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플의 자신감은 근거 있는 자신감, 애플 M1 칩 기반 맥북 프로 13형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11월 10일, 애플은 WWDC(세계 연례 개발자 회의)를 통해 향후 2년 내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된 매킨토시 전체를 자체 개발한 ARM 기반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2006년 애플 파워맥 G5에서 인텔 기반의 맥 프로로 전환한 이후 14년 만의 일인데, 공개 시점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인텔과의 결별을 단정짓고 애플 실리콘을 개발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애플이 인텔과의 결별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애플이 이미 자체적으로 AP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자체 칩 탑재를 통한 수익률이 타사 CPU를 탑재하는 것보다 훨씬 높기 때문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초의 애플 실리콘으로 출시된 애플 M1 칩은 맥OS 빅 서(Big Sur)와 함께 사용 시 전 세대 대비 3.5배 빠른 CPU 성능과 6배 빠른 GPU, 최대 15배 빠른 머신 러닝(ML) 역량, 그리고 최대 2배 길어진 사용 시간을 제공한다. 애플의 자체 테스트를 기준으로는 파이널 컷 프로에서 최대 5.9배 빠른 렌더링 속도를 보이며, 엑스코드(Xcode)로 2.8배 더 빠르게 컴파일할 수 있고 한다. 아울러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동일한 ARM 기반으로 동작하므로, 더 이상 맥 전용 앱을 찾을 필요 없이 아이폰 앱도 매킨토시로 구동할 수 있게 됐다.

지난 WWDC를 통해 공개가 예고된 맥북 프로 13형, 앞으로 2년 내 모든 애플 매킨토시가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한다. 출처=IT동아
지난 WWDC를 통해 공개가 예고된 맥북 프로 13형, 앞으로 2년 내 모든 애플 매킨토시가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한다. 출처=IT동아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곧바로 출시된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 맥 미니는 출시와 동시에 사실상 노트북 프로세서의 기준을 완전히 뜯어고치면서 시장 쇄신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애플 M1 칩을 탑재한 2020년형 맥북 프로 13형을 활용해, 애플의 근거 있는 자신감을 파헤쳐 본다.

노트북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다, 애플 실리콘 기반 맥북 프로 13형

디스플레이는 13.3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갖췄고, 넓은 색영역(P3)을 지원해 전문가용 영상 편집에도 대응한다. 출처=IT동아
디스플레이는 13.3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갖췄고, 넓은 색영역(P3)을 지원해 전문가용 영상 편집에도 대응한다. 출처=IT동아

맥북 프로 13형은 애플의 5nm 기반 시스템온칩(SoC) 애플 M1 칩을 탑재한 매킨토시다. 맥OS 빅 서 기반으로 동작하며, 8코어 CPU와 8코어 GPU에 포함된 16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연산을 처리한다. 디스플레이는 13.3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평면 내 전환, IPS 패널)을 사용해 최대 2,560x1,600 해상도 화상을 제공하며. 기존 맥북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넓은 색영역(P3) 지원과 500니트 밝기의 밝기를 제공한다.

메모리는 기본 제품이 8GB 통합 메모리로 구성돼있으며, 추가 구성을 통해 16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저장 공간은 기본 256GB부터 시작해 512GB에서 2TB까지 추가로 구성할 수 있다. 기존 맥북 프로에 탑재된 터치 바와 터치 ID 센서, 역T 배열의 방향키 4개를 포함한 65키보드와 포스 터치 트랙패드 역시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구성된다.

인터페이스는 2개의 선더볼트 3 / USB 4 포트, 오디오 단자로만 구성돼있다. 출처=IT동아
인터페이스는 2개의 선더볼트 3 / USB 4 포트, 오디오 단자로만 구성돼있다. 출처=IT동아

인터페이스는 좌측 2개의 선더볼트 3 / USB 4 포트, 우측의 오디오 단자로 간단히 구성돼있다. 이전 세대에서 최대 4개까지 탑재되었던 상위급 제품과 다르게, M1 기반 맥북은 상위급 제품에도 좌측 2개의 선더볼트 3 포트만 탑재된다. 단자가 2개밖에 없지만, 선더볼트 3 포트의 높은 확장성을 감안하면 부족한 편은 아니다.

선더볼트 3 단자는 흔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충전 단자로 쓰이는 USB C형과 똑같이 생겼는데, 최대 40Gbps의 전송 속도와 전력 공급 성능을 바탕으로 한 기기 충전, 고성능 저장 장치, 외장형 그래픽 카드, 디스플레이 포트 연결 등 기존 USB C형 단자보다 훨씬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는 상위 호환 버전이다. 실제 사용자라면 USB-PD 기능을 지원하는 모니터와 연결해 맥북 충전과 디스플레이 출력을 케이블 하나로 해결한다거나, 충전과 디스플레이 연결, USB B형 단자, SD 카드 등을 USB C형 허브 하나로 모두 연결할 수 있다.

외관은 기존 맥북 프로와 동일, 진가는 성능과 배터리

머신 프로파일과 터미널을 이용해 확인한 애플 M1 데이터, 8코어(성능 코어 4 + 효율 코어 4개) 구성이다. 출처=IT동아
머신 프로파일과 터미널을 이용해 확인한 애플 M1 데이터, 8코어(성능 코어 4 + 효율 코어 4개) 구성이다. 출처=IT동아

프로세서는 4개의 12MB L2 캐시와 4개의 4MB L2 캐시가 빅리틀(Big.LITTLE) 구성으로 동작해 일반 연산 처리와 고등 연산 처리에 따른 동작 배분으로 성능과 배터리 효율을 모두 잡고 있다. 정확한 열설계 전력(TDP)를 밝히지 않았지만 인텔 기반에 비해 발열이 대단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에서 쿨링팬 없이 방열판으로 발열을 해결하려면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열이 상당히 낮아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애플 맥북에어는 아이패드처럼 쿨링팬이 탑재되지 않아 무소음으로 동작하며, 맥북 프로 13형은 쿨링팬을 장착해 장시간 연산 작업에 더욱 높은 효율을 보인다.

시네벤치 R23(좌)과 브이레이(우)의 결과. 출처=IT동아
시네벤치 R23(좌)과 브이레이(우)의 결과. 출처=IT동아

백문이 불여일견, 실제 애플 M1 칩의 성능과 배터리 수명을 시험해보았다. 프로세서 성능을 비교 가능한 수치로 측정하는 프로그램, 시네벤치 R23 벤치마크 테스트를 활용해 애플 M1 칩을 탑재한 맥북 프로의 성능을 테스트해보았다. 해당 테스트는 M1 칩을 정식 지원하며, 10분간 특정 화상을 연속적으로 렌더링 한 다음의 결과를 종합해 점수를 매긴다. 해당 결과에서 애플 M1이 달성한 점수는 멀티 코어 기준 7,810점, 싱글 코어 기준 1,517점으로 확인됐다. 인텔 기반 맥북 프로에 탑재된 인텔 코어 i7-1068NG7의 경우, 멀티 코어가 약 6,250점 대, 싱글 코어가 약 1,250점 내외로 나오니 1:1 비교로도 성능 차이가 크다.

3D 렌더링 성능을 시험해보는 브이레이(V-Ray) 벤치마크 4.0 버전을 통한 테스트도 진행했다. 동일한 테스트에서 인텔 코어 i7-1068NG7은 5,680점을 취득한 바 있는데, 애플 M1 칩은 7,213점을 획득했다. 사실상 기본 상태에서의 성능도 20~30%는 높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상태에서 쿨링팬이 거의 동작했다고 느끼기 어려운 상태니 최대 성능 비교는 이보다 더 차이가 벌어지리라 본다.

아직 애플 M1을 정식 지원하지 않는 어도비 프리미엄 프로로 8K 영상을 편집했음에도, 웬만한 데스크톱보다 원활한 편집 환경을 제공했다. 출처=IT동아
아직 애플 M1을 정식 지원하지 않는 어도비 프리미엄 프로로 8K 영상을 편집했음에도, 웬만한 데스크톱보다 원활한 편집 환경을 제공했다. 출처=IT동아

높은 벤치마크 성능이 실제 상황에선 어떻게 작용할까. 부하가 큰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에 8K 영상 샘플을 삽입한 다음, 자막 여러 개와 음성을 복사한 다음 프리뷰 및 렌더링 작업까지 해보았다. 참고로 해당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애플 M1 칩에 대한 최적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인텔 기반의 버전을 애플 로제타 2(Rosetta 2)로 자동 번역해 가동했다. 즉, 해당 프로그램에서 애플 M1의 최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K 영상을 재생하는데 아무런 버벅임이 없었다. 8K 영상의 경우 해상도가 FHD의 16배, 4K의 4배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상 프리뷰를 보는 것도 벅차다. 하지만 애플 M1 칩은 여러 자막이나 음성이 포함된 상태에서도 해상도를 임의로 하락시키지 않고 영상 프리뷰를 보여주었는데, 재생 시 약 1초 정도 이후 반응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었다. 렌더링의 경우 20초짜리 8K 영상을 자막을 포함해 6분 만에 작업을 끝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밝기 50% 고정에서 12시간동안 스트리밍했을 때 배터리가 71% 소모됐다. 출처=IT동아
밝기 50% 고정에서 12시간동안 스트리밍했을 때 배터리가 71% 소모됐다. 출처=IT동아

배터리 성능 역시 처음 공개와 마찬가지로 매우 긴 실사용 시간을 자랑한다. 맥북 프로 13형은 58.2와트시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내장하고, 61W USB-C 전원 어댑터를 꽂아 충전한다. 애플 측은 애플 M1 칩 탑재 맥북 프로가 무선 인터넷 사용 최대 17시간, 애플 TV 앱 동영상 재생 최대 20시간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인텔 기반의 경우 동일한 58.0 와트시 배터리로 무선 인터넷 10시간, 동영상 10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동일한 배터리에 성능은 더 높은데 실제 사용 시간은 2배에 가깝다니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배터리 실사용 테스트를 거치니 과언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그래픽 작업에서의 배터리 실사용 시간을 간략하게 측정하는 GFX벤치 메탈의 배터리 라이프타임 -T 렉스를 실행해 배터리 사용 시간을 측정했다. 인텔 코어i7-1068NG7을 탑재한 맥북 프로는 동일 조건에서 170분의 결과를 기록했는데, M1 맥북은 699분을 기록해 사실상 도구의 최대 측정 범위를 넘어버렸다. 이 상태에서 배터리는 고작 2%밖에 닳지 않았다.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 24시간짜리 동영상 웹브라우징을 실행했다. 밝기 50%를 기준으로 진행된 테스트에서 맥북 프로 13형은 12시간이 지난 시점에도 배터리가 29%나 남아있었다. 단순 계산으로 18시간 동안 유튜브를 연속 재생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만약 밝기 성능을 25% 정도까지 낮춘다면 24시간 내내 재생할 수 있을 정도다.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용 게임인 ‘엘더스크롤:블레이드”를 실행한 예시, 인텔 기반은 지원하지 않는다. 출처=IT동아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용 게임인 ‘엘더스크롤:블레이드”를 실행한 예시, 인텔 기반은 지원하지 않는다. 출처=IT동아

아울러 애플 실리콘 기반의 모든 매킨토시는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용 앱을 맥북용 앱스토어에서 그대로 다운로드 해 실행할 수 있다. 실제로 맥북 사용자들이 상당히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아이폰용 앱 미지원이었는데, 이제 그런 부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초기 단계이므로 해상도나 터치스크린 미지원으로 인한 호환 관련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은 차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호환성을 알아보기 위해 아이폰 및 아이패드용 게임인 엘더스크롤:블레이드를 실행해본 결과에서도 터치스크린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이 있었을 뿐, 게임 실행 자체에 대해서는 매우 원활하게 즐길 수 있었다. 새로운 맥북에서 아이폰용 앱의 지원은 대단히 중요한 부분인데, 현재 국내 환경에서 아이폰에 대한 지원은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맥OS 지원은 여전히 미비하다. 금융이나 개발 쪽이라면 해당 기능 지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프로세서 교체로 거대한 장벽을 부쉈다, 이제 남은 것은 방향

맥북 프로 13형. 출처=IT동아
맥북 프로 13형. 출처=IT동아

새로운 애플 M1 기반의 맥북 프로는 사실상 노트북의 성능과 활용도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리라 본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금까지 10시간 동안 연속 사용이 가능한 노트북도 대단한 제품이라 여겨왔고, 성능은 노트북은 노트북 정도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애플 M1 칩은 성능과 배터리 모두 기존 상식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사용 경험과 작업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당장 동급의 인텔 제품과 비교해서도 성능과 배터리가 우위인데다가, 맥북으로 아이폰용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만 놓고 봐도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현재 M1 기반 맥북 에어는 8GB 256GB 제품이 129만 원대부터, 8GB에 256GB 조합인 맥북 프로는 169만 원부터 시작한다. 인텔 기반 맥북 프로는 512GB긴 해도 249만 원부터 시작한다. M1 쪽의 배터리와 성능이 더욱 효율적인데 가격도 낮으니, 기존 맥북 사용자라면 당연히 애플 실리콘쪽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어보인다.

M1 기반 매킨토시는 자동으로 인텔 기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성능이나 속도에 제약이 있을 순 있다. 출처=IT동아
M1 기반 매킨토시는 자동으로 인텔 기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성능이나 속도에 제약이 있을 순 있다. 출처=IT동아

물론 초기 제품이고, 관련 생태계가 이제 막 시작한다는 점에서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현재 M1 지원 없이 인텔 기반으로만 동작하는 앱은 로제타 2의 자동 번역을 거쳐야 해 그만큼 지연이 발생하고, 아이폰, 아이패드 지원 앱도 원활하게 쓰려면 개발자가 적절한 인터페이스를 적용해 재배포 해야 한다. 애플 실리콘부터는 부트캠프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아, 별도로 윈도우 10을 설치할 수도 없게 됐다. 하지만 생태계 확장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정해진데다가, 지금의 한계점이 해결되는 건 시간 문제다. 이제 2년 안에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이 끝나면, 새로운 맥은 과거 인텔 기반의 맥보다 훨씬 더 주목받게 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