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DT어시스턴트로 디지털 전환의 퍼즐을 맞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필사 기록에서 타자기, 그리고 전자 문서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사무 환경에서 지난 20~30년만큼 극적인 시대는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사무 작업의 디지털화를 겪었을 뿐, 기업의 디지털화를 경험한 것은 아니다. 편리한 문서 공유나 디지털 결재가 보편화한 것이지, 업무 전반의 흐름에 대 전환을 맞이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디지털 전환)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디지털 기술로 전통적인 기업, 사회 구조를 혁신하는 과정을 뜻한다. 가령 인공지능을 통해 특정 업무를 자동화해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거나,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업무 처리와 공유가 이뤄지는 식이다.
업무 환경이나 산업군에 따라 디지털 전환 속도가 다르지만, 금융업은 디지털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다. 금융업 특성상 전산화 효율이 대단히 높은 까닭에, 특정 기업이 아닌 업계 전체가 디지털 전환에 주력하고 있을 정도다. 전국 1,118개 영업소와 10만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농협중앙회의 IT 전략본부 소속인 오성 차장을 만나, 농협이 준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농협의 디지털 전환, 이들의 손 끝에서 이뤄진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오성 차장은 농협중앙회 IT전략본부 선행기술연구팀 소속이다. 오성 차장은 "선행기술연구팀은 RPA, 챗봇, AI 등 디지털 농협 구현에 필요한 디지털 신기술을 연구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조직이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주요 성과로는 국내 최초 RPA 로봇 공유 및 활용 플랫폼인 RPA 포털 시스템이나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농사기술도우미 '농사봇' 등이 있다.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확인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개발해, 사업부서와 농축협, 그리고 농촌과 농업인에게 전파하는 것이 핵심 업무”라고 정리했다. 한마디로 범농협의 디지털 확산을 주도하는 부서인 셈.
디지털 전환에 관한 농협의 접근법은 오성 차장 본인을 비롯한 농협 그룹 차원의 뜻이기도 하다. 농협은 지난 5월 11일 농협 비전 2025 선포식을 갖고,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디지털 혁신'을 농협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평소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강조해온 ‘디지털 농협 구현을 위한 변화와 혁신 그리고 속도의 중요성’을 핵심 가치로 한다. 4차 산업혁명, 그리고 코로나 이후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농협 전체가 혁신을 단행하고, 농협 IT 역시 이에 발맞춰 혁신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내부적인 분위기는 어떨까? 이에 관해 오성 차장은 'DT-Assistant'(이하 DT어시스턴트) 사업에 대해 소개했다. DT어시스턴트는 '디지털 신기술 종합 관리 및 활용' 플랫폼으로, 농협 전 직원이 IT지식 없이도 디지털 신기술을 쓸 수 있는 것이 최종 목표다. DT어시스턴트는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이 블록 형태로 탑재되며, 현재까지 범농협 차원에서 추진 중인 RPA 포털, 그리고 챗봇이 대표적이다.
RPA 포털은 직원들이 RPA 봇을 만들고, 이를 RPA 포털에 올려 로봇을 공유하고 업무 전반에 투입하기 위한 농협 고유의 RPA 공유 방식이다. 이와 함께 챗봇은 단순히 대화를 주고받는 상담 시스템이 아닌, 직원 스스로가 자신만의 챗봇을 만들고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내년부터는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 블록들이 탑재될 예정이라 한다.
IT전략본부에서 챗봇 개발을 맡은 김재선 차장은 "챗봇 포털 시스템은 단순히 대화를 자동화한 상담 시스템과는 다르다. 농협 챗봇은 직원이 직접 필요한 업무 내용을 기입하고, 기계학습을 통해 본인 업무에 맞는 챗봇을 직접 만들 수 있다. 본인이 알기로, 이런 방식의 챗봇 구현은 농협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어 쉽지 않지만, 앞으로 그려질 디지털 농협을 기대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의 디지털 전환, RPA 제작을 공모전으로 다룰 정도
DT어시스턴트 수행의 핵심인 RPA 개발 과정도 들어보았다. RPA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의 약자로, 컴퓨터로 수행하는 단순 반복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기술이다. 특히 편의성과 직관성을 위해 유아이패스의 RPA 플랫폼을 채택 했다고 한다. 오성 차장은 "유아이패스 플랫폼의 RPA 제작 과정은 매우 쉽다. 이미 만들어진 기능들을 플로우차트에 드래그&드롭하다 보면 RPA 로봇 하나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플랫폼은 누구나 공유하고 활용해야 하는 농협 RPA 포털과도 부합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능들이 전부 API 형태로 구현돼있고, 다른 서비스와 연계나 확장도 제공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선행기술연구팀 조용태 계장은 "처음 스튜디오를 접할 때부터 대단히 쉽다는 생각을 받았다. 특히, 사용자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드래그&드롭으로 쉽게 만들고, RPA 자동화 전체를 관리하는 오케스트레이터를 이용해 관리 역량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유아이패스의 적극적인 협력 덕분에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로 쉬운지 묻는 질문에는 IT직원이라면 '누구나 짧은 교육만으로 RPA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 정도'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IT전략본부 내부적으로 RPA를 활용한 자체 로봇 대회인 '도전! NH DT 챌린지 2020'을 열고 있었다.
선행기술연구팀 한해인 계장은 "DT 챌린지는 내 일은 줄이고, 내일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한 자체 RPA 및 챗봇 만들기 대회다. IT전략본부 자체가 IT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조직이고, 대다수가 RPA와 챗봇을 직접 제작할 정도의 역량이 있다. 그래서 직원들이 직접 봇을 제작해 업무 혁신성을 겨루는 공모전이다"라며, "이미 대고객 서비스 점검 자동화나 재택근무용 로봇, 대외기관 금융정보 제공 자동화, 결산 및 검증 자동화 등 단순 업무가 아닌 업무 혁신성이 큰 과제들이 겨루고 있어, 자체 공모전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업무 혁신에 디지털 격차 있어선 안돼"···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사무 작업의 디지털화를 뜻하지 않는다. 업무 전반의 흐름이 디지털 방식으로 추진되는 혁신성 그 자체에 가깝다. 김현우 IT전략본부장은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디지털과 빠르게 결합하지 못한다면 혁신에 속도를 더하기 어렵다. IT를 잘 모르는 직원들까지도 디지털 신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조직 내 디지털 격차를 줄여야한다"며, "IT 직원 뿐만 아니라 사업 부서, 그리고 농축협의 직원들까지도 디지털 신기술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며, 이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변화와 혁신이다"라는 뜻을 밝혔다.
농협은 DT어시스턴트의 RPA포털, 그리고 챗봇을 활용해 새로운 세상의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전체 조직 간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상향 평준화된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빠뜨리지 않는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업무 환경에 대한 시험을 받고 있다. 길고 긴 싸움이 되겠지만, 농협의 디지털 전환 사례는 분명 많은 기업들에 귀감이 될 듯하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