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IP를 내 사업 아이템으로?", IP-CP 챌린지 in 대구 참관기
[IT동아 장현지 기자]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대구 라온제나 호텔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대구광역시가 주관하고 대구디지털사업진흥원과 네시삼십삼분(433)이 주최하는 '2020 IP-CP 챌린지 in 대구'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기존에 있던 유명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지식재산권)를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창작하는 기회의 장이다. 참가 대상은 대구 시내 사업자 등록증 보유하고 있거나 추후 대구시 기반 사업자등록증 발급 예정인 2명이상의 팀 단위로 대구 시민으로, 총 16팀이 참가했다.
본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침을 준수하여 안전하면서도 참가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호텔 관계자 외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하여 에스컬레이터로 대체하고, 행사 참여자 전원 마스크 착용 및 운영진이 틈틈이 마스크 착용을 독려했다. 책상과 의자 또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긴장 속에서 느껴지는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열정. 기자가 직접 1박2일 간 참관하며 느꼈던 그 뜨거운 열기를 공유한다.
행사는 네시삼십삼분(433) 권혁우 이사의 개회사로 시작되었다. 1박 2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내에 실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실현해야하는만큼, 개회사 및 행사 안내는 비교적 간결했다. 이어서 젬블로 오준원 대표가 활용할 수 있는 유명 IP에 대해 안내했다. 알라카르테,스파이시,일렉트로폴리스,퍼즐메모,디사이퍼 등의 보드게임과 신비아파트,벅스봇,레인보우 루비 등 애니메이션이 마련되었다. 참가자는 개회사 후 단체티를 수령하여 착용하고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행사장 곳곳에는 이틀내내 개발에 몰두해야하는 참가자를 위해 각종 간식이 비치되어 있었다. 간식 먹으며 다른 팀과 네트워킹할 수 있는 기회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또한 가장자리 한켠에는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침낭과 텐트가 마련되어있었다. 물론 소독은 철저히 진행됐으며, 혹시 모를 감염 우려를 방지하고자 장시간 텐트 사용은 금했다.
이번 행사의 특징이자 핵심은 새로운 IP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기존 IP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참가자는 미리 팀을 꾸리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프로토타입(샘플)까지 만들어올 수 있었으나, 실전에서도 더욱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행사장 내에 기존 IP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꾸려놓았다.
일부 참가자는 활용할 IP를 옆에 놓고 직접 보면서 디자인하거나, 보드게임은 다시 플레이해보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보완하고 발전시켰다. 기존 IP를 활용하여 애니메이션,웹툰,웹소설,게임,보드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데, 신비아파트의 경우 보드게임으로만 만들 수 있었다. 보드게임을 만들 수 있는 재료 또한 행사장 내에 준비되어 있었다. 시간 제한이 있어 다소 부담감이 있을 법한 행사인데도, 운영진이 준비해놓은 소소한 배려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즐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참가자 중 커스텀 육아용품을 만드는 코트니팀은 신비아파트를 활용해 4~7세 정도의 아동이 한글을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사격 보드게임을 개발했다. 신비아파트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활을 사용하는 캐릭터에 영감을 받아 점수를 낼 수 있도록 게임화한것이다. 본 행사 참여 전부터 아이디어를 내고 테스트 제품까지 만들어왔으나 실제 시장에 내놓기 위해 직접 시연해보고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예를 들어, 소비자 연령대에 맞도록 활의 장력을 조절하고, 총이 나을지 활이 나을지 고민하는 등이다. 즉석에서 상용화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니 흥미로웠다.
전문가가 쓰는 대형 장비를 그대로 가져와 이목을 끄는 팀도 있었다. 51구역팀은 웹툰작가 4명이 모여서 꾸렸으며, 이번 행사에는 김태헌 작가와 김명현 작가가 참여하여 실제 웹툰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타블렛과 PC로 작업하며 의견을 나눴다. 요리와 관련된 보드게임인 알라카르테를 활용해 스토리를 만들어 웹툰으로 구현해보겠다는 목표였다.
김명현 작가는 "최근 독자들에게 요리만화에 대한 수요가 높고, 저 또한 요리 만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마침 알라카르테라는 요리 보드게임을 접했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바쁜 현대사회 속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잘 챙겨먹으라는 메시지 전하고 싶다. 또 웹툰이 잘 된다면 활동하고 있는 네이버에서 알라카르테를 홍보할 수 있으니 웹툰과 기존 IP인 알라카르테가 동반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16개의 팀은 각각 준비해온 자신의 아이디어를 치열하게 논의하며 구체화했고, 행사 마지막날인 11월 4일 오전에 발표자료 및 시연상품을 제출했다. 발표 전, 심사위원이 각 팀을 방문해 참가자가 직접 시연하며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취지와 방법을 설명할 수 있는 쇼케이스 시간을 가져 이해도를 높혔다.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에게 원활히 설득할 수 없는 부분을 발견하고 발표를 더욱 알차게 준비할 수 있을 터였다.
시연을 마친 후 각 참여자는 단상에 올라 발표를 시작했다. 즉석에서 더빙하여 실감나게 웹툰을 시연한 팀도 있고, 게임 플레이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시연하거나 반응을 보여주며 설득력에 힘을 더하는 팀도 있었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 꾸려진 심사위원단은 참여자의 IP 활용 능력과 시장성 및 상품성을 공정하게 평가했다.
수상팀은 3개월 이내 실제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목표가 명확한만큼 구체적인 상품과 세부적인 계획을 꾸린 팀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그 영광의 주인공은 51구역,트루소프트,코트니,Goty Games,DMB,역사문화연구소 총 6팀이다. 이들은 지원을 받으며 수상한 상품을 21년 1월까지 생산 가능하도록 현실화하는 과정에 돌입한다.
참여자들은 이번 행사에 대해, "비슷한 행사에 참여해봤지만 아무것도 주어져있지 않으면 막막해서 방향과 목적 설정에만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이번 행사는 IP가 주어져있고 많은 형태 중에서도 상품성이 있는 것이라고 목표가 명확하니 바로 개발에 몰두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유명 IP기반이면 인지도 문제가 해결되니 일단 소비자에게 관심을 끌 수 있어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 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1박 2일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결과를 완성해야하다보니, 행사 참여 전 맴돌기만 했던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한계에 도전하고 타협하기도 하며 베타버전에만 머물러있던 아이디어를 현실적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알파버전으로 구현해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참여 효과를 전했다.
1박 2일 간 기자 또한 현장의 열기를 함께 느끼며, 직접 참여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소상공인및 창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 유명 IP를 활용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사업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이번 기회는 가뭄 속 단비처럼 소중하겠다. 다음 행사 또한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장현지 (h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