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배터리 혁신으로 2만 5천 달러 전기차 선보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모델 S를 시작으로 전기차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는 테슬라가 또 한 번의 역사적 순간을 만드는 것일까? 테슬라는 22일 오후 1시 30분(현지 시각)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에서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열고, 전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차량 배터리 기술을 공개한다. 이날 공개되는 것과 관련해 100만 마일(160만km) 수명의 배터리부터,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전고체 전지(ALL Solid-State Battery) 등등 수많은 가능성이 거론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배터리 효율과 생산 공정을 개선한 새로운 테슬라 배터리에 관한 내용이 공개됐다.
이번 발표는 코로나 19 여파로 비대면으로 진행됐는데, 테슬라 모델 3 수십 대를 동원해 참가자 간 거리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15개월만에 양산 체제에 진입한 상하이 공장, 테슬라 SUV인 모델 X에 관한 내용을 간단히 다뤘고, 이어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가정용 태양광 발전 시스템에 대해 선보였다. 아울러 오토파일럿 기능의 향상에 관해 설명하며, 빠르면 한 달 뒤 완전자율주행 베타버전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으며, 상하이 공장에 이어 독일 베를린, 미국 텍사스에 새로운 공장 부지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해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날 핵심인 배터리는 테슬라 파워트레인 및 에너지 엔지니어링 부사장인 드류 베그리노(Drew Baglino)와 일론 머스크가 함께 진행했다. 발표에 앞서 최근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에 관한 환경오염을 현실로 조명하며, 친환경 에너지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미국에서만 32기가와트에 달하는 친환경 에너지의 76%가 풍력과 태양열 발전으로 생산되고 있고, 이에 관한 저장과 발전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오늘날의 배터리 공장은 여전히 스케일이 작고, 이를 저장하는 효율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먼저 ‘테라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한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력 비중은 0.1테라 와트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로봇 택시나 승용차, 픽업 트럭, 상용 트럭까지 포함해 100배에 달하는 10테라 와트 생산이 요구된다. 2테라 와트급만 되어도 135개 기가팩토리에 전력을 제공할 수 있으니 테슬라가 생각하는 연간 생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두 번째 목표는 배터리 가격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데 있다. 현재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가격 비중은 굉장히 높은데, 이미 2012년과 비교해 상당히 가격이 낮아진 수치긴 하다. 하지만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는 것에 비해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배터리 체감 가격이 내려가진 않았다.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진 않았음에도 수요 증가로 인해 장기적인 생산 목표를 100배나 늘려하는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날 공개된 새로운 배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테슬라가 공개한 차세대 배터리는 지름 46mm에 높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로, 현재 테슬라에 탑재되는 18650 전지와 비교해 5배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고, 6배 강한 출력에 16% 길어진 주행거리를 기대할 수 있다. 공정 면에서는 포일을 감는 방식을 채택해 생산 효율을 끌어올렸고, 10배에 달하는 생산 에너지 저감과 10배의 탄소발자국 저감을 이뤄냈다. 게다가 공정 효율화를 통해 현재 배터리와 비교해 -66%의 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생산 비용도 -76%나 줄였다. 심지어 물 소비는 0에 수렴한다.
일론 머스크는 새로운 고효율 배터리 탑재 덕분에 필요한 내부 공간이 줄었고, 이에 따른 부품 수도 크게 줄였음을 언급했다. 아울러 비행기 날개 내부에 연료탱크를 넣는 것처럼, 새로운 배터리 역시 차체 내부에 탑재해 안정성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테슬라는 차세대 배터리를 기반으로 2022년까지 100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030년까지 3테라와트시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배터리 혁신을 통해 추후 25,000달러 수준의 더욱 저렴한 전기차를 선보이겠다고 밝혔고, 내년 말, 400m를 9초안에 돌파하고, 1,100마력 내외의 출력을 가진 고성능 전기차, 플래드 모델 S (PLAID MODEL S)을 출시하겠다는 깜짝 선언도 빠지지 않았다.
전기차 보급의 신기원 될까··· 양산 성공 여부에 달려
한편, 배터리 데이가 개최된 날을 기준으로 테슬라 주가는 -5.6% 하락했다. 미국 주요 증시가 상승 마감했지만,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신기술을 양산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이는 프로토타입을 생산하는 것보다 1,000~10,000%는 어렵다’, ‘파나소닉과 LG, CATL 등을 통해 배터리 수급을 늘리고는 있지만 우리가 조처를 하지 않으면 2022년에는 상당한 수급 불안을 겪을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남기면서 바람에 주가가 역주행했다. 지난 4월만 해도 ‘테슬라 역사상 가장 짜릿한 일이 될 것’이라고 남겼던 반응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내용을 놓고 보면, 단순히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지 말라는 일론 머스크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해당 내용이 상용화된다면 지금의 전기차 단가와 안전 문제에 큰 진전을 가져와 내연기관을 대체하고, 환경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시장이 기대했던 리튬이온을 넘어서는 차원의 배터리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마의 500km를 넘기기 어려운 현재의 전기차 공정에서는 업계 선두주자 다운 내용이긴 했다. 배터리 양산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분명 전기차 보급의 신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