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온 패티', 그 후 3개월..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스케일업 X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주)에이치엔노바텍 (3)
서울먹거리창업센터와 스케일업(Scale-up)에 도전하고 있는 스타트업 델리스, 바다드림, 에이치엔노바텍과 함께한 지 어느덧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초기 만남 이후 각자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시급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했는데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무엇에 집중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다시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에이치엔노바텍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추출한 헴(HEME) 분자와 생선 연육을 이용해 대체 육류를 개발, 자체 공장 설립을 위해 동분서주 뛰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꽤 의미 있는 소식을 들려줬는데요. 다시 만난 김양희 대표의 얼굴에서 엷지만 확실한 미소가 보였습니다.
투자, 받았습니다
에이치엔노바텍은 대체육류 시장에서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걷고 있다. 독특하다. 식물성 대체육류에 집중하고 있는 경쟁사와 달리, 에이치엔노바텍은 생선연육을 사용해 대체육류를 만들고 있다. 미역과 다시마 등 해조류에서 고기 맛을 내는 분자를 찾아내 생선연육과 섞는다. '바다에서 온 패티', '미역고기' 등 나름의 브랜드도 찾았다.
장점도 확실했다. 식물성 대체육류와 비교해 저렴한 가격, 비교적 쉽고 간단한 제조 방법 등 에이치엔노바텍은 나름의 무기를 갖췄다. 이제 남은 것은 평가다. 서비스를 완성하고 제품을 개발한 스타트업에게 남은 마지막 숙제다. 스스로 아무리 우리 것이 최고라고 생각해도, 성적표까지 스스로 만들 수는 없다. 기업의 성적표는 시장 평가로부터 나온다. 나만 맛있으면 뭐 하나. 다른 사람이 맛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스케일업에 참여하고 난 뒤, 몇몇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김양희 대표가 살포시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업체로부터 연락? 어떤 업체? 구미가 당기는 말이다. "투자사와 다른 대체육류 업체가 관심을 보였어요. 그리고…실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납품처도 확보했어요."
사실 에이치엔노바텍은 스케일업 참여 전부터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투자 유치건은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며 "지금 말하는 것은 새로운 투자 유치 건이다. 이미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처음 만났을 때, 에이치엔노바텍은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을 찾고 있었다. 대체육류 개발은 완료했지만, 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었다. 공장을 짓고,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해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투자 유치를, 자금을 구하기 위해 뛰었다. 그런데 어느새 얘기 중이던 투자 건을 마무리했단다. 이어서 새로운 투자 제안도 받았고.
"밸류 평가도 잘 마무리했습니다. 공장 부지를 보고 다녔어요. 경북 지역에 공장을 세울 것 같습니다(웃음). 공장 부지, 생산 설비…예상대로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새로운 투자 유치로 운영 자금에 여유도 생길 것 같습니다."
'스케일업' 향해 쉬지 않은 발걸음
가장 큰 장애물을 넘었다. 어찌 보면 스타트업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허들을 넘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자금 마련.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를 넘지 못해 꿈을 접는다. 에이치엔노바텍의 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투자 유치와 제안이 이어지면서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 계약 얘기도 나왔습니다. 납품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요. 공장 생산 라인만 마무리하면, 바로 대체육류를 소비자 식탁 위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양희 대표는 환하게 웃었다.
"스케일업 기사를 보고 연락을 주신 곳이 있었어요. 지인분들이 보시고 축하한다는 연락도 받았고. 여러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 기사 잘 봤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큰 힘을 얻었어요.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스케일업이 추구하는 바다. 스타트업은 성장하기 위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누군가는 죽음의 계곡을 넘어야 하고, 다윈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정답을 알지 못한다. 어떻게 넘어야 하고 무엇을 타고 건너야 하는지 모른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 걷고 노를 젓는 수밖에. 스케일업팀도 마찬가지로 정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스케일업팀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스타트업에게 작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을 뿐이다.
"딱 1년 전이었습니다. 2019년 10월 29일이었어요.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진행한 '6회 해양수산 미래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첫 결과였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이 자리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네요."
김양희 대표가 말을 이었다.
"대상을 받은 그날,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할 수 있을까? 정말 가능할까?' 반신반의했어요. 더 이상 버틸 힘도, 여력도 그다지 남지 않았고 방법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희 연구원, 팀원들이 많이 고생했어요. 이전보다 더 많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이치엔노바텍은 이제 공장을 찾아 나선다. 공장 생산 설비를 마무리하고 나면, 곧 대체육류 납품도 시작한다. 납품과 판매를 이어가면 자연스레 매출은 늘어날 것이고, 본격적인 성장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에이치엔노바텍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영상 / 뉴미디어팀 안지현(itdongaj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