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을 교육에 쓰려면? ‘현장’을 반영한, '명분'을 담아야"

[스케일업 X 대구대 창업도약패키지] 쉐어박스 (3)

대구대학교 창업도약패키지와 함께 스케일업(Scale-up)에 도전하고 있는 쉐어박스를 위해 티움교육의 신기한 대표를 전문가로 모셨습니다. 티움교육은 수도권 소재 교육기관, 단체에 창의적 체험활동 중심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 교육 기관 2792곳에 콘텐츠 168개를 제공했으며, 티움교육의 콘텐츠를 체험한 학생 수는 38만 명에 달합니다. 서울 시내 45%에 달하는 중학교가 티움교육의 창의적체험활동을 선택했는데요.

신 대표를 쉐어박스 전문가로 모신 이유는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쉐어박스가 개발하고 있는 천문 교육 콘텐츠 ‘우주야 놀자’, 공연 문화체험 콘텐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마르테스의 꽃 클라라’ 등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죠.

인사이터스 1층 카페에서 만난 신연식 쉐어박스 대표(좌)와 신기한 티움교육 대표(우), 출처: IT동아
인사이터스 1층 카페에서 만난 신연식 쉐어박스 대표(좌)와 신기한 티움교육 대표(우), 출처: IT동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한 교육의 미래를 향해 정진하고 있는 쉐어박스가 현장을 설득하기 위해서 무엇에 더 집중해야 했는지, 두 분의 대화를 통해 소개합니다.

창의적 체험 활동 수요는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인사이터스 1층 카페에서 신연식 대표와 신기한 대표가 만났다. 짧은 어색한 인사 후 신연식 대표가 쉐어박스 소개부터 시작했고, 맞은편에서 ‘우주야 놀자’를 체험할 수 있도록 쉐어박스 김혜윤 해외마케팅 매니저가 준비했다. 살짝 갈등했다. 두 대표의 이야기만큼이나 가상현실로 구현한 ‘우주야 놀자’의 완성도가 궁금했기 때문. 고민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가 먼저 HMD를 집어 들었다.

맞은편에서 '우주 체험'을 떠나기 시작한 인사이터스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 출처: IT동아
맞은편에서 '우주 체험'을 떠나기 시작한 인사이터스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 출처: IT동아

쉐어박스 소개를 다 듣고 난 뒤, 신기한 대표가 말을 꺼냈다.

"몇 가지 체크해야 겠지만, 쉐어박스의 콘텐츠를 교육 현장에서 사용 하려면 수정해야 할 내용들이 보입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현재 중학교 1학년은 '자유 학기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꿈을 찾아가는 것을 돕기 위한 형태로 많이 활용하는데요. 진로/직업 체험을 많이 합니다. 이 자유 학기제를 새로운 기술과 문화, 공연 등을 활용해 운영하길 원하는 학교는 정말 많습니다. 시장의 수요는 충분하다는 뜻이죠."

창의적 체험 활동. 신기한 대표의 말에 따르면, 본격적인 대학교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를 제외한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유치원 등은 학생들을 위한 체험활동 수요가 상당하다. 이에 2008년부터 교육기관단체에 공연, 전시회 등 문화체험 활동을 제공하고 있는 티움교육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연령대에 따라 제공하는 콘텐츠도 달라진다.

앞서 언급한대로 중학교는 1학년 과정에서 자유학기제를 활용한 진로직업 체험을 많이 찾고, 고등학교는 수능을 끝낸 3학년을 대상으로 대학로 공연 체험을 많이 찾는다. 초등학교는 수학여행, 수련회 등의 체험 활동이다. 즉, 현장에서 찾는 수요는 분명하다. 다만, 목적에 따라 활동 방식과 범위가 달라진다. 이 말은 곧, 쉐어박스의 숙제로 이어진다.

티움교육 소개자료, 출처: 티움교육
티움교육 소개자료, 출처: 티움교육

‘우주야 놀자’를 어떤 연령대에 소개해야 좋을까. 유아? 초등학교? 중학교? 쉐어박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목적과 현장이 원하는 것을 맞춰야 한다.

신기한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다만, 현재 교육 현장에서 VR/AR를 찾는 수요가 그리 많지 않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참 많았다. 하지만, 시작이 그리 좋지 않았다. 몇몇 대형 VR 체험관, 테마파크 등에서 걸그룹 콘서트나 아트 전시회 등을 체험했는데,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그저 기존 공연을 VR/AR로 바꾼 것으로만 인식됐다. 걸그룹의 콘서트를 HMD를 끼고 자세히 본다는 것만으로 어떤 교육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인지 (선생님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저 체험활동이 아닌, 교육적 효과, 명분이 중요하다."

'360콘서트' 예시, 출처: GENIE MUSIC 유튜브채널
'360콘서트' 예시, 출처: GENIE MUSIC 유튜브채널

VR/AR의 시작이 좋지 못했다는 말에 동감했다. 맞다. 초기 VR은 4차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며, 차기 콘텐츠로 손꼽혔다. 하지만, 정작 현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기존 공연과의 차이점이 부족했다. VR/AR의 특징을 제대로 살린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걸그룹 콘서트는 360도로 본다? 이것만으로는 교육 효과를 설득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단점이 부각됐다. 중학교 남학생들이 걸그룹의 VR 콘서트를 정면에서 가만히 보기만 했을까.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났다.

명화를 실감미디어 콘텐츠로 재탄생했다는 일부 전시회도 처음에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다시 시들해졌다. 4차산업과 VR, AR, 홀로그램 등 실감미디어 콘텐츠는 미래를 이끌 기술이고 콘텐츠일지 모르지만, 교육 현장을 설득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는 것.

(학생들이)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길 원했고, 깊은 바다 심해를 헤엄치거나,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역사 속 인물과 대화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당시 실감미디어 콘텐츠는 그저 화면 큰 영화관 정도로 느껴졌다. 이에 대부분의 체험 활동은 VR/AR이 아닌 3D 프린터와 인공지능(AI)로 급속하게 옮겨갔다.

19세기 명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라뜰리에, 출처: 라뜰리에
19세기 명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라뜰리에, 출처: 라뜰리에

2016년, 알파고의 영향도 컸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은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 이목이 집중된 만큼 인공지능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신 대표는 당시 창의적체험활동에 인공지능 관련 콘텐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문의가 들어왔다고 회고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주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이세돌 9단과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겸 알파벳 CEO, 출처: IT동아
이세돌 9단과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겸 알파벳 CEO, 출처: IT동아

수요 예측, 시장성 테스트. 기본이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시장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VR/AR을 활용한 교육적 효과는 분명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작 현장에서 만난 첫인상이 썩 좋지 못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쉐어박스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돌파해야 할 장애물임에는 틀림 없다.

현장에서 선생님들은 교육적인 목적을 우선시한다. 기존 학습에서 바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학습을 활용해야 하는 명분이 필요하다. 반면, 학생들은 놀기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한다. 신기한 대표는 “이 차이의 간극을 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 학생은 드물다?

현장에서 고려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더 있다. VR/AR을 체험하는 학생의 행동패턴이다. VR은 HMD를 사용해야 한다. 그 안에서 강사가 등장하는 강의를 보거나 우주를 누비는 체험 활동을 수행한다. 조작은 HMD 기종에 따라 컨트롤러를 사용하기도 하고, 모션 센서를 이용하기도 한다. 문제는 현재 출시한 HMD 가격이 기본적으로 고가라는 점이다. 저렴한 가격의 HMD도 있지만, 고퀄리티 콘텐츠를 실행하기에 성능 면에서 부족하다.

즉, 학교에서 VR/AR 체험활동을 제공하기 위해서 고가의 HMD를 구매해야 한다. 일부 HMD의 경우 고성능 PC도 필요로 한다. 정리하자면, 장비를 갖추기 위한 예산이 필요해진다.

현재 창의적 문화 체험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학교가 배정해 놓은 학생 1인당 비용은 7000 ~ 8000 원이다. 간혹 공연 체험을 나갈 경우, 1만 ~1만 5000 원 정도를 학생으로부터 받는다. 준비물 구매처럼 학생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이를 수익자 부담 비용이라고 말한다. 결국 VR/AR 체험 활동도 이 예산 안에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신연식 대표와 신기한 대표, 출처: IT동아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신연식 대표와 신기한 대표, 출처: IT동아

그리고 대부분의 체험활동은 두 시간 내외다. 학교 수업시간에 기인한다. 보통 1교시는 45분으로 구성되고, 쉬는 시간이 뒤따른다. 하루 종일 체험하는 외부 체험 활동의 경우 6시간으로 구성해 조 별로 미션을 수행한다. 체험 활동만을 위한 별도의 타임 테이블은 현장에서 원하지 않는다. 신기한 대표는 “이러한 현장의 수요를 인식하고 커리큘럼을 짜야 설득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서 그는,

"학생들의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활동적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활동 범위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얌전한 학생도 있긴 하지만, HMD를 쓰고 돌아다니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혹여나 고가의 장비를 떨어뜨려서 파손하면 책임 유무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도 명확해야 한다. 대부분의 체험활동을 조 별로 수행하는 이유다. 만약 3명이 1조를 이룬다면, 돌아가면서 수행하고, 수행하지 않는 학생이 도우미로 활동한다. VR/AR 커리큘럼도 이러한 형태로 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

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적인 효과다. 명분이다. 선생님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이고, 체험활동이라면, 선생님들이 사비를 써서라도 한다. 그게 우리들의 선생님이고, 교육자다. 현장에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위해 연극이나 공연을 제공하겠다고 말하면, 선생님들이 먼저 관심을 가지고 찾아본다. 제품과 서비스를 팔겠다는 영업 마인드가 아니라, 교육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마음 가짐이 필요하다."

라고 강조했다.

신기한 대표는 현장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학교, 학원이라는 교육단체기관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학습성과를 올리는 것에 있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는 교육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꼭, 무조건 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은 없다는 것. 재차 강조하지만, 교육 효과, 명분이 1순위여야 한다.

다행히 쉐어박스는 이러한 부분을 기획 초기부터 담아냈다. ‘우주야 놀자’ 커리큘럼의 효과는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이지만, 고가의 장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고, 어린이 천문대 등 오프라인에서 시연 과정까지 거쳤다. 교육단체기관에서 HMD 장비를 꼭 구매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쉐어박스는 장비 대여, 리스 등 다양한 모델도 접근할 예정이다.

실감 공연 콘텐츠와 웹방송 송출, 그룹 VR 클래스 등 쉐어박스의 사업 방향을 통해 현장과 연결할 수 있다, 출처: 쉐어박스
실감 공연 콘텐츠와 웹방송 송출, 그룹 VR 클래스 등 쉐어박스의 사업 방향을 통해 현장과 연결할 수 있다, 출처: 쉐어박스

신기한 대표와 미팅을 통해 쉐어박스가 새로운 접근방법도 고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태권도 공연’, ‘마르테스의 꽃 클라라’와 같은 공연 체험 활동 연계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단체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있어, 비대면으로 VR/AR을 활용한다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역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충분히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마르테스의 꽃 클라라’ 기대효과, 출처: 쉐어박스
‘마르테스의 꽃 클라라’ 기대효과, 출처: 쉐어박스

긴 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쉐어박스의 성장과 협력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조언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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