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에코] 업사이클링으로 지구의 환심을 산 인테리어 제품 7가지
[IT동아 강형석 기자] 환경 보호 방법은 규제를 통한 억제가 아닌, 수요 주체의 능동적인 태도 변화에 있다. 전 인류 스스로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소비재를 사용하고, 소비된 자원이 올바르게 순환할 수 있게 적절히 폐기되어야 한다. 친환경 제품 사용이나 재사용, 그리고 재활용 같은 방식도 있지만, 최근에는 낡거나 버려진 물건을 가공해 새 가치로 재창출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이 주목받고 있다.
재활용으로 버려지는 자원을 줄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 재활용이 아니라 상품성까지 갖춰야 해서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고, 제품 생산 과정에서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업사이클링을 비롯한 친환경 제품 관련 시장은 환경 보호는 물론 경제적 실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서 각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장 성장을 장려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광명경기문화창조허브가 추진하고 있는 '2020 환상마켓(온라인 에코 플리마켓)'사업도 그 중 하나다. 2020 환상마켓은 '지구에게 환심사기'라는 콘셉트로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위한 친환경 제품을 생산·소비하기 위한 시장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 31일 공모를 마감하고, 환경디자인·콘텐츠 분야의 친환경 사업자 40개 팀이 선정된 상태다.
환상마켓에 진열된 상품의 핵심 주제는 역시 '환경 보호'다. 제품 하나하나가 각자의 방식으로 환경 보호에 힘쓴다. 이 중 인테리어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친환경 사업자의 제품 7가지를 정리해 봤다.
나무를심는사람들 – 미니자석화분
나무를심는사람들은 재활용 소재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하는(업사이클링) 작업으로 버려지는 자원을 식물 가꾸기와 결합했다. 이 ‘미니자석화분’이 그 결과물.
미니자석화분은 즉석 커피를 만드는데 쓰이는 커피캡슐을 재활용한 것이다. 자석이 붙는 곳 어디에나 부착 가능하고, 물은 한 달에 한 번 줘도 되는 식물을 심었다.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만들어 거꾸로 매달아도 된다. 깜찍한 외모에 실용적인 면을 함께 갖춘 것이 특징이다.
정경모 나무를심는사람들 대표는 2년간 버려지는 다양한 물품에 식물을 심어 판매해 왔다. 어느 날 캡슐커피를 마시며 버려지는 캡슐을 봤고, 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장의 반응이 좋아 지금에 이르렀다. 제품은 송파구장애인직업재활센터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지구를 살리고 장애인의 자립까지 돕는 ‘착한화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륵 – 소녀... 그리고 소녀
륵은 와인병에 시선을 돌렸다. 빈용기보증금제도에 제외되어 있지만 분해되는데 100만 년 이상 필요할 정도로 환경에 해롭기 때문이다.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며, 인테리어 소재로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소녀... 그리고 소녀’다.
이 제품은 단순 인테리어 소품이 아닌 깊은 의미를 담았다. 버려지는 와인병과 외면하면 잊혀지는 역사를 같은 선상에 놓았다. 이에 륵은 병 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떠올리며 제품에 녹여냈다. 뿐만 아니라, 무드등의 기능 외에도 방향제 기능까지 갖춰 활용성을 높였다. 색상도 두 가지 형태의 와인병을 사용해 제품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했다.
제품을 내놓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원했던 모든 지원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제품 개발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하지만 일단 내놓고 결과를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제품을 완성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들의 집념이 환경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를 결합한 첫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모던한 – 전통실크 100% 장신구
전통한복을 전공하고 규방공예작가로 활동하던 황성혜 대표는 작품 및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실크 원단에 주목했다. 작은 천 조각이지만 너무 아까웠던 것. 그래서 이것을 한땀한땀 직접 바느질하며 작은 액세서리와 소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전통한복을 전공했기에 이 부분을 작품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독특한 디자인과 실크 특유의 질감으로 타 액세서리와 소품과 달리 특별한 가치가 있다. 제품은 키링과 헤어 액세서리(헤어핀) 등이다. 우리나라 전통을 살린 것이므로 외국인이나 특별한 것을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로 제공하기에 알맞다.
스튜디오구구 – 빛물레
페트병은 사용이 편하지만 버려졌을 때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스튜디오구구는 제 역할을 마친 페트병을 수거해 세척과 분쇄, 열처리 과정을 거쳐 새로운 소품을 완성했다. 폐플라스틱 펠트(Waste Plastic Felt) 소재로 만든 ‘빛물레’가 그것. 기존 단단한 질감이 아닌 부드러운 촉감의 원단 형태로 만들어져 새로운 가치와 쓰임새를 부여했다.
빛물레는 두 가지 색상과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LED 전구와 소켓을 더해 무드등으로 쓰거나 폐 플라스틱 병이나 유리병을 씌운 뒤 화병으로 쓸 수도 있다. 무드등으로 사용한다면 패턴 사이로 투과되는 빛과 그림자가 독특한 느낌을 전달한다. 기존의 가치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이다.
우드드림 – 큼직이와 깜찍이
목공예는 나무 특유의 질감과 따뜻한 느낌으로 많은 이가 취미로 접근하고 있다. 이를 가지고 창의력을 개발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러나 키트 가격이 높고 제품 형태가 단순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김은민 대표는 창의력 개발과 합리적인 가격대를 만족시키는 수업 키트를 직접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고 한다.
수업 키트는 처음 상품화까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업 샘플을 여럿 만들다 보니 주위에서 하나만 판매하라는 요구가 생기기 시작했고,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재구매 수요가 발생하며 규모가 커졌다. 여기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우드드림의 큼직이와 깜찍이는 마치 나무 로봇을 연상케 하는 외모가 돋보인다. 재질은 1등급 폐목. 직접 목공예 수업 키트를 만들기에는 나무 가격이 부담스러웠기에 이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고, 우연히 버려지는 1등급 폐목을 가지고 수업 키트를 만들었다. 아이들 창의력 개발에 도움을 주면서도 질 높은 수업도 가능하며, 버려지는 폐목의 재활용까지 가능한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현재는 여러 상품 개발이 이뤄지는 중이다.
피코피코 – 차량용 피톤치드 공기청정기 ‘수피’
황사와 대기오염에 의한 미세먼지 등 우리나라 공기 질이 대체로 떨어졌다. 그래서 이를 정화하는 공기청정기에 대한 관심도 높다. 차량도 예외는 아니다. 실내이고 창문을 열어 달리는 환경이 많지 않다 보니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놓고 쓰는 운전자도 있다. 일부 제품은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작동했는데 이상한 냄새가 난다거나 이물질이 나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김우찬 대표는 이 우려로 국내에서 믿을 수 있는 재료로 공기청정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그는 ‘공기의 본질은 숲 향기에 있다’고 봤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피톤치드. 즉시 공기청정기에 편백나무와 피톤치드 에센스를 접목해 자연의 향기를 담고자 노력했다.
수피(SOOPI) 차량용 피톤치드 공기청정기는 H13 등급 헤파필터를 적용했고, 국산 편백나무와 천연 피톤치드 에센스로 숲의 기운을 제공하고자 했다. 여러 전자 관련 인증과 향기관련 안전인증을 획득해 신뢰감을 준 흔적도 엿보인다.
처음에는 외관을 실제 편백나무를 적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량 생산이 쉽지 않았고 손수 작업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후 최종 제품을 완성한 뒤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의외의 반응에 차량용 피톤치드 공기청정기 개발로 이어지게 됐다.
나오리 – 롱구리의 하루
의류를 재활용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일부는 지역 환원을 위해 기부하거나 플리마켓 등을 활용해 판매 혹은 물물교환하기도 한다. 하지만 양말에 대한 활용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나오리가 개발한 롱구리의 하루는 활용도가 떨어진 양말을 재탄생 시킨 상품이다.
박선미 대표는 의류는 활용도가 높지만 양말은 어디에서도 수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이를 활용할 방법을 모색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양말은 분해되기까지 500여 년 소요된다는 점에 착안, 이렇게 지구를 오염시키는 것보다 재활용해 다시 쓰이는 양말이 되길 원했다고.
문제는 양말에 대한 편견이다. 이에 박선미 대표는 양말 본연의 모습보다 자연물을 형상화한 화분의 모습을 떠올렸고, 많은 사람들이 처음 제품을 보면 정말 양말이냐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한다. 실제 화분 안쪽은 양말이다. 양말 안에는 규조토의 화분 받침과 캐릭터를 만들어 보기에도 좋고 해충과 습기, 악취를 억제하는데 도움을 준다. 단순한 상품이 아닌 흙과 돌에 둘러싸여 500년의 분해 시간 동안 더 쓰임을 받는 화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