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상 모두 겨냥한 캐논 EOS R5가 내세운 변화들
[IT동아 강형석 기자] 캐논의 새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 EOS R5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가장 먼저 4,500만 화소 풀프레임 이미지센서(35mm 필름에 준하는 면적)와 8K 동영상 촬영 지원이 눈에 띄지만 수치적인 면 외에도 두 핵심 기능 및 관련 부가 기능은 달라진 사진영상 시장을 반영하고 있다.
동영상으로의 시장 변화에 따른 카메라 제조사의 대응은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부분이다. 현재 대부분의 카메라는 4K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고 있으며, 소니는 동영상 촬영에 특화된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 프리미엄 카메라 ZV-1을 선보였다. 이제 사진에 동영상이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사진과 동영상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영상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1인 크리에이터가 초기 시장을 양적으로 키웠다면, 지금은 전문 촬영 스튜디오가 가세하면서 질적 팽창을 주도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영상 콘텐츠로 승부하는 것 외에 화질 및 전문가의 편집 역량 등도 경쟁 대상에 포함되는 추세다. 당연히 장비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EOS R5는 많은 점을 시사한다.
사진영상 데이터 속 ‘정보’의 중요성
EOS R5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단순 수치가 아닌 그 속에 담기는 ‘정보’에 초점을 뒀다. 사진에서는 고관용도 지각 양자화 고효율 이미지 파일 규격(HDR PQ HEIF)을 채택했고, 동영상에서도 같은 기술에 기반한 저손실(RAW) 기록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그 순간의 결과물을 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정보를 기록해 편집자가 다룰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동영상은 주로 1초에 30~60매 이미지를 담는다. 특수한 목적에 따라 초당 120매 이상을 담기도 한다. 그리고 편집은 영상 속 이미지(프레임)를 기준으로 진행된다. 원하는 색감을 구현하거나 장면을 잘라내고 이어 붙이는 식의 작업 결과물이 우리가 보는 최종 영상이 된다. 당연히 그 내용물이 탄탄하면 수월한 작업이 이뤄진다.
많은 카메라들은 자사만의 보정 기록인 ‘로그(Log)’를 제공한다. 계조와 관용도, 색 깊이 등이 기록되며 각 수치를 조절해 최적의 영상 결과물을 낼 수 있다.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약간의 손실은 감수한 하이브리드-로그(HLG)를 도입한 곳도 적지 않다. 고관용도 지각 양자화(HDR PQ) 기술은 다양한 색정보를 담아내면서도 용량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이렇게 사진영상 하나를 촬영하지만 여러 선택지를 두는 것은 작업 환경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영상 속 정보에 대한 부분도 고려한 결정이라 해도 무방하다.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전문가 수준의 영상 기록을 지원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한계도 있다. 작업 호환성이다. 저손실 촬영(RAW)은 파일을 다루려면 별도의 비선형 편집 플러그인을 쓰거나 카메라 RAW 작업, 캐논 자체 소프트웨어(DPP) 등을 거친 후 비선형 편집 소프트웨어에서 다뤄야 하는 구조다. 시간이 생명인 환경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HDR PQ로 기록한 사진 파일은 포토샵 자체에서 편집을 지원하지 않는다. 변환 작업을 거치거나 편집 가능한 별도의 플러그인을 추가하는 부분은 현 단계에서는 해결이 쉽지 않을 듯하다.
편리한 사진영상 촬영 작업 흐름의 지원
편집 이상으로 촬영 작업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EOS R5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외부 유선 연결 지원 등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무선으로 연결하면 선 없이 촬영을 시작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는 파일 전송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캐논은 추가로 모바일 장치와 PC, 클라우드(이미지.캐논)를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 형태를 제안하고 있다. 이 부분이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영상은 방송 및 영화 등 전문 영역이라는 인식이 강한 분야다. 그러나 현재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1인 창작자의 증가가 늘었다.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Vlog)로 활동하는 이도 적지 않다. 영상 분야가 집단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 현상은 더 가속화 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