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약국은 정말 돈을 벌고 있을까? [이블루 BM분석]
[스케일업x 대구대 창업도약패키지] 이블루 (2)
약사들은 모른다, 얼마나 버는지
독자 여러분들도 흔히 방문하는 약국. 문을 열면 하나의 '우주’가 펼쳐진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쌓아 올린 진열대엔 광고로 익숙한 약품부터 뭔지 모를 희귀한 건강기능식품에 심지어 염색약까지. 너무도 다양하다.
과연 약사는 이 많은 약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재고량과 판매량 그리고 유통기한을 넘겼거나 다가오는 약품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일부 대형약국이야 사정이 다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동네약국의 대다수는 “얼마 버는지 모른다”가 현실이다. 그나마 의료보험 적용 약품에 대한 매출은 전산화 처리로 파악할 수는 있지만, 보험 비적용 약품의 경우 입고, 판매, 재고는 블랙박스안에 있을 뿐이다.
피곤한 약사들
들여다보면 피곤하지 않을 삶이 어디 있겠냐만,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의 삶 또한 만만치 않다. 일단 이들의 업무를 보면 내방환자 대응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약품 입고와 재고관리, 인건비와 관리비 등 경영업무 또한 만만치 않다. 거기에 관계기관에 대한 보고 업무까지 추가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업무를 수기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수입과 매출 항목을 엑셀이라도 써서 관리하고 있다면 선진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거다.
문제는 ‘돈을 벌고 있는가’인데 그 수익성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약국의 경영관리, 그 중에서도 재고관리다. 겉으로는 팔아서 수익을 올리지지만, 재고관리를 못한다면 유통 기한을 넘겨 폐기해야 한다. 때로는 창고에 있는데 또 주문하고, 재고가 없어서 판매를 못하는 숨겨진 비용(Hidden Cost)이 수익을 잠식하고 만다. 그렇게 중요한 재고관리라면 왜 이들은 못하고 있었을까? 판매와 재고관리를 지원하는 솔루션이 없나?
있다. 무료라서 전국 2만 6,000개 약국 중 약 60%가 사용하고 있다는 약학정보원의 ‘Pharm IT3000’이라는 소프트웨어가 대표적이다. 그런 솔루션이 있는데 왜 재고관리를 못하고 있을까? 현재 상황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약품 발주에서 재고관리까지
약품을 판매하고, 입고하고, 재고관리하며, 수익을 파악하는… 일련의 과정을 분석해 보면 약학정보원의 Pharm IT 3000이 제공하지 않는 기능은 거의 없다. 고객정보 관리부터 재고관리, 청구관리, 경영관리 등 모든 영역에서 약사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보험 급여 청구를 위해 활용하기에 급여 대항 항목(약품)만 집계된다는 것이다. 비급여 항목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약사들이 일반 약품 입고할 때마다 그리고 판매할 때마다 약품 종류와 양, 가격 등을 입력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매출과 수익 그리고 재고관리를 할 수 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약국의 모든 제품에 대한 입고–판매–재고 등 데이터 입력이 경영관리의 핵심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나섰다, '이블루채널'
필자의 둔감한 이해 능력 탓에 ‘이블루 기능은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아마도 약국에 종사하는 독자라 하더라도 ‘이것이 뭐에 쓰는 물건인지’ 헷갈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렇게 정의하려고 한다.
"급여항목을 넘어 약국의 모든 제품을 관리하려면, 이블루채널"
이블루채널이 내놓은 스마트약국경영솔루션 ‘약있소’는 앞서 언급했듯 비급여항목(일반약품, 건강기능약품 등)의 입고–판매–재고관리 등을 모두 통합해 관리할 수 있도록, 데이터 입력 과정을 최대한 자동화한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약사의 경영관리 부담을 덜어 복약지도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약사들 반응은 좋은데 성장은 느려
이블루채널 이나현 대표는 이 ‘약있소’라는 제품을 3년 6개월 전부터 발로 뛰며 약국을 대상으로 영업해 왔다. 이미 100여개 약국에 150개의 라이선스를 납품했다. 언뜻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 같지만, 전국의 약국이 2만 6,000개이고, 3년이란 영업 기간을 생각해 보면 성장 속도는 느리다고 할 수 있다. 이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고객 반응이다. 아무리 시장의 니즈가 있고 그에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해도 품질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지 않은가.
고객인 약사의 피드백은 이블루채널이 지향하는 고객가치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약사의 경영업무 부담 경감과 고객관리강화, 재고관리를 통한 손실 방지 등의 피드백이 대표적이다.
100여개의 납품약국 전체를 조사한 것이 아닌지라 한계는 있을지라도 직접 제품을 현자에서 사용하고 체험해본 고객이 주위에 추천해 가입하는 비율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일부는 주주로 참여하는 경우까지 있어 SW품질 측면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을 확보했다고 판단한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성장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일까? 1990년대부터 약국은 컴퓨터라는 것을 도입하고, 의료보험 청구를 위해 전산화를 갖췄다. 그런데, 이후 약국의 경영환경이라는 것은 변한 것이 없단다. 그만큼 보수적인 시장이라는 말인다. 헌데, 과연 약사들의 보수성만이 성장을 가로 막은 것일까? 이부분에 대해 복수의 의견을 기반으로 추정한 두개의 원인은 이렇다.
제한적 기능의 초기버전
전술한 바와 같이 이블루채널은 Pharm IT 3000과 같이 보험 급여 청구 프로그램과 연동해 일반 의약품까지 확장 관리할 수 있다. 확장 관리에서 이블루채널이 가지는 존재가치는 데이터의 자동입력에 있다. 초기 버전은 데이터의 자동입력이 다소 제한적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약품을 입고한 후 거래명세표를 스캔해 데이터를 입력한다면, 기존의 다른 솔루션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지금의 이블루채널은 약품도매상의 출하정보를 가진 '스카이젯'이라는 의약품유통관리 정보 플랫폼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개별 약국의 입고정보를 자동 제공한다. 이 밖에도 약학정보원, 스캬이젯, 심평원 등 관계기관의 데이터를 연동하여 경영관리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발로 뛰는 영업의 한계
이나현 대표는 제품 개발 후 영업 초기 각 지역별 약사 협회를 찾아다니며 방문 영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개인사업자인 약사들에게 지역별 약사협회가 갖는 영향력이란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협회 중심의 영업은 그 성과가 낮았다. 이후 대형약국을 찾아 다니는 영업 방식으로 전환해 일부 성과를 만들었다고 한다.
발로 뛰어 영업했다는 이나현 대표의 뚝심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영업방식의 효율성은 또 다른 문제다. 이블루채널과 같이 목표고객이 명확한 경우에는 이러한 방문 영업보다 ‘어떻게 고객이 고객을 추천하는 구조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성장을 위한 '인지 - 체험 – 구매 – 추천'의 사이클
제품의 인지
가장 먼저 목표고객(약사)이 이블루채널이라는 제품과 기능 그리고 가치를 인지해야 한다. 이때 가장 잘 활용해야 하는 채널은 웹과 소셜미디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블루채널은 블로그 하나 운영하지 않는다. 향후 블로그는 물론 약사 고객을 위한 커뮤니티 운영까지 확장할 필요성이 있다.
기능과 가치의 체험
소프트웨어 제품의 경우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형태는 무료 ‘Trial Version’이다. 이는 제품의 기능과 가치를 먼저 체험해보고 마음에 들면 구매하라는 의미다. 말로 듣는 기능보다 체험하는 기능이 (고객에게) 보다 강력한 것은 설명할 필요 조차 없다. 이블루채널의 제품 특성상 스캐너와 같은 하드웨어를 필요로 하기에 체험판을 공유하기 어렵다면, 입고물량 확인 등 제한 기능만이라도 고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확산시켜야 한다. 이미 무료 체험판이 있다면, 이를 어떤 채널로 어떤 혜택을 담아 고객이 체험으로 유입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제품의 구매
이블루채널은 프리미엄 버전과 엔터프라이즈 버전으로 가격을 이원화해 판매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고민해야 할 것은 '유료화 단계로 넘어가는 문턱을 어떻게 낮춰서 유료 전환율을 높일 것인가'다. 유튜브도 그렇고 넷플릭스도 그렇고 왜 ‘한달 무료’를 외칠까?
제품의 추천
약사 대상 영업은 약사가 가장 잘한다. 따라서 기존 사용자로 이루어진 커뮤니티를 육성하고,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 이블루채널을 활용한 성공사례를 전파해야 하며, 주위 약사에게 추천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용감한 창업자의 도전을 응원하며
필자가 이 스케일업코리아에 참여한지 3년째이고 많은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왔지만, 이나현 대표만큼 용감한 사람은 없었다. 이 약국이라는 산업 생태계가 자신이 일하던 영역도 아니고, SW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것도 아니며, 경영관리의 전문성을 보유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젊은 편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도전해왔고 앞으로도 더 많은 도전을 해 낼 것이다.
너무도 다른 영역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뒤늦게 시작한 창업으로,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도 이블루채널 그리고 이나현 대표의 도전과 성공을 기원한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전략 소설 '비즈니스 모델러' 저자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