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프로그램', 고맙고 반갑긴 하지만...
[IT동아]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사용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테면,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이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 사진 재생 프로그램, 문서작성 프로그램 등이다.
일반적으로 PC용 프로그램/소프트웨어는 비용을 지불하고 정식 버전을 구매하는 '상용 프로그램'과 (일반 사용자에 한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개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프로그램 개발사가 개발비/인건비 등을 투자해 개발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한다니 사용자로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무료라 해서 프로그램 기능이나 성능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서, 일반적인 PC 사용 환경에는 큰 불편함도 없다.
다만 이들 무료 프로그램을 설치, 사용하는 데는 한 가지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 있다. 개발사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는 대신, 그 안에 약간의 광고/홍보/제휴 기능을 넣어 뒀다.
주로 특정 홈페이지를 웹브라우저 시작 페이지로 설정하는 기능, 특정 프로그램 설치를 유도하는 기능, 윈도 바탕화면에 특정 홈페이지 즐겨찾기 아이콘을 생성하는 기능 등이다.
대부분 프로그램 설치 단계나 업데이트 단계, 또는 실행하는 화면 어딘가에 옵션 선택 방식으로 보여준다(숨긴 것도, 드러낸 것도 아닌 형태로). 흔히 무의식적으로 '다음' 버튼을 계속 눌러 설치 또는 실행하다 보니, 제조사가 기대한 그대로 설치, 설정되곤 한다.
그러니 무료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는, 시작부터 설치 완료 때까지 화면 구석구석 차근히 살펴보고, 혹시라도 얹혀서 설치되려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특히 설치 선택상자 체크를 해제해야 한다.
행여 다른 프로그램이 얹혀 설치됐더라도, PC에 해가 되는 건 아니니 필요하다면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 불필요하다면 당연히 삭제하면 된다(윈도10 기준 '설정' / '앱' 화면). 단,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은 하나만 있어도 되니, 백신이 두 개 이상 설치됐다면 하나는 삭제하길 권장한다(백신 역시 두 개라도 PC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한편, 인터넷 브라우저를 실행하면 원치 않은 홈페이지가 시작 페이지로 뜨는 경우도 있다. 무료 프로그램 실행 또는 업데이트 단계에서, (모르는 사이에) 시작 홈페이지가 특정 사이트로 강제 설정됐기 때문이다. 이 또한 PC에 악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시작 홈페이지 설정은 각 인터넷 브라우저의 설정 화면에서 변경할 수 있다. 원하는 홈페이지 또는 빈 페이지로 열리도록 설정할 수 있다.
그런데 시작 홈페이지 설정을 변경했는데도, 특정 홈페이지가 계속 시작 페이지로 뜰 때도 있다. 십중팔구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내 설정에, '홈페이지 주소변경 방지' 같은 잠금기능이 있는 경우다(대표적인 백신이 '알약').
다른 프로그램이 시작 홈페이지를 강제 변경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기능인데, 알약의 경우 '인터넷 익스플로러'에만 적용되고, 파이어폭스나 크롬, 네이버 웨일, 에지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여기에 설정 고정할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고, 이후로 시작 홈페이지 변경 시도가 감지되면 이를 차단한다. 추가로, 여러 이유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보다는 다른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하길 권장한다.
시작 홈페이지 변경 관련해 추가로, 카카오톡 등의 메신저 프로그램 설치/실행 단계에서도 시작 페이지 변경을 유도하는 옵션이 나온다. 설치 선택상자에 미리 체크된 상태라, 무심코 그냥 확인 버튼을 누르면 개발사 의도대로 시작 홈페이지가 변경될 수 있다(이 역시 주로 사용하는 브라우저가 어느 것이냐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다르다.)
여기서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이런 개발사 대부분이 '특정 프로그램 설치'나 '시작 홈페이지 변경' 옵션을 사용자가 인지하도록 눈에 띄게 표시하지 않는다거나, 설치/설정 여부를 직접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의식 중에 '다음', '확인' 버튼을 누르는 사용자 습성에 얹혀서 부지불식간에 설치/설정되니, 사용자에겐 되려 부정적인 인식이 쌓일 수도 있다.
물론 개발사가 비용과 인력을 들여 개발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개, 배포하니 사용자로서 고맙고 반갑지만, 차라리 사용자에게 정식으로 제안하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
즉 "이 프로그램을 추가 설치하면 PC 사용에 도움이 된다"라든가, "시작 홈페이지를 XXX로 설정하면 첫 화면에서 유용한 정보를 볼 수 있다"고 충분히 공지하고, 설치/설정 여부를 사용자가 직접 결정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런 경우 '제품 끼워팔기'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영상을 무료로 시청하며 중간광고 정도는 기꺼이 감내하는 사용자가 많다. 무료 프로그램 사용도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은근슬쩍 묻어가려 하기 보다, 사용자에게 정식으로 요청/제안하는 게 기업/브랜드 이미지에 유리할 수도 있다.
경제사회에서 '진정한 무료'는 없다. 공급자는 '무료인 것'처럼 공급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사용자를 통해 얻고 있거나 얻으려 한다. 내줄 때 내줄지언정, 무엇을 어떻게 내주는 지는 명확히 확인하는 습관을 갖자.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