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커진 스마트 공기청정기 시장, 중소기업들에게도 기회
[IT동아 김영우 기자] 환절기가 되면 온도나 습도, 미세먼지량 등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더불어 최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실내 생활을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습기나, 제습기, 공기청정기를 비롯한 실내공기질 관리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의 경우, 2017년 140만대 규모에서 작년에는 350만대 수준까지 커졌으며, 올해는 400만대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실내공기질 관리 제품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IoT(사물인터넷) 기술 기반의 스마트 기능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IoT 기술은 다양한 제품과의 상호연동을 강조하므로 해당 제품이 어떤 IoT 플랫폼을 지원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집 반경 1km 안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제습기와 에어컨이 미리 구동해 실내 온도 및 습도를 적절히 맞추고, 실내 조명도 자동으로 켜지며 사용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식이다. 만약 각각의 IoT 기기가 다른 플랫폼에 속해 있다면 이런 연동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IoT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 가습기나, 스마트 제습기, 스마트 공기청정기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있는 것도 향후 IoT 플랫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의 ‘무풍큐브’ 공기청정기는 두개의 본체를 결합, 혹은 분리하여 다양한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을 강조함과 동시에 자사의 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적용, 모바일을 통한 원격제어 및 다른 삼성전자 IoT 제품과의 통합 모니터링 기능을 지원한다.
LG전자의 ‘휘센’ 제습기 역시 듀얼인버터를 탑재해 제습 성능 및 전력 효율을 동시에 향상시켰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자사의 ‘씽큐(ThinQ)’ IoT 플랫폼을 통한 원격 제어 및 통합적인 연동기능을 제공한다는 설명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애매한 입장에 처한 것이 중소기업들이다. 이들 역시 다수의 실내공기질 관리 제품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지만 독자적인 IoT 플랫폼을 구축하기엔 자금이나 인력, 인지도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뛰어난 아이디어나 마케팅 전략이 있다고 해도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제조사들의 IoT 역량이 강화되면서 그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국내 중소 IoT 기업들 역시 상당부분 약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중소기업들은 중국 제조사로부터 OEM(위탁생산)이나 OD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이를 국내에 파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제품들은 디자인이나 일부 기능이 다르더라도 내부의 핵심 모듈은 같은 것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중국산 스마트 가습기나, 스마트 제습기, 스마트 공기청정기 등의 경우, 제조사는 달라도 핵심 IoT 모듈은 같은 업체의 것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동일한 계열의 모듈을 탑재한 제품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나 모바일 앱에도 호환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내공기질 관리 제품 외에 전등이나 체중계, 스마트 플러그, CCTV, 도어록 등 다양한 제품에 같은 IoT 모듈이 탑재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 역시 연동이 가능하다. 이런 제품을 OEM이나 ODM 방식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중소기업들 역시 자연스럽게 상당한 규모의 IoT 생태계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중국 제조사들의 IoT 제품 포토폴리오가 상당히 충실해진 점 역시 이들과 협력관계에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는 주목할 만한 점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최근의 추세에 맞게 비말(침방울) 감염 억제 기능을 갖춘 공기청정기나 가습기도 있으며, 실외 공기를 흡입하여 정화한 후 실내에 유입시키는 공기순환기 등, 국내에선 그다지 볼 수 없는 제품군도 상당수 나온 상태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 현지 제조사와 국내 기업 사이를 중계하는 업체들도 있다. 하드웨어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기업이라도 제품 판매 아이디어만 있다면 적합한 제품을 들여와 IoT 사업에 비교적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단순히 제품을 들여와 브랜드만 붙여 파는 것 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미 다른 기업들이 유사한 제품을 도입해 팔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oT 사업 지원 업체인 애니온넷(AnyOnNet)의 김주혁 총괄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IoT 지원 가습기나, 제습기, 공기청정기 등을 중국 제조사에 주문해 판매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도입제품을 선정하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나 마케팅으로 차별화하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