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했다’ AMD 라이젠 3000 XT 프로세서
[IT동아 강형석 기자] 3세대 라이젠은 기존 프로세서 대비 향상된 성능도 주목할 만하지만 7nm 미세공정을 도입하면서 코어 구성이 유리해진 점이 핵심이었다. 실제로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는 코어 4개가 제공되는 기본형(라이젠 3 3100)부터 최대 16개(라이젠 9 3950X)까지 제공된다.
이미 충분한 성능을 내는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지만 AMD는 일부 주력 프로세서의 작동속도를 최적화하고 일부 구성에 변화를 준 XT 제품군을 새로 추가했다. 선택지는 3가지다. 가장 기본이 되는 라이젠 5 3600XT, 8개 코어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높인 라이젠 7 3800XT, 성능과 효율을 모두 높인 라이젠 9 3900XT다. 큰 틀은 변함이 없지만 소소한 부분에서 변화를 이뤄내 점이 눈에 띈다.
7nm 제조공정의 최적화?
AMD는 라이젠 3000 XT 프로세서는 기존 대비 개선된 공정을 통해 성능 향상을 구현했다고 강조한다. 단일 명령어 처리 흐름(스레드)이 4~5%, 지속적인 저부하 상태에서도 최대 속도를 유지할 수 있으며, 프로세서 작동속도에 민감한 게임에서의 작동 구조 개선이 이뤄졌다.
3900 XT는 많은 명령어 처리 흐름을 쓰는 작업에서 약간의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고 한다. 소프트웨어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작동속도는 2% 가량 향상되어 유지되고, 그에 따라 최대 10%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대신 프로세서가 아닌 다른 성능 관리자가 개입하게 되는 고부하 다중 처리 작업 흐름에서의 개선은 거의 없다고 한다.
성능 개선의 이유는 바로 공정 개선이다. 현재 AMD는 대만 TSMC의 미세공정 기술을 통해 프로세서를 생산 중이다. 초기에는 기술 도입 단계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율이 높아지고 개선의 여지가 생긴다. 예로 트랜지스터의 배치를 최적화하거나 일부 부품의 변경 등이다. XT의 등장도 이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실제로 3세대 라이젠 3000 XT 계열 프로세서는 모두 기본 작동속도는 그대로지만 최대 작동속도가 적게는 100MHz(3600XT, 3900XT)에서 많게는 200MHz(3800XT) 까지 상승했다. 큰 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최대 속도가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작동속도 대응 범위가 넓어진 것이 최대 이점이다. 여기에 고성능 냉각장치와 오버클럭으로 속도를 높여주면 더 빠른 처리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개선된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의 성능은?
세세한 변화가 있는 3세대 AMD 라이젠 프로세서, 3000 XT 계열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다. 성능 측정은 일부 측정 소프트웨어(벤치마킹)와 게임 등을 가지고 진행했다. 메인보드는 MSI X570 갓라이크(Godlike), 지스킬 트라이던트Z DDR4-3200 메모리 32GB(8GB x 4), 컬러풀 지포스 RTX 2080 슈퍼 벌칸(Vulkan), WD SN750 1TB 고속저장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PC의 전반적인 성능 확인이 가능한 PC마크 10을 실행했다. 브라우저, 생산성 등 다양한 항목의 성능을 측정하는데 문서 기반의 생산성(Productivity)과 디지털 사진영상 편집 기반의 생산성(Digital Content Creation) 두 가지 성능을 중심으로 확인했다. 단위는 점수로 높을수록 좋은 성능을 낸다.
같은 XT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근본은 라이젠 5 3600과 라이젠 7 3800이다. 각각 코어 6개와 8개가 제공된다. 성능도 코어 2개 정도의 차이와 유사하다는 인상이다. 라이젠 5 3600XT가 3.8~4.5GHz, 라이젠 7 3800XT가 3.9GHz~4.7GHz로 단순 비교하면 작동 속도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각각의 성능 차이는 약 7~10% 정도다.
문서 작업에 한정해 접근하면 두 프로세서는 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진영상 편집이나 3D 렌더링 등의 고부하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면 코어가 더 많은 제품이 더 유리하다. 디지털 콘텐츠 창작 측정 결과에서도 코어 2개가 더 많은 라이젠 7 3800XT가 3600XT 대비 나은 모습이다. 적은 코어가 개입하는 소프트웨어 환경이라면 두 프로세서간 차이는 미미해진다.
게이밍 성능을 확인해 봤다. 결과를 먼저 언급하자면 게임 성능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실행한 게임은 둠 이터널과 배틀그라운드, 바이오해저드 RE:3 등이다. 출시 약 3~4년 정도 된 게임부터 최근 출시된 게임을 중심으로 성능 측정을 진행했다. 해상도는 QHD(2,560 x1,440), 모든 그래픽 효과는 최대에 설정해 둔 상태다.
먼저 실행한 게임인 둠 이터널은 각각 초당 173매(3600XT)와 177매(3800XT)로 4매 정도 차이를 보인다. 코어 2개 차이라고 보기엔 성능 차이가 큰 편은 아니다. 이어 실행한 바이오해저드 RE:3는 각각 초당 150매(3600XT)와 152매(3800XT)로 초당 2매 가량 차이를 보인다. 배틀그라운드는 초당 143매(3600XT)와 147매(3800XT)였다. 실행한 게임 모두 성능 차이는 크지 않았다.
코어 수를 많이 쓰는 소프트웨어라면 두 프로세서간 성능 차이는 뚜렷할 수 있지만, 일정 수만 쓰는 게임에서는 그 차이가 다소 희미해지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떤 프로세서가 유리할까? 게임을 주로 하는 환경이라면 라이젠 5 3600XT, 무거운 작업이 병행되는 환경이라면 라이젠 7 3800XT 혹은 그 이상인 제품을 선택하면 되겠다.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기존 대비 쿨러 구성의 변경은 아쉬워
라이젠 3000 XT 계열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작동속도가 소폭 상승했지만 공식적인 가격 변화는 없다는 점이다. 라이젠 5 3600XT는 249달러(원화 환산 약 30만 원대), 라이젠 7 3800XT는 399달러(원화 환산 약 49만 원대), 라이젠 9 3900XT는 499달러(원화 환산 약 61만 원대)에 각각 책정됐다. 시장에 공급되는 수량에 따라 최종 소비자 가격에 차이는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매력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그러나 구성물의 변화는 실질적 가격 상승 효과로 느껴지게 만든다. 기본적으로 레이스 스파이어(Wraith Spire) 냉각장치가 기본 제공되는 라이젠 5 3600XT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냉각장치를 제공하지 않아서다. 이 냉각장치가 없는 만큼 가격 상승이 이뤄진 셈인데, 있다 없으면 어딘가 허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 프로세서를 오버클럭하지 않고 그냥 사용하는 소비자도 고려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라이젠 3000 XT 계열 프로세서의 매력이 사라지는가? 그것은 아니다. 여전히 여유로운 코어 수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고 있다. XT의 추가는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필요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조금 더 여유로운 성능을 요구한다면 XT 계열을, 그렇지 않으면 일반 라이젠 프로세서를 선택하면 되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