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에코] 지구도 지키고 동물과 생활도 지키는 업사이클링
[IT동아 강형석 기자] 환경 보호 방법은 규제를 통한 억제가 아닌, 수요 주체의 능동적인 태도 변화에 있다. 전 인류 스스로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소비재를 사용하고, 소비된 자원이 올바르게 순환할 수 있게 적절히 폐기되어야 한다. 친환경 제품 사용이나 재사용, 그리고 재활용 같은 방식도 있지만, 최근에는 낡거나 버려진 물건을 가공해 새 가치로 재창출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주목받고 있다.
재활용으로 버려지는 자원을 줄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상품성까지 갖춰야 해서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고, 제품 생산 과정에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업사이클링을 비롯한 친환경 제품 관련 시장은 환경 보호는 물론 경제적 실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서 각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 성장을 장려하고 있다.
환경보호 제품 사용이 전 세계적 추세로 기울면서, 환경부를 비롯한 국내 관련 산업도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환경보호 자체가 기업보다는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문제기 때문에 국내 친환경 산업도 정부와 기관이 앞장서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가 추진하고 있는 '2020 환상마켓(온라인 에코 플리마켓)' 사업도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환상마켓에 진열된 상품의 핵심 주제는 역시 '환경 보호'다. 제품 하나하나가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 보호에 힘쓴다. 이 중 동물과 생활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친환경 사업자의 제품 8가지를 정리해 봤다.
레미디 – 버려지는 호텔 침구를 활용한 반려동물 방석 ‘레미투미 럽마베베’
우리가 휴식을 위해 방문하는 호텔. 이곳에서는 최적의 취침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진다. 숙박이 마무리되면 그 객실의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가 교체되고, 숙박을 진행할 때에도 필요에 따라 매일 교체가 이뤄진다. 문제는 이들을 세척해 사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로 버려진다는 점이다. 이는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레미디는 호텔에서 버려지는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의 재질인 면 소재를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반려동물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방석인 ‘레미투미 럽마베베’다.
럽마베베는 호텔 침구의 장점을 그대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급 면 소재를 활용해 진드기와 먼지 침투를 방어, 반려동물의 건강과 위생을 고려했다. 부드러운 재질은 반려동물이 편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돕는다. 털 제거가 쉽고, 방수 재질인 듀스포를 속지로 사용해 관리도 편하다. 단순히 호텔 침구를 재활용했지만 환경을 최대한 지키면서 반려동물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었다는 점이 놀랍다.
모나쥬 –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 ‘프로 올인원 클렌져’
피부에 촉촉한 수분과 트러블 진정 등을 위해 쓰는 화장품 및 세안(세정)품은 화학물질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유기농 소재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화학물질을 품은 제품이 많은 것이 사실. 김도희 대표는 미국 FDA에 근무하며 얻은 경험으로 누구나 써도 안전한, 걱정 없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직접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모나쥬 프로 올인원 클렌져’다.
직접 화장품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아토피가 심한 언니와 조카가 함께 쓸 수 있는 스킨 케어 제품을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마트에 판매하는 제품 대부분이 알러지를 유발하는 동물성 및 화학성분이 많은 것을 보고 난 이후다.
천연 화장품을 개발하기 위해 아토피를 위해 여러 논문을 참고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데 성공했지만 문제는 제조였다. 원료와 재조 문제로 문의하는 공장마다 거절 당했던 것.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모나쥬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모나쥬 프로 올인원 클렌저는 식물성 자연유래성분 처방이 이뤄졌고, 천연보습인자로 민감한 피부를 위한 보습 능력도 갖췄다. 환경워킹그룹(EWG) 1등급을 획득했고, 국내 6% 정도만 보유 중인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KR CGMP) 인증도 획득했다. 피부와 같은 pH 5~6.5 사이의 미산성으로 모든 연령이 전신에 사용 가능할 정도다.
바이페이퍼 – 친환경 종이로 만든 캣타워 ‘캣쓸’
종이는 비교적 많은 곳에서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활용도가 제한적이다. 바이페이퍼는 20년간 종이포장박스와 종이가구 등을 생산하며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양이가 쓸 수 있는 캣타워를 개발했다. 그냥 만든 것은 아니다. 2년 전, 어미 없이 혼자 울고 있던 새끼고양이를 데려와 사내에서 키우다 자연스레 관련 용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시작이다.
바이페이퍼의 캣타워 ‘캣쓸’은 6개의 다양한 블록을 자유롭게 연결해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게 했다. 고양이는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놀 수도 있다. 골판지 재질로 만들어 사용 후에는 자연스레 종이로 폐기할 수 있으며, 방수 코팅이 이뤄져 청소와 오염을 최대한 막아준다.
흔히 캣타워는 목재로 만들어진다. 처음 사용하면 문제가 없지만 향후 폐기하려면 어려움이 발생한다. 재활용도 쉽지 않다. 캣쓸은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고, 사용 후 재활용되는 것까지 고려한 친환경 고양이 용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식물약방 –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향유 블렌딩 아로마 에센셜 오일
대부분 제품이 재활용 혹은 화학물질 사용을 하지 않는 식으로 환경오염에 대응했다면, 식물약방은 사람의 소비 자체에 초점을 두었다. 우리의 소비가 지구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다시 몸과 마음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에 자연이 주는 재료를 통해 생활과 몸, 마음의 건강까지 챙기고자 했다. 자연스레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인다는 목표에도 부합한다.
일상향유 블렌딩 아로마 에센셜 오일은 환경운동가를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국제 아로마 테라피스트, 국제 허벌리스트가 힘을 합쳐 식물의 실질적 효능과 효과를 자연의 흐름에 맞춰 기획한 결과물이다. 각 요일별로 최적의 향을 구현했고, 이를 통해 심신의 균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쓰리비즈 – 소금의 효능을 실내에 ‘솔트데코타일’
소금의 나트륨은 우리 몸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잘 선택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쓰리비즈는 소금을 섭취가 아닌, 친환경 건강 기능성 실내 용품으로 탄생시켰다. ‘솔트데코타일’이 바로 그것인데, 이 제품은 소금의 장점을 활용해 실내주거공간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한 실내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타일 제조에 필요한 환경오염도 최소화할 수 있다.
솔트데코타일은 향균·항곰팡이·탈취·공기정화·조습 등의 기능 외에도 실내 오염물질을 흡착하고 원적외선과 음이온 등을 방출하는 등의 기능을 갖췄다. 민감한 피부를 가진 사람 혹은 쾌적한 실내 환경을 찾는 시장을 겨냥했다. 쓰리비즈는 제품의 내수성과 방수성 확보를 위해 6개월에 걸쳐 인체에 무해한 무기물질과 무기바인더를 사용했다. 다양한 건조 양생 제조공정도 거치면서 완성도도 높였다.
웰니스 – 폐기물 발생을 막은 반려동물 배변패드 ‘킁킁제로’
반려동물을 위한 용품은 계속 고급스럽게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따른 환경문제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특히 배변패드는 대다수가 일회용을 쓰고 있어 환경과 위생, 편의성과 경제성 등에서 아쉬움이 있는 용품 중 하나로 꼽힌다. 웰니스는 이를 친환경적으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고, 그 결과가 바로 ‘킁킁제로’다.
킁킁제로는 최대 3개월 가량 교체 없이 사용 가능한 배변패드다. 안에 세라믹볼을 담은 그물망은 폐기 시 토양개량재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천연성분으로 만들어 냄새를 최소화하고 향균탈취 성능을 제공한다. 상판에는 연질 소재를 적용해 반려동물의 배변처리와 세척이 용이하도록 설계했다.
어떻게 이런 제품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시작은 아들이 입양해 온 유기견에 있었다. 안락사를 하루 앞둔 유기견을 입양했지만 악취를 동반하는 배변 처리는 문제였다. 이 때문에 아들과 자주 다퉜다고. 하지만 이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국 킁킁제로의 개발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생활 속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의 결실이라 하겠다.
크레프트스토리 – 내가 원하는 곳에 붙이는 ‘맘블럭’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물질을 쓰지 않거나 재활용(업사이클링)을 통해 문제를 극복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맘블럭은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지만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직접 만들어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한 팬시용품이다.
이를 기획한 크레프트스토리는 각 지역을 상징하는 새가 있고, 그 새들이 대부분 멸종위기에 처한 보호동물종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렇게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을 이해하고, 관광객에게 지역을 홍보 및 기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 탄생한 것이 맘블럭이다.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을 이해하면서 환경보호의 가치를 일깨우는 역할도 하지만 맘블럭의 목적은 따로 있다. 블록완구로 인한 충돌과 충격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편하게 다루면서 즐거움을 갖춰야 했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스티커였다. 블록을 스티커형으로 만들면 붙일 수 있고, 원하는 곳에 붙여 전시하거나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과 사고를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은 셈이다.
그람컴퍼니 – 카페인 없는 커피박을 활용한 고양이 배변 모래 ‘블랙샌드’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커피를 만들면 그 결과물로 찌꺼기가 발생한다. 이 찌꺼기는 의외로 활용도가 높다. 악취를 막아주고, 식물을 키우는 곳에서는 거름으로도 쓴다. 전문가는 이 커피 찌꺼기의 쓰임새가 다양한데, 최소 20여 가지가 넘는다고 이야기 한다. 그람컴퍼니는 이 찌꺼기를 고양이 배변 모래로 활용했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충족하고 싶었던 그람컴퍼니는 커피박의 대표 기능인 제습과 탈취에 주목했다. 권순우 대표가 고양이를 키우며 경험한 배변냄새를 해소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적합해 보였다.
블랙샌드는 커피박을 포함해 모든 것이 천연소재로 만들어져 반려묘가 안전하게 쓸 수 있다. 기존 고양이 배변 모래는 벤토나이트와 두부모래 등이 쓰이는데, 벤토나이트는 고양이가 선호하지만 먼지날림과 사막화 현상이 심해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두부모래는 고양이 선호도는 낮지만 친환경적이다. 대신 부패하거나 벌레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람컴퍼니는 각각의 재료의 공통점은 ‘탈취력 부족’이라고 봤고, 이를 커피박과 접목하고자 했다. 1년여 시간을 보내며 다양하게 테스트를 진행했다. 입자 크기를 두 모래 사이로 만들고, 변기에 넣고 뒤처리가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개선했다.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도 미생물을 활용해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환경과 고양이, 집사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