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9kg에 담은 청소의 기술, 다이슨 디지털 슬림 플러피
[IT동아 남시현 기자] 패러다임(Paradigm),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나 틀을 말한다. 사람들이 당연시하던 것이 어떤 현상을 계기로 새롭게 바뀌어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 일상에서도 알게 모르게 접할 수 있는데, 가장 이해가 쉬운 경우가 바로 스마트폰 관련이다.
몇년 전만 해도 이어폰은 선이 있는 것이 당연했지만, 에어팟 출시 이후 지금은 선 있는 이어폰을 쓰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아이폰 5S 출시 당시 지문인식은 미래지향적이고 별난 기술처럼 여겨졌지만, 그 편의성과 보안 덕분에 지금은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IT업계는 기술 발전에 따른 패러다임 변화가 급진적이며, 그 편의성을 인정받으면 빠르게 대세로 자리 잡는다.
우리 생활의 필수품인 청소기도 마찬가지다. 1991년 창립한 다이슨은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타입의 청소기를 시작으로 손잡이가 달린 청소기, 투명 먼지통 청소기 등을 내놓으며 전 세계 청소기 시장을 뒤흔들어놓았다. 2010년대를 기점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자 다이슨은 본격적으로 무선 청소기까지 출시하기에 이른다. 당시만 해도 전선을 꽂는 유선 청소기가 대세였지만, 무선 청소기는 여기저기 옮겨다니며 선을 꽂을 필요 없는데다가 가볍고 더 자주 쓸 수 있어 빠르게 대세가 됐다. 2020년 출시되는 거의 모든 가정용 신상청소기는 무선 청소기며, 이 중심에 다이슨이 있다.
소프트 롤러와 봉, 보디를 모두 합쳐도 1.9kg, 다이슨 디지털 슬림
현재 다이슨은 V8, V10, V11 등 다양한 구성의 무선 청소기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초경량 모델은 옴니-글라이드와 디지털 슬림 시리즈도 선택지에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한 다이슨 디지털 슬림은 헤드와 봉, 보디를 모두 합쳐도 1.9kg에 불과하며, 전면 직결식 구성으로 가볍고 자주 쓰기 편한 무선 청소기를 찾는 이들에게 딱 맞는 구성을 갖고 있다.
다이슨코리아는 지난 7월 말, 자체 행사를 통해 옴니-글라이드와 디지털 슬림 시리즈를 공개했다. 옴니-글라이드는 전 방향 플러피 클리너 헤드를 장착해 헤드가 360도로 회전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고, 크레비스 툴을 이용해 어두운 틈새도 청소할 수 있다. 디지털 슬림 시리즈는 미세먼지 청소 기능과 5단계 필터레이션 시스템 등 다이슨의 핵심 기술을 갖추면서도, 매일 써도 부담 없이 가볍게 쓸 수 있는게 콘셉트다.
디지털 슬림 플러피는 11개의 소용돌이 형태의 싸이클론 기술이 적용됐고, 모터는 최대 120,000rpm으로 동작하는 다이슨 하이퍼미디엄 모터가 적용돼 유선 청소기만 사용한 사람도 기대 이상이다 싶을 정도의 흡입력을 제공한다. 특히 흡수된 공기가 새어나가는 틈 없이 먼지를 잡도록 돼있어 먼지를 잡아내는 능력도 상당하다.
헤드를 전면으로 직결하는 스타일이라 봉 없이도 헤드를 연결할 수 있고, 먼지통은 0.3L 사이즈에 분리할 수 있다. 먼지통은 분리하지 않고도 비울 수 있어 간편하게 먼지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흡기된 공기는 후면의 5단계 필터 시스템을 통해 먼지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잡아낸다. 전체 무게가 1.9kg임에도 기존 다이슨 모델들이 갖춘 기본기는 다 갖춘 셈.
배터리는 바닥면에 고체형으로 돼 있고, 별도의 충전기를 활용한다. 제품 구매 시 포함된 벽걸이형 충전 거치대에 충전기를 꽂으면 벽걸이 상태로 바로 충전할 수 있고, 배터리를 분리한 다음 그 자체를 충전할 수도 있다. 배터리는 LCD창으로 충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슬림 플러피의 배터리는 원터치 방식으로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예전 모델의 경우 배터리 수명이 다 되면 별나사 등을 분리해야해 교체가 까다로웠지만, 그럴 필요 없이 여분의 배터리를 사서 장착하기만 하면 된다.
제품 구성은 다이슨 디지털 슬림 플러피와 플러피+, 플러피 프로에 따라 내용품이 다르다. 리뷰에 사용한 구성은 디지털 슬림 플러피 모델로, 기본 봉과 소프트브러쉬 헤드를 포함해 콤비네이션 툴, 미니 모터 헤드 툴, 라이트 파이프 크레비스, 벽걸이형 거치대가 포함돼있다. 일단 기본 헤드는 내부에 돌아가는 롤 자체가 나일론 섬유라서 바닥 손상이 적게 먼지를 흡수한다. 미니 모터 헤드 툴은 기본 헤드보다 40%가량 크기를 줄인 헤드로, 폭은 작지만 그만큼 출력을 집중시켜 쓸 수 있다. 하드 타입의 브러시가 장착돼있어 단단한 마루나 러그, 카페트에 쓰기 좋다.
콤비네이션툴은 부드러운 브러쉬와 단단한 사각형 흡입구가 결합된 부품이다. 창 틀이나 소파 등을 청소할 때 적절하다. 라이트 파이프 크레비스는 좁은 틈새를 청소할 때 쓰는 툴이다. 그런데 여기서 라이트는 가벼워서가 아니라, 광원이 내장된 타입을 의미한다. 동작 시 전면에 밝은 백색 LED 2구가 동작해 침대 틈이나 옷장 등 좁고 어두운 틈새를 더 깔끔하게 청소할 수 있다. 모든 툴은 직결 방식이므로 봉에 꽂거나 본체에 바로 장착할 수 있고, 먼지통과 필터, 콤비네이션 툴은 물로 청소할 수 있다.
배터리 상태는 후면의 지능형 실시간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일반, 미디엄, 부스트 세 가지 모드에 따라 실시간 배터리 수명을 표기해주고, 필터 장착이나 막힘 상태 알림 등을 보고한다. 작은 LCD 스크린이지만 화면이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배터리가 100%인 상태에서 일반 모드는 50분 정도 사용할 수 있고, 미디엄은 30분, 부스트는 7분 정도 유지된다. 또한 청소기가 닿고있는 표면 상태에 따라 추가 출력으로 인해 소요 시간이 더 줄어든다. 가령 일반 모드로 단단한 바닥을 청소하면 표기 시간대로 시간이 줄지만, 부스트 상태로 미니 헤드를 장착한 다음 러그를 청소하면 7분보다 더 빨리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실제 사용 시간이 비교적 정확하게 표시되는 터라 간단하게 상황을 보고 청소를 이어나갈 수 있다.
기자는 현재 약 40만 원대 타사 브랜드 청소기를 이용하고 있다. 출력은 충분하지만, 최근 구매한 러그 청소까지는 무리가 있음을 느낀다. 러그 털 길이가 15mm가량 되기 때문에 한번 먼지가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다이슨 디지털 슬림 플러피라면 어떨까? 출력을 확인하기 위해 러그에 구슬 모양의 흡습제를 메워넣고 청소를 시작했다. 비교군으로 사용한 제품은 침구 및 러그 청소 도구에 헤드 모터가 별도로 장착된 모델을 사용했고, 최고 출력 상태에서 느리게 3번 정도 왕복했다. 다이슨 디지털 슬림 플러피는 하드 타입의 소형 모터 헤드를 사용해 부스트 모드로 두 번 왕복했다.
둘 헤드 모두 하드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비교군으로 사용된 부분은 알갱이가 다소 남고, 지나간 부분이 깔끔하진 않았다. 웬만큼 빨아들이긴 했지만 청소를 끝내기 위해서는 여러 방향으로 오가야할 듯하다. 반면 디지털 슬림 플러피는 헤드가 지나간 위치가 칼로 잰 듯 청소됐다. 깊게 숨은 알갱이의 양도 비교군보다 훨씬 적었다. 청소라는 게 상황마다 다르지만, 다이슨 제품의 활용도나 청소 능력이 뛰어난 건 분명해 보인다.
먼지통은 0.3L로 다이슨 전체 제품군 중에선 조금 작다. 하지만 쉽게 먼지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자주 비우면 된다. 먼지통은 제품 아래 하단에 있는 레버를 앞으로 밀면 전면에 문이 열린다. 긴 머리카락 등이 걸리긴 하지만 마른 먼지는 쉽게 빠져나온다. 만약 내부에 확실하게 먼지를 제거하고 싶다면 문이 열린 상태에서 바닥에 있는 숫자 1을 누른 상태로 앞으로 뺀다. 그럼 먼지통이 완전히 빠져나오며 물청소까지 할 수 있다. 또한 별나사 드라이버가 있다면 실리콘 부분까지 열어서 청소할 수 있다.
가볍지만 성능은 확실, 가격은 안 가벼워
다이슨 디지털 슬림 플러피는 봉과 헤드를 포함하고도 1.9kg의 가벼운 무게에 다이슨 제품 특유의 기본기는 다 갖추고 있다. 다이슨의 최상급 제품인 V11이 2.95kg인 것과 비교해 1kg이나 가볍다. 가벼운 청소기가 좋은 노약자나, 무선청소기 활용 빈도가 매우 잦아 가벼운 제품이 필요한 조건에 딱 맞는 제품이다. 배터리 분해나 필터 및 먼지통 물청소, 기본 구성품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하지만 작고 가볍다는 말은, 역으로 말해서 작게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기술력과 경량 재료를 사용했다는 의미다. 가격이 더 비싸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현재 다이슨 디지털 슬림 플러피는 기본 구성이 70만 원대 후반으로 다이슨 V8 플러피보다 20만 원은 더 비싸다. 그랩앤고(Grab&Go) 스탠드형 거치대와 매트리스 툴, 연장 호스, 스터번 더트 브러쉬 등이 포함된 플러피 + 및 프로 제품은 80만 원대 후반이다. 기존 다이슨 V 시리즈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볍고 기동성이 좋은 제품을 찾는다면 다이슨 디지털 슬림 플러피가 적절하겠지만, 조금 무거워도 괜찮다면 다이슨 V8 제품군을 선택하는 것도 생각해보자.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