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에너지·건설기업 보성그룹의 디지털 전환... 그 첫걸음은 협업툴
건설업은 제2차 산업 혁명의 주축이라고 할 수 있는 핵심 산업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18세기로 보고 있는 만큼 대다수 기업의 업력이 길고, 그 기반도 공고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업 전체의 수직계열화가 일반적이고, 기업 문화나 업무 방식도 21세기보다는 20세기에 더 가까운 성향을 띠고 있다. 건설 업계를 바라보는 전체적 시각이 2차 산업에 머물러있기에, 지금도 역시 3차, 4차 산업과는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업무 방식이다. 시공간적 제약이 크게 줄어든 4차 산업과 달리, 건설업은 건설 현장과 본사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이에 따른 의사소통 문제가 상당하다.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업력에 따른 업계 종사자의 평균 연령대가 높은 점도 소통의 어려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사내 문화 역시 대면 보고, 전화, 문서화된 서류 작업인 곳이 많고, 그나마 2000년 대 이후 이메일이나 사내 메신저 등을 활용하는 사례가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2010년에 이르러 모바일 기기가 보급됨에 따라 의사소통에 관한 문제가 진보하긴 했지만, 여전히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는 ICT 기업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은 물론 1, 2차 산업계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며, 이에 따라 건설업계 역시 디지털 전환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4차 산업에 대응 자체가 미래 사회에서의 사업 지속과 업무 생산성 향상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과정이라서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바로 의사소통의 전환에 있다. 앞서 말했듯, 건설업은 물리적으로 건설 현장 근로자와 본사와의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부분은 정보통신 기술로 가장 쉽고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각 직원들이 정확하게 업무 내용을 전달하고, 의사 전달을 효율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업무의 효율과 디지털 전환을 점진적으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다. 업무에 필요한 의사소통 자체를 전용으로 하는 ‘업무용 메신저’가 디지털 전환의 첫 걸음으로 떠오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회성에 그치는 화상회의나 음성 채팅, 사내 메신저보다는 업무에 최적화된 전용 메신저를 도입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업무용 메신저 '잔디'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사내 구성원 간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보성그룹을 방문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보성그룹 임정실 상무 "보성그룹 사업 및 업무 체제 혁신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
보성그룹은 일반 소비자에겐 ‘수자인’ 아파트로 알려진 ㈜한양과 부동산/주택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보성산업을 주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최근에는 건설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태양광, 바이오, LNG까지 에너지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친환경 생태도시로서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개발 및 최근 10월 9일 선정된 ‘세종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사업’까지 광폭 행보를 보인다.
40여 년 이상 건설업에 집중해온 데다, 업무 자체가 건설 현장과 직결되어 디지털 방식의 업무를 도입하기에 상대적으로 어려운 조건에 있었던 보성그룹은 시대적 흐름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디지털 전환)을 판단하고, IT기업 못지않은 디지털화를 추진 중에 있었기에 이 같은 행보가 가능했다. 현재 디지털경영팀 담당임원인 임정실 상무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았다. 임정실 상무는 지난 25년간 LG CNS에서 시스템 개발에서 아키텍처, AI/빅데이터 등 폭넓은 IT 기술을 다룬 업계 전문가로, 보성그룹에서 디지털 전환의 청사진을 그리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보성그룹이 건설업에서 결여된 IT영역의 강조한 부분은 업무 및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 혁신 도구로서의 ‘디지털 전환’이었다. 임상무는 “원래 디지털 전환은 IT 기업 주도로 전 산업분야로 확산되고 있지만, 건설/에너지 산업은 다소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적 산업 영역에 있어서도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으로 기업 환경에 따라 필요한 영역과 방식을 정의하고 추진하여야 한다. 우리 그룹은 첫째, 기존 환경 개선을 위한 정보화 작업, 둘째, 내외부 의사소통과 홍보를 온라인화 함, 셋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지능화로 디지털화 영역을 정의하고, 영역별로 관련 과제를 도출, 실행 중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방식의 홍보, 투자자의 확보/마케팅, 좋은 인재의 채용을 모두 온라인 기반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각 계열사의 홈페이지 리뉴얼,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 구축 등 통해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와 스마트 시티와 같은 새로운 사업 중심으로 드론을 활용한 사업 개발 관리, 측량, 태양광 패널 모니터링이나 태양광 데이터 분석 등과 같은 지능화 과제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잔디, 토픽별로 화제 구분을 확실히 나눌 수 있는 점이 매력"
보성그룹이 사내 내부 및 협력업체와의 업무 의사소통에 활용하기로 한 첫 도구는 잔디다. 잔디를 적용하기 이전 보성그룹은 주로 그룹웨어를 통한 전자결재, 전화, 이메일 등을 활용했다. 사내 메신저가 있긴 했지만, 회의록을 수기로 작성해 복사하고 나눠서 쓰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디지털 전환과 온라인화의 일환으로 업무 의사소통에 잔디를 도입해 사내 메신저와 병행하기 시작했고, 시범 기간 중 코로나 19로 인한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전 사내에 잔디를 통한 의사소통이 시작됐다. 물론 잔디 도입 이전에 앞서 다양한 글로벌 및 국내 업무용 메신저를 검토했으나,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차별화된 기능과 서비스의 장점을 고려해 잔디를 선택했다고 한다.
임 상무는 “여러 업무용 메신저를 놓고 적합성 조사를 했지만, 다양한 연령대가 포진한 건설회사 특성상 회사 구성원 전체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게 필수였다. 그런 점에서 잔디는 1:1 지원이나 기능 개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UI를 갖췄고, 쉽게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잔디만의 메뉴와 토픽 구성은 업무를 프로젝트별로 분산해 의사소통을 진행할 수 있어 혼선없이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국산 솔루션이라서 비즈니스용 의사소통에 맞는 요구사항에 대한 기능 개선이나 업무 시스템과의 연계가 유연하다는 게 장점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 내에서의 플래너 일정 등록 및 변경, 혹은 문서 중앙화 내 파일 링크 연계, Zoom 연동, 대시보드 개발 등을 추가한 상태” 라고 말했다
덧붙여 조직도 부분도 강조했다. 개인용 메신저는 상대방과 1:1 연결이 돼 있어야 하지만, 메신저 자체에 사내 조직도가 반영돼 특정 부서의 관계자를 대화에 곧바로 투입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잔디 특성상 중간에 투입된 사람도 이전 대화 내용을 다 확인할 수 있어서 재차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개인용 메신저가 아닌 업무용 메신저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잔디와 문서중앙화 시스템 없었다면 갑작스러운 재택 근무에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
업무 효율성이나 생산성 측면에선 어떨까? 보성그룹은 지난 3월,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을 계기로 두 차례 재택근무를 진행한 바 있는데, 효율성 측면에서 대단히 좋은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단 기존에도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외부에서 회사 메일이나 내부 시스템에 접근할 순 있었지만, 이를 회사 구성원 모두가 활용하기란 어려웠다고 한다. 특히 건설사 특성상 지역 현장과의 의사소통 때문이라도 실시간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기존에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은 실시간 쌍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에 시간이 걸리는 등의 문제가 컸다고.
하지만 잔디는 스마트폰 앱이나 PC에서 바로 실행하고, 곧바로 의사소통하고 업무에 반영할 수 있는 점을 무기로 삼았다. 아울러 여러 주제에 대한 토픽을 나눠 실시간으로 의사를 주고받는 체계, 화상회의의 빠른 도입을 통해 의사소통의 효율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고 한다. 아울러 임 상무는 “잔디와 문서중앙화 시스템이 없었다면 갑작스러운 재택근무에 대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잔디 같은 협업 툴은 주로 스타트업, 오피스 직군이 주로 사용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했지만 선입견이었다. 이미 보성그룹이 현장과 소통하는 건설업계에서도 효율적임을 증명하고 있고, 나아가 프렌차이즈 업계나 물류, 유통 등 실시간 의사소통이 필요한 직군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원점으로 돌아가 보수적인 건설업계에서 어떻게 잔디를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실시간 의사소통, 일대 다수 의견 조율을 위해서라도 업무용 메신저는 필수인 시대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이라면 조직 문화나 최고 경영자의 의지, 기업 내외의 환경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미 업무용 메신저를 도입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인데, 디지털 전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사실 보성그룹처럼 디지털 전환에 들어간 기업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흐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디지털 전환에 무신경한 기업은 전통적 구조를 가진 기업이다 보니, 미래의 입지는 갈수록 취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잔디 같은 업무용 메신저를 시작으로 차례로 시대적 흐름을 맞이해야 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임 상무는 잔디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덧붙였다. 임 상무는 “처음 잔디를 도입할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에서 쓰는 소프트웨어가 아닌가 하는 고민이 내내 도마 위에 올랐다. 보성그룹은 부서도 조직원도 많은 기업이다보니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서 “그룹 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디지털개척단이라는 조직을 구성해 3~4개월 간 파일럿 테스트(시범 운영)을 거쳤고, 디지털개척단의 요구 사항을 수용할 수 있게 잔디 쪽과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 잔디 역시 우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지원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주었다. 여기서 분명한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물론 여러 프로젝트에 얽혀 있는 관계자의 토픽이 복잡해지는 문제나, 큰 조직일수록 관리자 같은 권한이 많아져야 하는 등의 문제에 대한 쓴소리도 남겼다.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입장을 토스랩과 보성그룹이 주고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협업툴 도입은 DT의 시작, 건설업 넘어 모든 업계에 해당
보성그룹의 업무용 메신저 잔디의 도입한 이유는 단순히 재택근무로 인한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함이 아니다. 보성그룹은 이미 매일 아침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그룹과 시장 관련 기사를 열람하도록 잔디를 통해 자동 독려, 뉴스 피드와 연결해주고, 주요 회의체에 대해 사전 알림과 자료 공유, 화상회의를 통한 현장소장 회의 진행 등 단순 메신저 기능을 넘어 소통의 A부터 Z까지 폭넓게 응용하고 있다. 사내 엘리베이터에서도 “잔디로 보내줄게”라는 대화가 자주 오간다는데, 그만큼 많은 직원들이 잔디 사용에 빠르게 적응함과 동시에 업무적인 활용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아날로그식 의사소통이 기반인 건설 산업이 디지털화되어가는 배경은 산업 현장의 개별 구성원까지도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의 일원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분위기 덕분이다. 특히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재택이나 원격근로 등의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에서 업무를 위한 소통의 중요성과 효율성 제고는 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보성그룹의 잔디 도입은 디지털 전환으로의 첫 걸음이자,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전이다. 이미 코로나 19라는 촉매가 디지털 전환에 불을 붙인 상태인 만큼, 모든 업계의 선두주자는 이미 준비해온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업계를 포함한 모든 기업이 최소한 잔디 같은 의사소통의 개선을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보성그룹의 잔디도입 사례는 전통적인 2차 산업인 건설업이 4차 산업 시대에 맞게 진화하는 교과서적 사례가 되리라 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