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꿈꾸는 디지털 시대, RPA ACE팀에게 묻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패스트 무버 어드밴티지는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듦으로써 얻는 이점을 뜻한다. 특정 시장이 개척되기 이전에 시장 점유율을 선점해 다른 경쟁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보통은 시장 자체가 유연한 스타트업에서 많이 쓰이지만, 의외로 금융계에서도 패스트 무버라는 단어가 쓰인다. 금융계가 보수적이고, 경직된 시장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경직된 사이에서도 먼저 치고 나가는 기업이 선도적 입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자체 인증 수단인 KB모바일인증서나 부동산 종합 정보 KB부동산 리브온, 정책자금 지원 연계 시스템인 KB브릿지 등 다른 은행에서 보기 힘든 서비스를 다루는 이유도 선도적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으로도 충분히 광폭 행보인데, 내부적으로는 어떤 분위기일까. 이에 KB국민은행의 변화를 이끄는 조직, KB국민은행 RPA ACE 최종덕 차장을 만나 설명을 들어보았다.
KB국민은행의 애자일 조직, RPA ACE팀은 어떤 팀?
KB국민은행은 2018년부터 경영기획그룹, 개인고객그룹, 스마트고객그룹 등 6개 그룹에서 ACE(Agile, Centric, Efficient)라는 명칭의 10개 애자일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애자일 조직이란,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구성되는 기민한(애자일) 조직으로, 효율적인 프로젝트 관리와 선도적 경쟁력 확보를 우선시한다.
최종덕 차장이 속한 RPA ACE는 전행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도입 및 추진에 초점을 맞춘 조직이다. 최종덕 차장에게 ACE와 RPA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에 최 차장은 "RPA ACE는 국민은행에서 RPA 사업을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애자일 조직으로, 현재 11명이 소속되어 있다. 우리 ACE에서는 RPA 전행 확산을 위한 사업 계획 수립 및 기술 검토 그리고 실행까지 RPA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맡고 있다. 목표는 RPA 도입을 통해 영업접 및 본부 부서 직원의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데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대세는 비대면, 그리고 디지털 전환
외부 환경에 기민한 조직이라면, 올해 최대 화두인 코로나19에 대한 반응도 빠를 것으로 예측된다. KB국민은행의 내부 흐름은 어떨까? 최 차장은 "기존에는 영업점에서 대면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로는 비대면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한정적인 비대면 업무를, 신기술을 도입하여 영업점 별로, 단계별로 확대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OCR(광학 문자 인식) 기술을 통해 은행에 내점할 필요 없이 비대면으로 서류를 접수 받거나, 대출 프로세스 상담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KB 국민은행의 변화를 축약하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하 디지털 전환)으로 결부된다. 디지털 전환이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기업의 문화와 의사결정과정까지 모두 디지털로 혁신하는 전반적인 흐름을 뜻한다. 많은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최 차장은 "국민은행 역시 몇 년 전부터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고, RPA를 추진한 것은 약 3년 전부터다"라며 "대표적인 사례가 '급여이체 등록 업무'다. 원래 급여이체 업무는 단순한 등록 작업이지만 직원이 항목을 확인하고 진행해야 했다. 여기에 RPA를 도입해 작업은 로봇이, 직원은 최종 결정만 하는 식으로 업무를 자동화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동화된 업무는 현재 183개에 달하며, 현재까지 절약한 작업 시간이 무려 125만 시간에 달한다. 특히 RPA가 기존 시스템에 그대로 로봇 자동화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유아이패스 RPA로 발돋움 중인 KB국민은행
국민은행의 RPA 도입 과정과 현재 상황은 어떨까? 최 차장은 "기존에 사용하던 RPA는 서버가 아닌 개별 PC에서 국소적으로 동작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더 큰 규모의 자동화 과제가 주어지면서, 유아이패스 RPA를 접하게 되었다. 유아이패스 RPA는 대규모 업무에도 안정적이고, 문제 발생 시 시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현재 거의 대부분 과제를 유아이패스 툴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RPA로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수작업·단순 반복업무가 많은 부서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RPA 특성상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예외로 작동이 멈추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이 부분은 적극 개선하고 있으며, 작업 효율을 끌어올린다는 1차적인 목표를 얘기하면 대다수가 수긍하는 편"이라고 했다.
현재 KB국민은행은 1, 2차 프로젝트를 통해 누적기준 183개 업무를 자동화 한 이후, 3차 프로젝트를 함께 계획 중이다. KB국민은행의 RPA 목표는 무엇인가는 물음에 최 차장은 "기존 프로젝트는 출범 초기라 양적으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었다. 3차 프로젝트에서도 특히 대규모 업무를 자동화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단순 반복 업무 대체를 넘어 고부가가치 업무까지 자동화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양적인 면은 물론, 품질과 관리의 효율화를 동시에 이뤄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3차 프로젝트처럼 대규모 업무가 자동화되기 위해서는 직원 개개인이 자동화 업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유아이패스의 스튜디오 X, 태스크 마이닝, 액션 센터 같은 하이퍼오토메이션 플랫폼을 도입할 가능성에 대해 묻자, "하이퍼오토메이션에 대해서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탑다운으로 업무를 발굴하고, 과제를 구현하면서 업무 분석이나 산출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여기에 업무 로그나 프로세스 시각화 자동화 툴, 액션 센터 등을 도입하면 발굴 가능한 업무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덧붙여 "스튜디오 X는 기존 개발 도구보다 훨씬 유저 친화적이고, IT개발 관련 사전 지식도 필요 없다는 장점이 있다. RPA 업무가 탑다운 형식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바텀업이 되어야 효율적이라는 점에서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더 나은 근무 환경 꿈꿔
KB국민은행이 RPA를 도입함에 따라, 직원들의 어려움도 해소되고 있다. 최종덕 차장의 경우, 아침 일찍 출근해 단순 업무를 처리하거나 만성적으로 야근하는 직원들이 RPA를 통해 워라밸을 찾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 그는 자신 있게 "KB 국민은행의 RPA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RPA 로봇 뿐만 아니라 하이퍼 오토메이션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검토해서, 모든 직원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자동화 업무 환경을 구축하겠다"라며 포부를 내비쳤다.
채권 자산운용사 핌코(PIMCO)를 이끌었던 모하마드 엘에리언은 2008년 펴낸 '새로운 부의 탄생'에서 뉴 노멀(New-Normal)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존에 부차적인 것들이 '뉴 노멀'로 대체되면서, 산업 현장도 급격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디지털 전환도 그러하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이제는 비대면 업무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선행돼야 할 과제다. KB국민은행의 애자일 조직이 앞으로도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