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스마트홈 시대, 문제는 '시나리오'
[IT동아 김영우 기자] 직장인 A씨가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거실 조명이 저절로 켜졌다. 습도계와 온풍기는 도착 1시간 전부터 이미 가동을 시작해 실내 온도 및 습도를 적절하게 맞춘 상태였다. 오디오에선 스마트워치를 통해 A씨의 맥박수 및 혈압 등을 분석, 현재의 신체 상태에 적합한 ‘힐링음악’을 자동으로 재생한다. 커튼 역시 현재 A씨의 위치를 감지,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닫혔다. A씨가 잠자리에 드니 조명 밝기와 오디오 음량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꺼졌다.
위와 같은 상황은 이른바 ‘스마트 가전’으로 통칭되는 IoT(Internet On Things, 사물인터넷) 기반 제품들이 적극적으로 적용된 가정의 사례다. 이러한 기술에 가정에 적용된다면 ‘스마트홈’, 사무실이라면 ‘스마트오피스’가 되며, 건물 전체에 적용되었다면 ‘스마트빌딩’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프라를 갖춘 집이나 사무실이 많아질수록 해당 지역은 ‘스마트 시티’에 점점 가까워진다.
어쩐지 먼 미래의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이러한 스마트한 생활환경을 꾸리기 위한 인프라는 이미 상당부분 보급된 상태다. IoT 기능을 갖춘 조명이나 가습기, 공기청정기, 도어락, 손목시계, 로봇청소기 등의 일반 도구는 물론이고, 이러한 기기들과 통신하며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각종 센서(온도, 습도, 빛 등)도 흔하게 팔리고 있다. 심지어 구식 가전제품들도 스마트 플러그, 스마트 스위치 등과 조합한다면 IoT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 앱만 설치해주면 위와 같은 스마트 홈을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다만 위와 같은 제품을 모두 마련했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스마트홈을 구현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뿐이다. 실질적으로 스마트홈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선 각 기기들의 배치 및 연동, 그리고 그에 따른 동작 조건까지 세세히 설정하는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는 각 사용자의 특성이나 가족 형태, 그리고 외부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이를테면 가족이 아닌 여러 사람이 한 집에 같이 사는 셰어하우스 형태의 경우, 각 구성원의 개인 공간과 모두 함께 쓰는 공용 공간이 구분된다. 공용 공간의 관리는 최대한 무인화 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자동화된 공기청정기, 로봇청소기, 조명 등이 적용될 필요가 있고 이 기기들의 연동 시나리오를 설정하는 외부 관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리고 최근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원룸형태의 1인 가구의 경우는 그 무엇보다 보안이 중요하다. 스마트 기능을 갖춘 도어락이나 CCTV, 그리고 각종 센서 등을 충실하게 갖춰야 하며, 반려동물을 위한 자동 급여장치나 원격 스피커 등도 1인 가구의 선호도가 높은 스마트 제품이다.
특히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한 스마트 제품은 방범용으로도 유용하다. 실제로 지난 6월, 서울에 사는 40대의 강모씨는 혼자사는 A씨의 물건을 훔치기 위해 침입했다가 반려동물용 CCTV(일명 펫캠)에 찍혔으며, 원격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는 주인 A씨의 목소리를 듣고 달아났으나 신고에 의해 출동한 경찰에 검거된 바 있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스마트홈 시장은 제품 자체의 성능이나 기능 외에 각 기기의 연동 구조,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한 시나리오의 최적화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IoT 비즈니스에 임하는 사업자들은 제품의 출시 이전에 소비자들의 요구에 적합한 시나리오부터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IoT 사업 지원 업체인 애니온넷(AnyOnNet)의 박상열 사장은 “단순히 제품의 디자인이나 스펙이 뛰어나다고 하여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IoT 제품 자체는 튜야(Tuya) 등의 글로벌 플랫폼을 이용하면 누구라도 손쉽게 출시 가능하지만, 소프트웨어 차별화 및 시나리오 최적화에 신경 쓰지 않으면 스마트홈 및 스마트오피스 시장에서 외면 받을 수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