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한 집콕 시대··· 개성있는 프리미엄 가전이 뜬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만나며 접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어야 하고, 행여 악수라도 했다간 비눗물로 손을 씻어야 한다. 10인 이상 모이는 자리는 피해야 하고, 필요한 용건 이외에는 가능한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코로나 19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대면 업무가 기본인 서비스업이나 외식업 등의 실물 경제는 겪어보지 못한 충격에 빠진 상태다.
반대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에 활용할 물건이나 서비스에 관련된 시장은 특수를 누리고 있다. 신선식품 직배송 서비스인 마켓컬리는 이미 5월에 2천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코로나 19로 인해 확대된 식품 배송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고, 쿠팡 역시 올해 1분기 온라인 결제액이 4조 8,400억 원을 돌파하며 로켓 성장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식품 배송뿐만 아니라 가전이나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 평소 집안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던 물건들에 대한 지출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알레르기 방지나 소독 등 집 청소에 관련된 시장도 역대급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품질, 고성능 소형 가전에 집중, 사회 현상도 반영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가 조사한 국내 ‘진공청소기’, ‘공기청정기’, ‘헤어드라이어’, ‘헤어스타일러’의 판매량 및 판매 금액 비교에 따르면, 2017년 공기청정기는 221만 대 판매되었으나, 2018년에는 313만 1천 대로 42.1% 판매량이 급증했다. 판매량에 따른 성장률이 72.5%에 달한다. 같은 기간 헤어드라이어는 223만 1천대에서 -10.1% 감소한 200만 6천 대 판매됐지만, 전체 판매금액은 24.9%로 성장했다. 진공청소기 역시 판매량으로는 8.6%, 판매 금액으로는 35.7% 성장했다. 해당 통계로 볼 때, 국내 소비자는 저렴한 제품보다는 프리미엄 제품에 다가서고 있으며, 사회 현상이 구매 의사에 반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42%나 급증한 이유도 해당 시기에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적 관심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시장 상황은 어떨까? 앞서 분기별 성장세가 조금씩 이어지기는 하겠지만 큰 틀에선 변화가 예상된다. 일단 중국발 공장이 멈추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크게 줄었고, 실제로 미세먼지 발생 빈도도 줄었다. 아울러 외출 빈도가 줄어든 만큼 헤어드라이어나 스타일러에 대한 관심도 예전만큼은 못할 수밖에 없다. 반면 매일 집에 있으면서 눈에 밟히는 먼지나 머리카락 때문에 청소기를 사려는 수요는 분명 증가할 것이다. 매일 쓰는 침구류나 소파, 러그 등을 청소하려는 빈도도 늘어날 것이다.
다이슨이 전 세계 80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한국 소비자의 60%가 하루 한 번 이상 청소한다고 답했다. 80개 국 소비자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청소를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청소를 하는 빈도가 잦은 이유는 생활 관습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 카펫 등에서 생활하는 서구권과 달리, 마루나 장판 등에서 맨발로 생활해 바닥의 오염도를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반려동물을 실내에서 키운다거나, 바닥재를 백색으로 하는 인테리어가 유행인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5년 국내에서 처음 무선청소기가 출시된 이후,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은 빠르게 무선 청소기로 넘어왔다. 당시 소비자들은 유선 청소기의 대체재, 혹은 보완재로 무선 청소기를 구매해왔다. 무선 청소기 출력이 약하기도 했고, 제대로 된 청소는 유선 청소기로 주말 아침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접한 무선 청소기는 생각 이상의 출력과 활용도를 제공했으며, 주말 아침을 할애해서 하는 청소하지 않고 눈에 보일 때마다 자주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유선 청소기와 비교해 출력이 부족하긴 해도, 선이 없어서 훨씬 더 자주 청소할 수 있고, 간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된 것이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소비자들이 먼저 무선 청소기의 흡입력이나 활용도, 간편성, 배터리 시간 등 핵심 성능까지 짚어볼 만큼 시장이 성숙했다. 지난 7월, 다이슨이 공개한 디지털 슬림과 옴니-글라이드는 이같은 소비자 인식과 선택권을 잘 겨냥한 예시다. 다이슨 디지털 슬림은 다이슨 V11 대비 30% 가벼운 1.9kg의 경량형 제품인데, 스틱과 헤드를 모두 포함한 무게가 이렇다. 기존의 무선 청소기가 무겁진 않더라도, 몸체가 가벼운 쪽이 더 자주 청소하는데 유리하다. 특히 제품은 경량화되었지만, 다이슨 하이퍼미디엄 모터가 내장돼 흡입력도 강력하다. 아울러 흡입된 공기가 후면의 5단계 필터 시스템을 거치면서 먼지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잡아내도록 한 점도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를 잘 파악한 예시다.
비좁은 틈이나 편리한 움직임을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다이슨 옴니-글라이드에 주목할만하다. 옴니 글라이드는 전방향 플러피 클리너 헤드라는 독특한 방식의 헤드를 장착하고 있는데, 청소기 동선은 직선이어야한다는 인식을 부수고 원형이나 곡선, 대각선으로 청소할 수 있다.예를들어 의자가 많은 식탁 아래나 소파 다리 아래 공간은 무선 청소기더라도 청소 동선이 까다롭다. 반면 옴니-글라이드는 청소방향이 자유자재라서 식탁 다리를 헤드로 휘감거나 좌우로 그대로 움직일 수 있다. 두 제품 모두 여기에 그치지 않고, 먼지통과 필터, 클리터 헤드를 분리해서 물세척할 수 있고 배터리도 원터치로 교체할 수 있다.
프리미엄 소형 가전 ↑ 하지만 특별해야 살아남을 것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은 전 세계 청소기 시장 규모는 2024년에 205억 달러가 될 것이며, 2024년까지 6.06%의 연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한 생활 스타일의 변화와 건강 및 실내 공기와 관련된 관심의 증대, 도시인구의 증가나 알레르기 관련 질병의 발생 증가 등이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청소기 시장의 변화는 무선 청소기 기업들에게 있어 기회가 될 것이며, 소비자에게 있어서는 그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청소 방식을 도입할 계기가 될 것이다. 그만큼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소비자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의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이 살아남으리라 본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