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 시야에 맞는 게이밍 모니터가 있다?' 삼성 오디세이 G9
[IT동아 강형석 기자] 게이밍 모니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높다. 전문 작업은 힘들지만 엔터테인먼트 환경에서는 최고의 만족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높은 화면 주사율에 의한 부드러운 화면 전환과 빠른 반응 등 몰입에 필요한 기능을 대거 갖춘 것이 그 이유다. 과거에 비해 선택지가 넓어진 것도 게이밍 모니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낸 역할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이 최근 선보인 오디세이(Odyssey) G7은 높은 완성도를 갖춘 게이밍 모니터 중 하나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240Hz 주사율(초당 240회 화면 깜박임)에 최대 1ms 응답속도, 능동형 화면주사 동기화 기술, QLED 디스플레이 기술에 기반한 고관용도(HDR) 구현 및 곡률1,000R이 제공하는 몰입감까지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요소를 대부분 품었다.
그런데 오디세이 G7보다 한 수 위의 매력을 품은 게이밍 모니터가 등장했다. 바로 오디세이 G9가 그것. 16:9 비율의 디스플레이를 갖춘 G7과 달리 G9은 32:9 비율의 울트라와이드 게이밍 모니터다. 여기에 G7의 장점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1,000R의 곡률에 240Hz 주사율, 1ms의 응답속도, 능동형 화면주사 동기화 기술, QLED 디스플레이에 고관용도 기술 등 모두 갖췄다.
32:9 비율 + 49인치 QLED + 1,000R 곡률 = 이거 실화냐?
삼성 오디세이 G9(LC49G95TSSKXKR) 게이밍 모니터는 존재 자체가 압도적이다. 가로로 긴 형태의 32:9 화면비도 그렇지만 흥미로운 외모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오디세이 G7의 외모 특성을 거의 그대로 이어 받았으니 자연스러운 부분. 참고할 부분은 LED 효과가 후면에 있는 코어 라이팅(Core Lighting) 효과가 후면 중앙부에만 적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화려한 것을 선호한다면 아쉬울 수 있겠다.
화면은 49인치(123.8cm). 수치로 보면 큰 TV가 떠오르겠지만 실제로는 그것과 다르다. 모니터 크기에 대한 표기는 디스플레이의 대각선 길이를 기준으로 하기에 형태에 따라서 수치가 크게 나타난다. 이 모니터는 32:9 비율을 제공하니 그만큼 대각선 길이가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는 27인치 정도 크기의 16:9 화면을 두 개 붙인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모니터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화면이 휘어 있는 커브드(Curved) 구조라는 것이다. 곡률은 1,000R로 오디세이 G7과 동일하다. 모니터에서 곡률은 원의 반지름에 해당하는 곡면을 의미한다.
모니터에 곡률을 적용해 화면을 휘게 만든 것은 몰입감 향상에 도움이 되어서다. 사람의 시야는 약 180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화면이 휘어져 있으면 한 눈에 보기 편하다. 여기에 오디세이 G9은 일반 커브드 모니터에 비해 곡률이 더 높은 편이다. 그러나 화면비가 커서 화면 양쪽 끝까지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21:9 비율의 모니터도 함께 출시된다면 좋을 듯하다.
모니터는 양자점 필름을 활용한 QLED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VA – Vertical Alignment) 구조의 패널을 적용했지만 양자점 필름을 통해 밝기와 색재현력을 높였다. 그 결과로 화면 밝기는 최대 1,000니트(평균 420니트, 최소 300니트)를 구현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관용도(HDR) 1000 기술에 대응할 수 있다. 평암비는 2,500:1이며, 동적 명암비를 따로 설정할 수 있다.
이 외에도 DCI 기준 색재현률 95%, 어도비 RGB 색역 92%, sRGB 색역 125% 등을 구현해 작업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활약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해상도는 무려 5,120 x 1,440이다. 실제로 그렇지만 해상도도 QHD(2,560 x 1,440)를 두 개 붙여 놓을 것과 동일하다. QHD 모니터 두 개를 따로 연결해 쓰는 것과 달리 한 화면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화면을 따로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공간 손해가 있더라도 모니터 두 대를 활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선택해야 될 부분이다.
게이머 입장에서 보면 화질도 중요하지만 화면 주사율과 응답속도다. 이 수치가 뛰어날수록 게임을 부드럽고 쾌적하게 즐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디세이 G9은 이 부분에서 타 모니터와 차별화가 뚜렷하다. 먼저 주사율은 240Hz로 1초에 화면이 240회 깜박이는 구조다. 응답속도 역시 회색 전환 기준으로 1ms에 불과하다.
화면 주사율이 높으면 화면이 갈라지는 현상(티어링)을 막으면서 부드러운 화면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게임 몰입에 큰 도움이 된다. 추가로 모니터에는 적응형 동기화(Adaptive Sync) 기술인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G-Sync Compatible)을 지원하고 있다. 모니터 응답속도가 짧으면 명령 입력과 화면 전환에 따른 입출력 시간이 줄어든다. 그만큼 입력 지연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적응형 동기화가 작동하는 환경에서의 가변 주사율은 60Hz에서 240Hz 사이다. 그러니까 초당 60매 이상을 꾸준히 구현하는 PC 시스템이라면 끊김이 적은 화면을 보게 된다. 하지만 해상도 자체가 넓은 편이어서 쾌적한 게이밍 환경을 구축하려면 고사양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확장장치 연결도 잘 준비되어 있다. 모니터 후면에는 디스플레이 포트 2개가 기본이며 HDMI 단자도 1개 제공한다. USB 연결을 위한 B형 단자 1개와 연결이 됐을 때, 사용 가능한 A형 USB 단자 2개도 함께 자리한다. 본체에 제공되는 영상 입력단자 3개를 활용해 PC 및 콘솔 게임기 등 영상 출력 장치에 연결해 쓸 수 있다. 모니터에는 화면 분할 기능이 있으므로 사용자 활용 여하에 따라 16:9 화면 두 개를 좌우로 배치해 쓰면 된다.
이 외에 모니터에 적용된 적응형 동기화 기술(지싱크 호환, 프리싱크)을 쓰려면 디스플레이 포트를 권장한다. 지싱크 호환 및 프리싱크 모두 해당 기술 사용을 위해 디스플레이 포트 연결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고해상도와 고주사율을 함께 제공하고 있으므로 그래픽카드와 영상 전송 케이블의 선택도 가급적 최신 제품을 선택할 것을 권한다.
'눈앞에 가득 펼쳐지는 디스플레이' 눈은 즐겁다
이제 삼성 오디세이 G9(LC49G95TSSKXKR) 울트라와이드 게이밍 모니터에 PC를 연결, 게임과 영상 등을 실행했다. PC는 AMD 라이젠 5 3600X와 컬러풀에서 생산한 지포스 RTX 2080 슈퍼(Super) 등이 장착된 상태다. 아무래도 가로가 5,000 화소(픽셀)가 넘다 보니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필수. 지포스 RTX 2070 슈퍼도 무난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RTX 2080 Ti를 선택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 받는 방법이 될 것이다.
우선 32:9 화면비를 갖춘 모니터다 보니까 이를 최대한 체험 가능한 게임을 실행하고자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배틀그라운드. 해상도를 화면비에 맞춰 최대한 설정하고 게임을 실행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는데, 모든 그래픽 설정을 최대에 설정하다 보니 초당 처리하는 이미지 수가 60매를 겨우 유지되는 수준이었다. 이에 게임에 부하를 주는 일부 그래픽 효과를 제외한 상태에서 다시 실행했다.
초당 100매 처리 가능한 수준이 되니까 게임 자체가 쾌적해진다. 여기에 적응형 동기화 기술인 지싱크 호환이 더해지니 부드러운 화면이 눈을 즐겁게 한다.
오디세이 G9의 장점은 화면비에서 오는 정보량의 차이. 게임이 화면비에 따른 해상도만 지원해주면 그에 맞춰 시야가 넓어진다. 그만큼 게임 내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된다. 여기에 실력까지 있으면 승리 확률을 높이는 게 가능하다. 실력이 부족하다면 적어도 내가 어디서 누구한테 공격을 받아 패배했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납득할 수 없었던 패배가 이 모니터를 쓰면 납득 가능한 패배가 된다는 이야기다.
둠 이터널을 실행해도 마찬가지다. 32:9 화면비에 부드러운 화면 전환이 게임 몰입을 높여준다. 다소 요란한 게임의 특성상 조금 어지러운 느낌은 들어도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화면과 시원시원한 효과는 분명 인상적이다. 디스플레이 자체의 성능도 게임 몰입에 영향을 준다. 화면 갈라짐도 없고, 입력에 따른 반응에도 아쉬움이 없다.
핵 앤 슬래시 계열 게임도 입력에 따른 반응이 중요하다. 이에 최근 수확 리그로 새단장한 패스 오브 엑자일을 실행했다. 우선 32:9 화면비의 영향으로 화면에 표시되는 영역이 상당히 넓다. 실제 16:9 화면비의 모니터에서 표시되는 화면 대비 2배 가까운 영역이 표시된다. 이는 해당 화면비를 지원하는 모든 게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여러 게임을 즐기면서 느낀 부분은 넓은 화면비도 좋지만, 게임사가 이에 맞춰 최적화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배틀그라운드나 둠 이터널은 화면비에 맞춰 화면을 표시하는 것은 물론, 게임을 즐기는데 필요한 주요 인터페이스(메뉴 및 아이콘 등)가 시야에 들어오는 중앙에 배치되도록 만들어졌다. 반면, 패스 오브 엑자일은 화면비가 증가하는 것에 맞춰 인터페이스도 좌우 끝에 배치된다. 이에 내 캐릭터 상태를 쉽게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는 게임의 문제지 디스플레이 문제는 아니다.
여느 모니터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디세이 G9도 개인화 설정 기능이 제공된다. 게이밍 모니터에 맞춘 기능을 제공하는 부분이 다를 뿐이다. 하나씩 살펴보면 게임관련 설정을 시작으로 화질, 동시화면, LED(코어 라이팅) 관련 설정과 모니터 자체 설정 등으로 나뉜다.
게임 관련 설정은 여느 게이밍 모니터들과 차이는 없다. 암부를 밝게 표현하는 블랙 이퀄라이저, 적응형 동기화 기술 활성화 여부, 슈터 게임을 즐길 때의 편의를 위한 조준점 표시 등을 쓸 수 있다. 화면 모드에서는 색감 변경 및 눈 보호(청색광 억제) 모드 등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고관용(HDR) 구현을 위한 로컬 디밍(Local Dimming) 설정을 제공한다. 액정 패널 뒤에 있는 백라이트의 밝기를 세밀하게 조절해 암부와 명부 표시를 하는 방식이다. 백라이트 영역이 촘촘하면 명부와 암부의 표현이 세밀하게 이뤄지지만 가격이 크게 오른다.
게임을 더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
오디세이 G9 울트라와이드 게이밍 모니터. 1,000R 곡률이 적용된 49인치, 32:9 비율의 디스플레이는 시야에 가득 찰 정도로 여유롭다.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기에는 이만한 장치도 없어 보인다. 이 외에도 고해상도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진영상 편집 및 3D 개발 작업 환경에서도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다방면으로 활용도가 높아 보이지만 가격이 높은 것은 걸림돌이다. 발표된 출시 가격은 190만 원. 모니터 화면 크기나 화면비 등에서 타 제품과 뚜렷한 차이도 있고, 이런 형태의 제품도 흔치 않아 희소성도 분명하다. 다만 조금만 더 가격을 낮췄다면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사실, 모든 게임이 32:9 비율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화면비로 게임 진행에 영향을 받거나 꽤 오래 전에 출시된 게임은 특정 고정 비율로 실행되는 경우가 많다. 대전 격투나 화점(도트)으로 표현되는 게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렇기에 자신이 주로 즐기는 게임이 32:9에 적합한지 여부도 고민해 봐야 한다. 화면 분할 기능을 자주 쓴다거나 2개의 모니터를 하나로 통합하고 싶다면 매력적일 것이다.
게임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구매하는 게이밍 모니터. 여기까지 왔다면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기 위한 준비가 마무리 됐을 가능성이 높다. 오디세이 G9은 그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감을 갖는다. 더 광활한 시야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과감히 도전해 볼 법한 제품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