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3.3인치에 생산성을 담다, 애플 맥북 프로 13형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6월 22일 진행된 애플 WWDC(세계 연례 개발자 회의)는 소프트웨어 공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자리에서 애플은 새로운 iOS14와 아이패드 OS 14, 워치OS 7 공개했고, 매킨토시를 위한 맥OS 빅 서(Big Sur)도 모습을 드러냈다. 각 운영체제는 현재 베타 테스트 기간에 돌입했고, 오는 가을 정식 버전이 출시된다.
그중에서도 맥OS 빅 서는 매킨토시에 있어서 큰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애플 컴퓨터는 향후 2년 내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되며, 맥OS 빅서는 인텔 CPU와 애플 실리콘을 동시에 지원하는 첫 운영체제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맥 OS X 치타 이후 19년 동안 유지돼온 맥OS 10 버전을 맥 OS 빅 서부터 11 버전으로 분류하기 시작한다.
한편, 애플이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에 2년을 예고한 만큼, 인텔 코어 프로세서 기반 맥북 시리즈는 당분간 명맥을 이을 전망이다. 올해 출시된 맥북은 인텔 10나노 공정 기반의 새로운 코어 프로세서, 아이스레이크를 탑재해 성능이나 배터리 효율이 14나노 공정 제품보다 향상되었다. 애플 실리콘 전환을 앞둔 가운데 출시된 과도기적 모델이지만, 인텔 프로세서가 앞으로도 업계의 대세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염려할 필요는 없다. 인텔 10세대 기반 맥북 프로 13형의 세부 기능을 뜯어보자.
인텔 10세대 아이스레이크 기반의 맥북 프로 13형
지난 5월 4일, 맥북 프로 13형이 애플 홈페이지를 통해 조용히 공개됐다. 외형 면에서는 전작과 큰 차이가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적잖은 변화가 관측된다. 노트북의 핵심인 CPU는 인텔 10나노 아이스레이크 기반의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최소 저장 공간도 128GB에서 256GB로 늘었다. 메모리도 최대 3,733MHz 속도의 고성능 메모리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10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인해 선택권이 부족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하위 모델이 존재한다. 이 하위 모델은 i5 모델이 1.4GHz, i7이 1.7GHz로 동작하며, 메모리도 최대 8/16GB 2,133MHz, 썬더볼트 3 포트 2개만 탑재된다. 10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탑재된 맥북 프로는 i5가 2.0GHz, i7이 2.3GHz로 동작하며, 메모리도 16/32GB 3,733MHz로 동작한다.
터미널을 통해 확인한 CPU는 i7-1068NG7인데, 일반적으로 쓰이는 인텔 10세대 저전력 i7-1065G7보다도 한 단계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 기본 주파수가 i7-1065G7보다 1GHz 더 높은 2.3GHz로 설정돼있고, 열설계전력(TDP)도 28W로 더 높다. 맥북 프로 13형에 대한 고성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별히 장착된 경우다. 프로세서 성능을 수치로 정렬하는 프로그램, 시네벤치 R20과 브이-레이(V-Ray) 벤치마크를 통해 해당 프로세서 성능을 시험했다.
그 결과 코어 i7-1065G7의 시네벤치 R20 점수는 2,011포인트로, 14나노 기반 데스크톱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코어 i7-7700 혹은 코어 i5-9300H에 근접한 것으로 확인된다. 브이-레이 역시 5,680점을 획득했는데, AMD 라이젠 3200G나 1세대 라이젠 1400과 흡사하다. 최신 공정 덕분에 13.3형 노트북으로 웬만한 데스크톱 수준의 기량을 낼 수 있다.
프로세서 이외 측면은 소소한 업데이트
디스플레이는 대각 기준 13.3형 평면내 전환(IPS) 기반의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최대 지원 해상도는 2,560x1,600픽셀이며, 최대 500니트 밝기와 P3 색공간을 지원한다. P3 색공간이란, 미국영화산업의 디지털 영화 상영을 위한 표준 색역으로 영상 편집 시 균일한 색 표현력을 위한 옵션이다. 아울러 모니터 하단, 키보드 최상단 펑션키를 터치바(Touch bar)로 배치한 것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키보드 역시 나비식에서 가위식으로 회귀했다. 기존에 나비식 키보드가 내구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끊이질 않았고, 결국은 내구성이 더 좋은 가위식을 다시 채용했다. 따라서 키 두께가 조금 두꺼워지긴 했지만, 실사용에서의 편의성은 더욱 좋아졌다. 키보드 양측에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지원하는 스테레오 스피커가 내장돼있고, 지향성 빔포밍을 지원하는 3개의 마이크 어레이가 탑재돼있다.
인터페이스는 썬더볼트 3 포트, 그리고 이어폰을 위한 3.5mm 헤드폰 잭이 전부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인텔 8세대 제품은 2개의 썬더볼트 3 포트, 고성능 제품인 인텔 10세대 제품이 4개의 썬더볼트 3 포트를 지원한다. 썬더볼트 3 포트밖에 없기 때문에 USB A형 연결이 까다롭다는 단점은 있지만, 썬더볼트 3의 활용도를 생각하면 감수할만하다.
썬더볼트 3는 최대 40Gbps의 대역폭을 갖춰 일반 사용자용 단자 중 가장 빠른 전송 속도를 갖췄다. 이를 통해 기기 충전이나 USB 허브 연결, 외부 저장장치 연결은 물론 디스플레이 연결(DP)이나 외장 그래픽 카드까지 장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출시된 외부입력 인터페이스 가장 확장성이 우수한 단자인 만큼, 활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이를 위한 주변기기가 비싸다는 게 단점이지만.
배터리는 58와트시 리튬 폴리머가 장착돼있고, 무선 인터넷 사용 혹은 애플 TV 앱 동영상 재생 기준 최대 10시간을 쓸 수 있다. 제품 충전은 61W USB-C 전원 어댑터를 활용해 썬더볼트 3 포트에 꽂으면 되고, USB-PD를 지원하는 어댑터면 어떤 것을 쓰더라도 충전할 수 있다.
그래픽 작업에서의 배터리 실사용 시간을 간략하게 측정하는 GFX벤치 메탈의 배터리 라이프타임 - T 렉스를 실행해 맥북 프로 13형의 배터리 사용 시간을 시험했다. 해당 테스트는 특정 3D 그래픽 작업을 30회 반복할 시의 베터리 소모량을 측정하고, 이를 토대로 최대 사용 시간 유추한다. 결과는 170분으로 나왔으며, 포토샵이나 파이널 컷 프로같은 고부하 작업 시 2시간 50분 정도 쓸 수 있다. 사진이나 영상 감상이라면 제조사 말대로 10시간은 버틸 것으로 보인다.
가격 우선 시 8세대, 성능 우선 시 10세대 선택해야
앞서 언급한 대로 2020년형 맥북 프로 13형은 인텔 8세대 프로세서와 10세대 프로세서로 나뉜다. 8세대 제품이 이전 세대 CPU긴 해도,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만큼 10세대 CPU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가벼운 작업이 중심이라면 15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8세대 기반 제품을 고르는 것을 추천한다.
반대로 휴대성과 고성능이 모두 필요한 사용자라면 10세대 제품을 눈여겨보자. 10세대 제품은 10나노 기반 프로세서가 사용되며, 메모리도 3,733MHz로 동작해 고부하 작업에 훨씬 유리하다. 대신 가격은 230만 원대부터 시작하고, 코어 i7에 32GB 메모리만 장착해도 330만 원대다. 물론, 매킨토시는 맥OS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맥OS 고유의 활용도를 위한 제품이다. 맥북 프로를 구매하고자 한다면, 가격 대비 성능비보다는 활용도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