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부터 자율주행 차량까지··· 4차 산업 혁명의 눈 '라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해 3월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4는 총 2개의 카메라와 1개의 센서가 장착돼있다. 이 센서는 특정 공간의 물리적 거리와 위치를 수집해 3D 형태의 데이터 구축에 쓰이는데, 응용에 따라 스포츠·헬스케어·건축·설계·증강현실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자율주행 스타트업 뷰런테크놀로지는 서울-부산 414km 구간을 시속 100Km로 자율주행하는 영상 한 편을 공개했다. 5시간 동안 진행된 자율 주행에는 360도 탐지가 가능한 이 센서 하나만 사용되었으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단일 센서만으로 자율주행 면허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센서의 정체는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로, 고출력의 펄스 레이저를 발사하고, 물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레이저의 시간을 측정해 거리 정보를 획득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항공·우주, 대기·지형 분석 등 한정된 분야에서만 이용돼왔으나,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과 증강현실 기술이 대두됨에 따라 보다 대중적인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롭먼트(Yole Développement)는 2018년 자동차 및 일반 산업용 라이다 시장은 13억 달러 규모지만, 2024년이 되면 자율주행용 센서 규모가 28억 달러, ADAS 시장이 14억 달러, 토포그래피(단층 촬영)와 산업용 센서가 각각 12억 및 4.3억 달러로 총 6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기상 측정부터 달 탐사까지··· 라이다의 시작과 현재
라이다는 1930년대 아일랜드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허친슨 신지(Edward Hutchinson Synge) 가 고안한 개념이다. 그는 강력한 탐조등인 서치라이트를 이용해 대기를 조사하는 방식을 구상했는데, 1960년에 들어서 휴즈 항공산업이 이 방식의 대기 측정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산업 현장에 등장한다. 첫 응용 분야는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가 구름과 오염 정도를 측정하는 데 이용했고,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1년 아폴로 15호가 라이다 센서를 활용해 달 표면을 지도화하는 모습이 대대적으로 소개되면서부터다.
이후 라이다는 물리학과 천문학을 넘어 종자 및 비료 분산, 잡초 방제 등의 농업, 광석 부피 계산을 위한 광업은 물론 과속 측정용 센서나 총알 궤적용 스캐너 같은 법 집행부터 디지털 고도나 융기 측정을 위한 단층 감지, 지도 제작 등의 지질학 등 사회 전반에 폭넓게 이용된다. 그러던 중 라이다는 앞서 주행 중인 차량 간격을 인식해 속도를 조절하는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ACC)에 접목되면서 차량용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의 발전과 5G 기술을 통한 실시간 차량 제어가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자율 주행차량용 센서로 응용되고 있다.
라이다가 자율주행차의 핵심 센서로 활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경우, 뇌와 눈이 사물을 인지하고, 뇌가 상황을 판단해 팔과 다리가 차량을 제어한다. 자율주행 차량의 경우 센서와 지도, 통신이 사물을 인지하고,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가 상황을 판단해 차량의 각 장치가 주행 장치를 제어한다. 여기서 라이다는 레이더와 카메라와 함께 사물을 인지하는 센서에 속하는데, 차량 교통 정보나 시각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기상 상황, 야간 주행 시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국내 기업 및 정부 역시 라이다 관련 연구 및 개발에 한창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자율주행차 조기 상용화와 2022년 완전자율주행 기반 마련을 위한 구체적 실천 계획인 ‘자율주행 스마트교통시스템 구축방안’을 통해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라이다를 비롯한 다양한 자율주행 부품을 국산화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서울로보틱스와 BMW가 기술 협력해 3년간 ‘자율주행 라이다 인지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합의했고, 한국자동차연구원 역시 벨기에 IMEC와 함께 라이다 국산화에 나선 상태다. 자율주행 기업인 유진로봇도 2D 스캐닝 라이다 ‘YRL2 시리즈’의 개발을 마치고 본격 출시하는가 하면, 서울로보틱스와 만도도 자율주행 3D 라이다 상용화를 위해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산업계의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라이다 센서를 보다 일상적인 부분으로 옮기고자 노력하는 기업으로는 ‘애플’이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 4와 아이폰 12 프로에 라이다 센서를 탑재했는데, 스마트폰에 라이다를 접목한 사례는 아직까지 애플 제품 뿐이다. 애플이 라이다 센서를 적용한 이유는 카메라 성능과 증강현실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카메라 측면에서는 라이다 센서로 피사체와 촬상면과의 거리를 인식해 초점을 맞춘다. 이 경우 야간 환경에서 최대 6배 빠르게 초점을 잡을 수 있고, 피사체와 배경을 명확하게 분리해 더욱 정확하게 배경흐림 효과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그다음 활용하는 부분이 즉각적인 증강현실 구현이다. 지금까지의 스마트폰 증강 현실은 위치 데이터와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활용하는 수준이어서 스마트폰을 움직이면 화면 내 피사체도 같이 이동하는 등 완성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다 센서로 피사체의 물리적 거리를 모두 파악하면 증강현실 구현 시 피사체가 실제 물리적 위치에 고정된 듯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활용한 간이 측량이나 위치 확인 데이터 등을 생성할 수도 있다. 구글 글래스 2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 렌즈 2같은 제품이 지금보다 더욱 대중화된다면, 애플의 라이다 기술은 지금보다 한층 더 주목받게 될 것이다.
라이다, 4차 산업 혁명의 눈 될 것
라이다는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 우리 주변 곳곳에서 사용되어오던 기술이며,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특수 산업 분야에서 일상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관건은 높은 가격이다. 시장에서는 자율주행 차량용 라이다의 적정 가격을 500달러 정도로 보고 있지만, 현재 차량용 라이다 가격은 수천 달러에 달한다.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되더라도 단가가 너무 높으면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라이다는 자율주행 이외에도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드론, 3D 프린팅 및 스캐너, 인공지능용 센서 등에 폭넓게 쓰일 수 있는 기술이므로,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접하게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