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몰락한 세탁의 우버 '워시오'가 준 교훈들 [스토리박스 BM분석]

[스케일업x 대구대학교 창업지원단 BM FORCE] 스토리박스 (2)

이미 대세는 세탁배송서비스!

"세탁 배송 서비스가 안 된다면 당신의 와이셔츠는 없다"

결기(?)마저 느껴지는 위 선언은 필자가 아내에게 들은 말이다. 어느 날, 자취 때 쓰던 비키니 옷장을 닮은 바퀴 달린 박스 하나가 아파트 현관을 가로막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했더니 세탁물 수거와 배송을 위한 박스였고 아내는 세탁 품질과 배송의 신속함에 만족한다며 없는 빨래도 만들어 넣을 기세였다.

문제는 이사 후였다. 이 세탁서비스에 길들여진(?) 우리 와이프는 비서비스 지역인 지금의 집으로 이사한 후 4개월간 와이셔츠 빨래를 해주지 않았다. 이미 세탁 O2O서비스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된 모양이다(적어도 우리집은 그렇다).

세탁 배송 서비스에 열광하는 아내와 달리 필자는 직업적 오지랖 덕분인지, 수거 – 세탁 – 배송이라는 복잡한 프로세스로 인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원가구조, 열악한 수익성에 대한 걱정과 동시에 이들에게 고객과 매출을 빼앗기는 동네 세탁소 아저씨의 얼굴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필자의 꼰대스러운 우려(?)와는 상관없이, 모바일로 주문하면 다음날 깨끗한 세탁물이 집에 도착하는 세상 편한 세탁 배송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세탁 시장이 약 4.5조원 규모라고 하는데, 이들 업체의 매출을 합쳐봐야 1천억 미만일 것이므로 따지고 보면 세탁O2O의 시대는 이제 갓 시작한 셈이다.

이렇듯 우리의 생활속에 급속히 스며들고 있는 세탁배송서비스의 성장을 주도하는 업체의 면면을 간략히 알아보고 넘어가자.

런드리고 / 의식주 컴퍼니

런드렛이라는 전용 세탁수거함(위에 사진참조)을 통해 세탁물을 수거/배송하고 있다. 24시간 내 서비스 제공을 자랑한다. 전용 세탁수거함에 담겨 있어 배송자와 시간약속을 따로 잡지 않아도 되는 것이 편리하다. 세탁에 구독서비스 방식을 적용, 회원들이 4~6만 원 대 정액 서비스로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세탁의 품질과 규모의 경제를 위해 전용 세탁공장을 운영한다고 알려져 있다. 시리즈A 65억원 투자에 이어 시리즈B에 170억원의 투자를 받은 만큼 더욱 공격적인 서비스 확장이 예상된다.

세탁특공대 / 워시스왓

2015년 5월, 서울 강남서 시작했다는 세탁특공대는 이미 그 서비스 지역을 서울전역과 경기 성남시, 하남시, 고양시 등으로 확장 했다.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넘겼다고 한다. 서비스 초기에는 선별된 세탁소에 100% 아웃소싱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품질과 비용-효율성 등 문제로 자체 세탁공장을 병행 운영하고 있다. 월 10만 피스가 넘는 세탁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26개 공정을 분류하고, 이를 지원하는 IT시스템을 고도화 했다는 이들의 얘기가 인상 깊다. 서비스 프로세스가 그만큼 비효율적이며 수익성이 떨어지기에 이들도 사활을 걸고 시스템 고도화를 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리화이트

지역 상생을 표방하며 동네 세탁소와 고객을 연결하는 세탁 중개 서비스다. 2016년 시작했다. 중개 플랫폼인 만큼 세탁물 수거 – 세탁 – 배송 과정을 동네세탁소가 담당한다. 리화이트는 중개에 따른 수수료가 수익모델이다.

가장 특이할 만한 사항은 GS25 편의점을 통해 세탁물을 맡기고 찾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 편의점이 수거와 배송의 거점이 됨으로써 물리적 접근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세탁을 맡기고 찾는 시간적 제약을 넘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제휴세탁소는 400여 개(2019년 12월)에 달한다. 전국 1700여개의 편의점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모두 성공하길 바라지만, 늘 그렇듯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아서 어떤 사업이든간에 탄탄대로란 있을 수 없다. 세탁배송 또한 여러가지 구조적 한계와 문제들이 있는데 이를 미국의 워시오라는 회사가 파산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美 워시오(Washio)의 파산의 이유

세탁배송서비스의 선조라 할 수 있는 '워시오'라는 미국의 스타트업이 있었다. 2013년 산타모니카에서 서비스를 론칭하신 후 급속한 성장을 이끌어내며 약 18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1년 만에 미국 주요 6개 도시에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약 3년간 짧고 굵은 일생을 보내고, 2016년 8월 장렬히(?) 파산했다.

워시오는 왜 망했을까? 여러가지 썰들이 있지만, 필자는 비용구조의 문제가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믿는다.

"워시오는 돈을 쓰고 세탁소는 돈을 번다"

워시오는 수거 – 세탁 – 배달의 3단계 중 가장 중요한 세탁 단계를 지역 세탁소에 아웃소싱했고 수거와 배달에 집중했다. 세탁을 아웃소싱할 경우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거의 없고 자사의 생산성 향상 노력에 따른 비용절감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열심히 해봐야 계약된 세탁비를 지불 받는 세탁소만 배부르다.

"가격을 올리면 고객은 떠난다"

또한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답게 세탁 신청 후 1시간내 수거를 하고 24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의 속도를 매우 중요시했다. 그 결과 세탁 수거 요청은 아침에 집중되고 1인당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한계가 있다 보니 수거배송인력의 인건비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주문 1건당 10달러씩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워시오는 전격적인 가격인상을 단행한다. 세탁물 1파운드당 1.6달러에서 2.15달러로 인상했고 최소 30달러 이상 주문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이에 고객은 워시오를 외면하고 Rinse, Cleanly 등 후발 경쟁사의 서비스로 이동하게 되었다.

"결국, 규모의 경제는 오지 않았다"

규모의 경제, 즉 매출규모가 증가하면서 단위 생산비가 절감되고 이익이 향상되는 효과를 말한다. 워시오 또한 주문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주문 건수 증가를 위해 1.6달러라는 (물론 배달료가 따로 있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고, 그 마저도 다양한 할인혜택으로 인해 실제 매출은 더 적었을 것이다. 자체 세탁공장이 아니다 보니 주문량 증가가 단위 생산비의 절감으로 이어지지도 않았다. 결국 규모의 경제는 오지 않았다.

국내 세탁 배송업체는 다를 것인가?

위에 소개한 세 개의 국내 업체들이 워시오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스마트한 이들 업체들은 워시오의 실패요인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 자체세탁공장을 구축하여 세탁 품질 확보와 더불어 효율성과 비용절감이라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있으며 물류 거점 구축 및 배송경로 분석 등 물류 효율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엿보인다(리화이트는 중개 플랫폼이라서 경우가 다르다).

그렇다면, 자체공장운영과 물류 효율성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세탁특공대가 설립 4년이 지난 2019년 3월, 첫 흑자를 냈다고 공개한 것을 보면 가능은 할 것이나 일 세탁량 2~3천건 이상의 높은 주문건수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거 – 세탁 – 배송’이라는 서비스 구조상 배송차량과 인건비 등 물류비 효율성의 한계로 인해 수익성이 배가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스토리박스는 물류효율성이 다르다!

"월 2700 건에 흑자 전환 했다구요?"

자, 이제 오늘의 주인공 스토리박스에 대해 얘기해 보자. 스토리박스는 서울 영등포구 및 구로구 일대에서 5000 세대를 대상으로 무인 보관함 기반의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런드리고나 세탁특공대의 규모에 비하면 커버리지 측면에서 매우 소규모 업체라고 할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세탁배송서비스 영역에서 단 5000 가구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수익성 측면에서 매우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서비스 개시 1년 반만에 흑자를 기록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것도 월 주문 2700건이라는 적은 규모(2020년 5월 기준)로 말이다. 과연 이들은 무엇이 다른 지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직영 세탁공장의 중요성을 일찍 깨닫다"

동네 세탁소에 외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높은 세탁품질을 유지하기가 절대 쉽지 않다. 게다가 프로세스 효율화를 통한 운영비 절감효과 또한 기대할 수 없으며 규모의 경제 효과 또한 떨어진다. 이런 점을 일찍이 간파한 김형욱 대표는 부족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런칭 후 1년만에 자체 세탁공장을 구축했다.

"무인 보관함 기반의 월등한 라스트마일 물류 효율성"

세탁배송업체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쓰는 세탁바구니(또는 보관함)을 각 가정의 문앞에서 수거하여 다시 문 앞까지 배송하는 방식 대비 무인보관함을 이용한 세탁배송은 훨씬 더 높은 물류 효율성을 가져다 준다. 이는 물류원가의 획기적 절감요인이 되는데 이론적으로는 약 6배 높은 생산성이 발생한다.

"지역 기반, 무인함 설치된 아파트만을 위한 물류 경로"

무인보관함이 주는 혜택은 또 있다. 개별 가구에 대한 서비스가 아니라 무인보관함이 설치된 아파트/오피스텔 5000 가구만을 대상으로 서비스한다. 또 1일 2회 정기적인 수거/배송체계이므로 ‘부르면 가는’방식에 비해 훨씬 높은 물류 효율성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성장을 위한 스토리박스의 고민

타 경쟁사와 비교하면 너무도 작은 규모다. 그러나 '무인 보관함'이라는 차별성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확보한 김형욱 대표. 덩치는 크지만 참으로 진중한 그는 성장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 어떤 비즈니스모델로 성장을 확보할 것인가, 그에 따른 자금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등이 그가 당면한 과제는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그러나 김형욱 대표는 너무나 소중한 자산을 갖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까지 경쟁사는 출혈을 감수한 투자를 지속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반면, 김대표는 지역기반에서 소규모로도 충분히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편에서는 그냥 작은 스토리박스라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작은거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모델에 대하여 다뤄보도록 하겠다.

긴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스토리박스의 성장과 협력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조언 부탁드린다.

필자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 본 프로젝트는 대구대학교 창업지원단 2020년 창업 도약 패키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스케일업 코리아 프로젝트과 함께 협력 진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