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각잡고 등장한 5G계의 승부사, 애플 아이폰 12
[IT동아 남시현 기자] 애플 아이폰이 다시금 각을 잡는다. 애플 아이폰 5 이후로 자취를 감췄던 각진 테두리 디자인이 이번 아이폰 12를 기점으로 부활한 것이다. 애플 아이폰 12는 지난 10월 13일 자체 행사를 통해 첫선을 보였고, 5.4인치인 아이폰 12 미니와 표준 사이즈인 6.1인치 아이폰 12, 그리고 6.1인치 아이폰 12 프로와 더 큰 6.7인치 화면을 갖춘 아이폰 12 프로 맥스까지 총 네 종류로 선보인다. 아울러 LTE보다 네트워크 속도가 20배 빠른 5G 네트워크를 탑재함으로써 하드웨어 성능은 물론, 더욱 쾌적한 인터넷 환경까지 기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1차 출시에 준하는 10월 30일에 정식 판매를 시작했고, 이는 역대 아이폰 중 가장 빠르게 출시된 사례다. 덕분에 국내 사전예약만 해도 이통 3사를 모두 합쳐 50만 대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글로벌 단위로는 첫날에만 200만 대를 판매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지금까지의 아이폰은 충성 고객이 주 소비자층이라고 여겨졌지만, 이번 아이폰 12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예상 이외의 수준이다. 애플 아이폰 12가 이토록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왜일까? 애플 아이폰 12 리뷰로 핵심 포인트를 짚어본다.
디자인, 5G, 카메라, 그리고 A14 바이오닉 AP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당연히 제품 가격이 가장 1순위 겠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면 그다음은 디자인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성능이나 카메라는 최신 제품이니 좋겠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최 우선으로 본다. 카메라의 조리개 수치로 인한 성능적인 이득이나 AP의 연산 처리 성능이 주는 속도 향상, 디스플레이의 DPI값을 따지는 소비자보다는, 내 손에 쥐었을 때의 외형과 활용도에 더 높은 점수를 두는 사용자가 많다. 아이폰 12는 전자의 소비자는 물론 후자의 소비자도 함께 겨냥한듯한 구성이다.
아이폰 12는 세로 146.7mm, 가로 71.5mm, 폭 7.4mm의 6.1형 스마트폰이다. 아이폰 11에 비해 세로 폭과 가로 폭, 그리고 두께까지 줄어 크기가 조금 더 작아진 데다가, 무게도 162g으로 32g이나 감소했다. 색상은 △ 블루 △ 그린 △ 화이트 △블랙 △ 프로덕트 레드 다섯 가지 구성이며, 5.4형인 아이폰 12 미니도 색상 구성은 같다. 가장 큰 변화는 테두리 베젤인데, 항공우주 등급의 알루미늄을 각진 형태로 배치해 과거 아이폰 5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채택했다. 테두리는 커팅되지 않고 부드럽게 처리되었고, 후면 유리와는 유격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밀하게 붙어있다. 후면부 유리는 별다른 처리 없이 매끄럽게 돼 있는데, 카메라 부분은 통째로 양각 처리해 일체감을 높이고 있다.
전면 강화유리는 세라믹 쉴드 소재를 전면에 사용해 내구성을 높였고, 최대 6m 수심에서 30분 생활 방수를 지원한다. 디스플레이의 변화도 크다. 전 세대인 아이폰 11은 6.1형 IPS 패널 기반의 리퀴드 레티나 HD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는데, 아이폰 12부터는 프로 시리즈와 동일하게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를 사용한다.OLED 기반의 XDR 디스플레이 덕분에 해상도는 2,532x1,170 픽셀로 향상됐고, HDR 화상 감상 시 최대 1,200니트의 밝기를 자랑하는 HDR 기능도 포함됐다. 디자인과 디스플레이, 모두 사용자가 제품이 바뀌었음을 직접적으로 느낄만한 요소다.
5G 네트워크와 와이파이 6도 아이폰 12의 핵심 성능이다. 기존 LTE 네트워크의 이론상 최대 속도는 1Gbps였지만, 5G 네트워크의 이론상 속도는 20Gbps에 달한다. 지역과 장소, 인구 밀집도에 따라 네트워크 속도가 다르지만, 수도권 정도라면 4K 유튜브 영상 감상이나 앱 다운로드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5G 옵션도 5G 우선과 5G 자동, LTE 모드로 나뉘며, 5G 자동 시 아이폰 12에 포함된 스마트 데이터 모드가 활성화한다. 스마트 데이터 모드란, 기기에서 요청하는 데이터 흐름을 분석해 5G와 LTE 네트워크의 데이터 요구를 안배하는 기능이다. 가령 고해상도 페이스타임이나, 4K 넷플릭스 영상 등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필요할 경우 5G 모드로 동작하다가, 메시지 전송이나 백그라운드 등은 LTE로 동작해 데이터 효율을 늘린다.
와이파이도 최신 사양인 와이파이 6를 지원한다. 와이파이 6는 현재 상용화된 와이파이 5(802.11 AC)의 다음 버전이며, 아이폰 11부터 꾸준히 탑재되고 있다., 위치 서비스를 위한 하드웨어도 GPS와 글로나스를 포함해 EU의 위상 항법 시스템인 갈릴레오와 일본 QZSS, 중국 베이더우까지 이용해 정확성이 높아졌다.
카메라는 1,200만 화소 초광각과 망원 두 개 조합이다. 조리개는 초망원이 f/2.4지만, 표준으로 쓰이는 와이드가 f/1.6으로 조금 밝아졌다. 표준 카메라로 촬영 시 어두운 환경에서 조금 더 밝게 찍힌다는 의미인데, 이를 표준 노출로 환산하면 셔터 스피드를 조금 더 확보해 사진이 흔들리게 찍히는 일이 줄어든다. 또한, 사진 촬영 시 피사체와 주변 배경이 분리되는 아웃 오브 포커스 효과도 조금 더 잘 나타난다. 앞서 아이폰 11에서 선보인 야간 모드와 인공지능 기반 화질 향상 기능인 딥퓨전은 동일하게 탑재됐다.
아이폰 12부터 스마트 HDR 3가 새롭게 추가됐다. HDR은 사진에서 밝게 표현되는 명부와 어둡게 표현되는 암부의 노출차를 평준화해 표현하는 기능으로, 실제 화상을 볼 때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최대한 표준 노출에 가깝게 설정된다. 예를 들어, 하늘을 배경으로 역광을 촬영할 때 하늘이 하얗게 뜨지 않고 파랗게 표현되면서 나머지 피사체의 노출도 최대한 맞는 식이다. 예시 사진의 HDR 꺼짐 상태에서는 전구와 양초의 형상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반면 스마트 HDR 3가 켜진 상태에서는 전투는 물론 양초의 전체 모습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상시 켜둔 상태로 촬영하면 사진의 노출 구성이 확연히 좋아진다.
동영상 촬영은 4K 24, 30, 60프레임 촬영을 기반으로, 새롭게 돌비 비전(Dolby Vision) 방식의 HDR 동영상이 적용된다. 애플은 아이폰 8/X부터 돌비 비전을 감상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왔지만, 아이폰 12는 돌비 비전의 지원을 넘어 돌비 비전을 촬영까지 할 수 있는 첫 제품이다. 아이폰 12는 돌비 비전 4K 30프레임 촬영을 지원하며, 아이폰 12 프로 시리즈가 4K 60프레임까지 지원한다. 만약 돌비 비전 지원 스마트폰 및 텔레비전 등이 있으면 아이폰 12 시리즈로 촬영한 동영상을, 왜곡되지 않은 화상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스틸컷으로 제한돼있던 야간 모드도 타임랩스 기능에 추가됐다. 전작인 아이폰 11부터 추가된 야간 모드는 야간의 화질 향상과 상당한 노이즈 억제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 촬영 방식을 이어서 영상화하는 방식으로 타임랩스를 지원하게 됐다.
아이폰과 함께 업그레이드되는 AP, A14 바이오닉,
매번 출시 때마다 최상의 성능을 보여온 아이폰이었던 만큼, 아이폰 12의 성능도 2020년 10월 출시일 기준 최상위다. 애플 아이폰 12는 애플의 최신 AP인 A14 바이오닉이 탑재되며, 새로운 6코어 디자인을 통해 퀄컴의 최신 칩셋과 대비해서도 50%에 가까운 성능 차이를 보인다. 아울러 머신 러닝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초당 최대 11조 회의 연산을 처리하는 16코어 뉴럴 엔진이 탑재돼 인공 지능 기능이 접목된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
특히 이번 아이폰 공개 당시 ‘다른 스마트폰 칩과 비교해 50%는 빠른 그래픽 성능’이라는 문구를 들고나온 터라 성능을 테스트해보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그래픽 성능을 수치로 확인하는 프로그램, 3D 마크의 와일드 라이프 앱을 실행해 아이폰 12의 성능을 시험했다. 해당 결과에서 아이폰 12는 2020년 4분기 출시된 스마트폰의 평균 점수보다 111%나 높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현재까지 출시된 기기 중에서는 상위 86% 수준이며, 이보다 높은 기기는 똑같이 A14를 적용한 아이폰 12 프로, 그리고 아이패드 에어 4세대 정도다.
AP 성능을 수치로 표현하는 프로그램, 긱벤치(Geekbench) 결과도 인상적이다. 해당 결과에서 아이폰 12의 멀티코어 성능은 4,179점, 싱글코어 성능은 1,601점으로 나타났다. 전작이자 A13 바이오닉을 탑재한 아이폰 11은 멀티코어 3,019점, 싱글 코어 1,323점으로 확인된다. 아이폰 12로 확인한 벤치마크 점수를 종합하면 3D 그래픽이나 게이밍, 편집 작업 등 복잡한 작업도 최상의 성능을 기대할 정도다. 고용량 메모리를 통한 작업 환경이 필요하다면 아이폰 12 프로를, 그렇지 않다면 아이폰 12로도 충분한 성능을 낸다.
배터리는 제조사 기준 동영상 최대 17시간이며, 이는 최근 출시된 아이폰 SE나 아이폰 12 Mini보다는 조금 더 길고 아이폰 11과는 같은 수준이다. 다만 대화면에 일반 상태로 650니트의 밝기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 때문인지 실체감 배터리 성능이 그리 길지는 않다. 배터리 성능을 간략하게 테스트하는 프로그램, GFX벤치 메탈의 T-렉스 배터리 성능 테스트를 통해 배터리 수준을 간략히 테스트해보았다. 해당 테스트는 특정 그래픽 시나리오를 일정 횟수 반복해 소모된 배터리를 기반으로, 배터리 소모량을 비례해 총 사용 시간을 계산해 참고 정도의 데이터다. 이 테스트에서 아이폰 12가 확보한 결과는 533.4분으로 나인데, 아이폰 11의 결과가 608분인 것과 비교해 조금 더 짧다. 물론 해당 결과는 3D 게임을 연속 사용한 것과 비슷한 결과라서 실제 웹브라우저 및 영상 감상을 기준으로는 결과가 더 길다.
기대에는 만족, 하지만 절반의 아쉬움.
아이폰 12의 각진 디자인은 아이폰 X 등장 이후 가장 큰 시각적 변화다. 아이폰 6로부터 시작해 11까지 이어져 온 곡선형 베젤에서 다시금 각진 베젤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곡선 형태의 베젤도 분명 매끈하고 미려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아이폰 5나 SE의 각진 테두리가 주는 정갈한 느낌과는 성향이 달라 호불호가 분명했다. 디자인은 취향의 차이가 분명한 부분이긴 해도, 더 얇고 가벼우면서 일체감 높은 완성도를 갖추게 된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좋은 점수를 주리라 본다.
다만 제품 구성은 다소 난감하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 12부터 기본 충전기와 이어폰까지 모두 제공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소비자가 유선 이어폰과 충전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제외하면 제품 부피가 줄어 탄소 배출량이 감축된다는 취지다. 물론 환경 보호 측면에서는 좋은 의도지만 그랬다면 충전 케이블도 일반 충전기에 맞는 제품을 줬어야 한다. 아이폰 12에 포함된 급속충전 케이블이 라이트닝에서 C형(타원형) 규격이라 전용 고속충전기나 USB-PD 타입 충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다수의 충전기를 보유한 건 사실이지만 C형 충전기는 지금도 흔하지 않은 터라 자칫하면 구매하자마자 충전이 어려울 수 있다.
5G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아이폰 12는 5.4형인 아이폰 12 미니가 64GB 기준 95만 원대부터, 256GB 기준 최대 116만 원대로 책정돼있다. 6.1형인 아이폰 12는 64GB가 109만 원대부터 시작해 256GB가 최대 130만 원대다. 5G 기반 스마트폰의 기본 가격대가 70~80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가격은 아니다. 무난한 가격과 우수한 성능을 앞세운 아이폰 12, 아마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5G 스마트폰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