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앞둔 데스크톱용 11세대 인텔 코어, 주목할 점은?
[IT동아 김영우 기자] 한때 사양세라는 소리를 듣던 PC 시장이 최근 ‘역주행’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PC 출하량은 전년대비 15.7% 증가한 526만대에 이르렀다. 특히 노트북에 밀려 매년 줄기만 하던 데스크톱 PC 출하량이 5.3%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재택근무 및 온라인 수업의 일반화되고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수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예상하지 못한 PC 시장의 르네상스를 맞은 관련 업체들은 신제품을 다수 준비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볼 수 있는 주요 신제품 중 하나가 바로 데스크톱용 11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코드명 ‘로켓레이크(Rocket Lake)’ 시리즈다. 로켓레이크는 이번 1분기 중에 출시될 예정이다. 노트북용 11세대 코어(코드명 타이거레이크)는 올해 초 출시된 바 있다.
데스크톱용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콘텐츠 제작 및 게임 등,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에 두루 쓸 수 있는 제품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키텍처(기본 구동 방식)도 완전히 바꿨다. 지난 10세대 데스크톱 제품까지는 6세대(2015년)부터 이어온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조금씩 개량을 하던 수준이었으나 이번 11세대부터는 신규 ‘사이프레스 코브’ 아키텍처를 적용했다.
다만 노트북용 11세대 코어가 10nm 제조 공정을 적용한 것과 달리 데스크톱용 11세대 코어는 14nm 공정을 유지하고 있다. 노트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력 소모나 발열면에서 덜 민감한 데스크톱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정 수치 향상이 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생산 난이도를 낮추고 비용 상승을 억제한 만큼, 제품의 공급은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건 체감 성능의 향상 여부다. 새로운 아키텍처의 적용으로 인해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IPC(클럭당 처리능력)가 최대 19% 향상되었다고 인텔은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내부 데이터를 한층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PCIe 4.0 기술을 적용했으며, 메모리 속도 역시 DDR4-2933에서 DDR4-3200로 개선했다.
이러한 성능 개선을 통해 더 나은 게임 구동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제품이 나와 봐야 확실한 성능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지난 1월, 인텔은 11세대 코어 i7 8코어 시스템이 AMD의 라이젠9 12코어 시스템보다 더 나은 프레임레이트를 기록한 게임 시연 데모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오버클러킹 기능을 제공, 더 높은 성능을 지향하는 고급 사용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정보도 공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들을 겨냥, 내장 그래픽 기능도 강화했다. 로켓레이크에 탑재된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스 기술은 DP 1.4a 출력을 통해 최대 8K급 초고해상도 영상을 출력할 수 있다. 그리고 HEVC, VP9, SCC, AV1 등의 다양한 코덱을 지원하는 하드웨어 가속 기능을 통해 한층 빠르게 동영상 변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텔 로켓레이크의 출시를 앞두고 관련 하드웨어 시장도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로켓레이크를 위한 새로운 메인보드 칩셋인 인텔 500 시리즈(보급형 H510, 중급형 B560, 고급형 Z590)을 선보인 바 있다. 참고로 기존 코멧레이크(10세대 코어)용 메인보드 중에서도 일부 제품(H470, Z490)은 바이오스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 로켓레이크가 호환된다.
그 외에 로켓레이크 시스템의 성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DDR4-3200 규격 고속 메모리 및 PCIe 4.0 지원 NVMe SSD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래픽카드 역시 지포스 30 시리즈 등의 최신 제품이 잘 어울리긴 하지만 최근 PC 시장의 그래픽카드 품귀 현상 때문에 제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소비자들을 고민에 빠뜨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신제품의 출시와 더불어 지난달 15일 인텔의 새로운 CEO로 취임한 펫 겔싱어(Pat Gelsinger)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10여년간의 인텔은 마케팅 및 재무 전문가 출신의 CEO가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취임한 펫 겔싱어 CEO는 기술을 중시하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40여년 전부터 인텔에서 근무하여 i486, 제온, 코어 등의 개발을 지휘하기도 했다. 신임 CEO의 취임에 즈음해 ‘기술 리더’의 위치를 되찾겠다고 선언한 인텔의 신제품이 PC 시장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주목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