미 충분합니다. 이제 스마트폰 성능은 어느정도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기업들은 폼팩터, 즉 스마트폰 형태(모양)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화면 감아 크기를 조절하는 형태인 롤러블, 화면을 두개로 겹친 형태 등 다양한 형태가 나오고 있지만 가장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폴더블 스마트폰(Foldable smartphone)' 입니다. 화면을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뜻합니다. 접을 수 있으니 화면을 넓게 쓰면서도 작게 접어서 보관할 수 있습니다. 휴대성이 좋은 스마트폰과 사용성이 좋은 태블릿의 장점을 모두 가진 형태입니다. 물론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야하니, 일반 막대 바(Bar) 형태의 스마트폰에 비해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하기도 합니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폴더블 스마트폰 제조 및 계획 상황을 살펴볼까요?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 출시로 폴더블폰의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습니다. 폴더블폰은 접는 방식이 다른데, 삼성전자는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가로로 접는 Z플립도 출시했었으나 작년 8월, 언팩 행사에서는 다시 세로로 접는 방식의 갤럭시Z 폴드2를 공개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세 번째 폴더블폰입니다. 갤럭시Z 폴드2는 접었을 땐 6.2인치로 일반 스마트폰과 비슷한 크기지만, 펼쳤을 땐 7.6인치로 태블릿에 가까운 크기가 됩니다.
전작에 비해 화면 크기를 더욱 늘렸습니다. 접는 경첩 부분인 힌지의 기능도 강화했습니다. 특정 각도로 접어 고정하면 자동으로 화면이 나뉘는 '플렉스 모드'를 지원하며, 힌지 불빛을 통해 화면을 열지 않아도 알림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새로운 폴더블폰을 출시할 때마다 크기는 조금씩 더 늘리고, 접은 상태의 화면과 힌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Z 폴드2와 갤럭시Z플립 5G 모델 또한 '갤럭시 투 고(To Go) 서비스'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서비스는 무료로 기기를 3일 간 대여해서 자신의 스마트폰처럼 체험해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작년 9월에 출시된 모델이지만 출시 당시에 폴더블폰은 투 고 서비스에서 제외됐습니다. 최근에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폴더블 시장을 더욱 키우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중 LG전자는 화면을 두 개 겹친 형태의 새로운 폼팩터 스마트폰 LG 윙을 출시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CES 2021을 통해 롤러블폰 출시 계획도 공개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작년 8월에는 자회사인 LG디스플레이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조방법'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 특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판이 구부러지거나 휘어질 때 발생하는 주름을 최소화하는 기술입니다. 폴더블폰 출시 계획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모바일 사업부의 변화로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애플은 폴더블폰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폴더블폰을 준비 중인 정확이 포착됩니다. 2018년 12월 폴더블폰 관련 특허를 공개했고,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애플이 다양한 디스플레이 크기로 폴더블 아이폰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미루어보아 애플 또한 폴더블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IT매체 맥루머스 등 외신에서는 애플이 2023년에 애플펜슬을 지원하는 7.3인치 ~ 7.6인치 OLED 디스플레이 폴더블폰을 공개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공식 입장을 언제쯤 발표할지 주목됩니다.
화웨이는 1세대에서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와 경쟁하며 급히 첫 폴더블폰 메이트X을 출시했습니다. 급했던 탓인지 액정이 훼손되고 힌지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화웨이의 메이트X는 갤럭시 폴드와 반대로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큰 액정이 외부로 노출되어 보호되지 않아 취약점이 된 겁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공개한 세번째 폴더블폰 메이트X2는 전작인 메이트X와 메이트Xs처럼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 방식이 아니라, 갤럭시폴드처럼 안으로 접는 인폴딩 방식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 창업자 로스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웃폴딩 방식이 인폴딩 방식보다 생산원가가 더 비싸다고도 설명했습니다.
IT매체인 나인투파이브구글에 따르면 구글 또한 올해 4분기 경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폴더블폰을 개발 중입니다. 해당 매체는 구글 내부 안드로이드 문서를 확보해, 이를 근거로 구글의 시리즈 스마트폰인 픽셀폰을 폴더블 형태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자부품전문 미디어 디일렉(THE ELEC)에 따르면, 구글이 삼성전자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작을 요청했고, 그 크기가 7.6인치가 될 것이라 전했습니다. 이는 갤러시Z 폴드2의 메인 디스플레이와 동일한 크기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접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계획은 원대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사례도 있습니다. 샤오미는 재작년 9월에 공개했던 '미믹스 알파(Mi Mix Alpha)' 출시를 포기했습니다. 미믹스 알파는 세 면을 모두 화면으로 둘러싼 독자적인 폼팩터를 시도했습니다. 다만 대량 생산하기에 수율이 좋지 않아, 상용화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미믹스 알파가 아닌 새로운 폴더블폰을 시장에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노버 산하 브랜드인 모토로라는 작년 2월 모토 레이저라는 첫 폴더블폰 레이저를 선보였지만,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에 비해 기술적 완성도가 너무 떨어져서 국내 시장 반응은 좋지 못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의 반응은 괜찮은 편이었고, 이 '모토 레이저2' 모델로 추정되는 제품이 중국 정부의 품질 인증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후속작을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폴더블폰은 2019년에는 첫 출현해서 2020년에 다양한 발전을 보였습니다. 2021년에는 비보, OPPO, 구글 등 많은 기업에서 폴더블폰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기업별로 제작 방식이 달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겠습니다. 다만 여전히 접히는 부분의 주름, 내구성, 힌지 안정성, 비교적 높은 출고가 등은 개선해 나가야 할 숙제로 보입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노트북에도 적용되는 중입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의 출현이 IT기기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누가 승자가 될지 기대됩니다.
글 / IT동아 장현지(h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