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독 경제의 꽃 될까? 현대 셀렉션과 기아 플렉스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2020년, 소비 구조에서 ‘구독’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 시대다. 과거 구독이라 함은 신문이나 잡지, 우유처럼 매일 소비하면서, 가치가 크지 않은 상품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서 매일 소비하는 상품의 폭이 넓어지고, 결제 방식의 다원화와 생활 관습의 변화에 따라 구독 경제의 범위도 함께 커지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는 2015년 487조 원이었던 글로벌 구독경제 시장이, 올해는 615조 원대로 성장하리라 예측할 정도다. 이에 따라 소비재를 판매하는 거의 모든 시장 플레이어가 구독경제 모델을 내놓고 있으며, 자동차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오는 10월 12일부터 서비스를 재단장하는 구독 서비스인 ‘제네시스 스펙트럼’, 10월 공개 예정인 신형 G70을 비롯한 다양한 제네시스 라인업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출처=현대차
오는 10월 12일부터 서비스를 재단장하는 구독 서비스인 ‘제네시스 스펙트럼’, 10월 공개 예정인 신형 G70을 비롯한 다양한 제네시스 라인업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출처=현대차

이미 해외 시장에서는 BMW의 엑세스 바이 BMW(Access by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콜랙션(Mercedes-Benz Collection), 폴크스바겐의 드로버(DROVER)같은 독일 기업뿐만 아니라 포드의 SIXT+, 캐딜락의 북 바이 캐딜락(BOOK by cadillac), 제너럴 모터스(GM)의 SMSi 등 미국 기업들 역시 일찌감치 구독 서비스를 내놓은 상태다. 아니, 구독 서비스를 내놓지 않은 글로벌 기업이 없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BMW 미니가 ‘올 더 타임 미니’로 국내 자동차 구독 시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한국 기업인 현대차의 ‘현대 셀렉션’과 ‘제네시스 스펙트럼’, 그리고 기아차의 ‘기아 플렉스’가 뛰어들었다. 자동차 구독이란 무엇이며, 어떤 특징이 있을지 현대 셀렉션과 기아 플렉스를 통해 알아보자.

차량 관리와 부대비용 모두 회사가 관리··· 차량 구독 서비스

자동차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소모품 중 가장 고가의 물건이다. 알다시피 차량을 운행하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발생하고, 주기적인 소모품 교체와 보험료 납부, 유지비 등이 꾸준히 발생한다. 따라서 자동차를 자가로 소유하는 것은 그만큼 차량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재산 관리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차량 가격과 관리에 따라 각자 조건에 맞는 구매 방식을 선택한다. 만약 모든 관리를 직접 진행하면서, 추가적인 월납이 싫다면 차량 구매 대금을 완납하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월납으로 할부 구매한다. 이 경우 유지 관리나 세금은 본인이 직접 부담한다.

이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서비스가 리스다. 자동차 리스는 자동차세나 정비 등 차량 부대 업무를 대여 주체가 대신 진행한다. 또 할부와 달리 차입금 발생이 없어 부채 발생 비율을 줄이고, 리스료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받을 수 있어 회계 처리도 간편하다. 아울러 리스 종료 시 차량 반납이나 인수도 가능해 법인 차량으로 인기가 높다. 결국 자동차 구독은 매월 납입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할부와 비슷하고, 또 유지관리를 대행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리스와도 흡사하다. 그럼에도 차량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특유의 간편함과 빠른 차량 교체 덕분이다.

현대 셀렉션은 준중형, 중형, 준대형 차량별로 월 단위 구독 대여가 가능한 서비스다. 출처=현대차
현대 셀렉션은 준중형, 중형, 준대형 차량별로 월 단위 구독 대여가 가능한 서비스다. 출처=현대차

현대 셀렉션은 1개월 단위로 구독하는 차량 구독 서비스다. 한 달에 한 번 소형 및 준중형 차종인 아반떼와 베뉴 중 하나를 선택해서 타는 베이직, 베이직 2개 차종과 준중형 SUV 및 중형 세단인 투싼, 쏘나타 중 한 대를 월 1회 교체하며 탈 수 있는 스탠다드,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 및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를 월 2회 교체할 수 있는 프리미엄까지 3개 모델로 나뉜다. 가격은 차량 급에 따라 59만 원에서 99만 원까지 나뉘고, 서비스 기간 내 원하는 차량을 교체해가며 이용할 수 있다.

기아 플렉스는 일반 차량 구매자나 전기차 구매 예정자에게 새로운 구매 방식을 제안한다. 출처=기아자동차
기아 플렉스는 일반 차량 구매자나 전기차 구매 예정자에게 새로운 구매 방식을 제안한다. 출처=기아자동차

현대차가 전 세대 대상으로 구독 모델을 준비했다면, 기아차는 중형 및 대형 차종을 원하는 이들을 겨냥하고 있다. 구독 가능한 서비스는 K9과 스팅어, 모하비 3대를 월 1회 교환하는 식으로 타는 교환형, 그리고 K9, 모하비, 니로/소울 전기차, K7 프리미어, 소렌토 다섯 개 모델을 단독으로 선택하는 모델이 있다. 가격은 최소 87만 원에서 최대 159만 원까지 다양하고, 익스프리언스 차량으로 월 1회 72시간 동안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이용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평소 운행하는 차량과 더불어, 종종 의전용 차량이 필요한 업무 환경이라면 생각해볼 조건이다. 니로/소울 전기차를 구매할 생각이 있다면, 부가서비스도 고려해볼만 하다. 두 차종은 월 11만 원대에 전국 한전, 환경부, 에스트래픽 충전소에서 무제한으로 충전할 수 있다.

중도 해지 OK, 단기 대여도 OK, 1달에 한 두번 차종 교환까지

어찌됐건 현대 셀렉션과 기아 플렉스 모두 차량을 이용하기 위한 수 많은 방법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완납, 할부 방식이 있고, 최근 들어 리스 비율과 카 셰어링 비중이 높아지는 와중에 등장한 방법이다. 그런데 차량 구독은 이전의 어떤 조건들보다도 유연하게 차량을 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완납과 할부는 차량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다. 당연히 차량 교환이나 유지 보수는 개인의 몫이다. 만약 리스를 선택할 경우, 차량의 소유권은 기업에게 있고 유지 보수 역시 기업의 몫이다. 사용자는 선납금을 입금한 다음 계약 기간동안 차량을 이용하고, 계약이 끝나면 차량 인수 혹은 반납을 선택하면 된다.

자동차 구매 예정자는 금전적으로 유리한 부분에 끌린다. 자동차 구독이 새로운 차량 이용 방법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에 대해선 온전히 금전적인 부분에 달렸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구매 예정자는 금전적으로 유리한 부분에 끌린다. 자동차 구독이 새로운 차량 이용 방법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에 대해선 온전히 금전적인 부분에 달렸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차량 구독은 여기에 제약이 없다. 차량의 소유권과 유지 보수는 기업의 몫이고, 차량의 계약 기간도 정해진 게 없다. 선납금도 따로 예치할 필요 없고, 최소 1달부터 매월 단위로 단기간 이용하는 개념이다. 평소 차량을 보유하지 않는 사람이 부담없이 단기간 차량을 이용할 시기일 때 렌트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탈 수 있다. 장기 렌트 목적이라면, 차량 교환이나 중도 해지한 점도 흥미로운 조건이다.

덕분에 장기 렌트나 카 셰어링으로 차량을 운행하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기존 장기 렌트의 경우, 차량 관리를 렌터카 회사에서 진행하는 점은 동일하지만 연 운행거리 제한이나 계약 기간 내 차량 교체가 불가능하다. 반면 현대 셀렉션은 주행거리 무제한에 차량 교체가 가능한 게 장점이다. 금액과 관리 서비스는 거의 동일하지만, 중도 해지나 차량 교체가 가능한 점 덕분에 인기다.

현대차가 2019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집계한 현대 셀렉션 사용자 자료, 평균 43세의 이용자가 3.2개월 씩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현대차
현대차가 2019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집계한 현대 셀렉션 사용자 자료, 평균 43세의 이용자가 3.2개월 씩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현대차

현대차가 2019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용한 시범서비스 자료를 보면 50% 이상이 20~30대였고, 실 사용자 비율은 30~40대가 76%에 달했다. 평균 이용 기간은 3.2개월이었다. 시범 서비스인 까닭에 구매 대신 차량 체험 목적의 30~40대 비중이 높지만, 차량 운행을 원하는 20~30대 사용자의 관심이 훨씬 높다. 사실 차량을 보유하면 예상보다 잦은 소모품 교체나 예상치 못한 문제도 꾸준히 생기고, 세금이나 보험료 등에 대한 부담도 꾸준하다. 자동차 구독은 이런 걱정을 속시원히 해결한다는 점에서 향후 렌트, 리스 시장을 크게 위협할 것이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수익이 나는가는 제조사가 풀어야 할 숙제다.

구독 경제가 도래하면서 소비 패턴도 크게 바뀌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시장 분위기도 바뀌는 추세다. 소유가 아닌 빌려 쓰는 경제가 정착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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