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WWDC 장학생, 19살에 개발자 된 사연
[IT동아 권명관 기자] 모바일 시대에 맞춰 메신저 앱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초대 기능, 멀티미디어, 구조화된 메시지(structured message), 입력 중 표시, 읽음 표시, 친구 목록, 온라인 접속 상태, 프로필 꾸미기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은 앱을 통한 메시지 경험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발표한 'GSMA Intelligence Consumer Survey'에 따르면, 인스턴트 메시징은 전세계 56개 조사대상국 중 27개국에서 SMS(일반 문자) 보다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인스턴트 메시징 혹은 OTT 인앱 메시징은 SMS를 제치고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 그중 아시아, 중동, 중남미 시장의 도입률이 가장 높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여러 선진국은 텍스트 기반 메시징 서비스를 사용한다. 비교적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SMS 기반 서비스를 우선 선택하기 때문이다.
센드버드(Sendbird)는 기업용 채팅 및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센드버드가 개발한 '채팅 API'는 모바일과 웹서비스에 채팅, 메시징 기능을 연동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현재 '레딧(Reddit)', '야후 스포츠(Yahoo! Sports)', '고젝(Gojek,)', '버진모바일(Virgin Mobile)'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19년 2월, 센드버드 꾸준한 노력과 성과를 통해 약 586억 원(5,200만 달러)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고, 3개월 뒤인 5월, 센드버드 플랫폼에 대한 세계 각지의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5,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완료한 시리즈B 총 투자 금액은 약 1,200억 원(1억 200만 달러)이다.
그런 센드버드에 20살 김민혁군과 25살 이재성군이 개발자로 재직하고 있다. 상당히 어린 나이. 더욱 흥미로운 건 김민혁군은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고, 이재성군은 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상태.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술 스타트업에 어린 두 한국인이 개발자로 합류한 것. 이에 IT동아가 직접 두 개발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애플 WWDC 2019를 통해 만난 인연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거두절미하고, 만나면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 올해 20살, 25살로 알고 있는데…, 어린 나이에 어떻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기술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김민혁군: 작년, 그러니까 19살에 애플 'WWDC 2019'에 참여했었다. 개막 행사인 키노트 발표 전날, 한국에서 참여한 여러 개발자와 함께 저녁을 먹는 네트워킹 자리가 있었는데, 거기서 인사를 나눈 사람 중 한명이 센드버드 매니저였다. 그 분이 나중에 저녁이나 한번 같이 하자고 했었는데… 그 자리에 센드버드 대표님이 같이 나오셨다. 그리고 인턴을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웃음).
( 이재성군 역시 같은 답변을 들려줬다. )
IT동아: 그…,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인 것 같다.
이재성군: 맞다(웃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당시 한국 개발자들이 모인 저녁 자리에 참석한 센드버드 매니저는 처음부터 WWDC에 참여한 한국 장학생을 채용하려고 했다더라. 사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음… 특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IT동아: WWDC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민혁군: 중학생 시절부터 애플이 좋았다(웃음). 매년 WWDC를 통해 발표하는 애플의 키노트 발표가 인상 깊었다. 이외에도 애플이 제품을 발표하는 이벤트도 꼭 챙겨봤고. …일단 애플이라는 기업을 많이 동경했다.
( 이유를 묻자 )
중학생 때 처음 사용한 스마트 기기가 아이팟 터치 5세대였다. 당시 가족 모두 미국에 있었는데,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며 모아 구매했다. 미국에서 애플 기기는 정말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팟을 사야지'라고 생각했다. 이후 신세계를 봤다(정말 이렇게 답변했다). 안드로이드 기기도 사용해봤지만, 애플의 디자인(UI)와 사용자경험(UX)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가 2016년, 중학교 3학년 때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개발, 코딩을 공부했다.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그러다가 2018년 여름에 WWDC 홈페이지를 보면서 애플이 장학생 공모전을 통해 WWDC 현장에 초청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당시 신청기간이 지나서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했고, 열심 iOS를 공부해 앱을 만들어 WWDC 2019에 응모했다. 당시 응모했던 앱은 AR로 3D 쓰레기 모형을 구현해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고,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환경문제를 다룬 앱이었다.
이재성군: 사실 처음부터 애플에 관심이 많지는 않았다. 안드로이드만 주로 사용했는데, 2018년초에 아이폰을 분해해본 일이 있었다. 전공이 전기공학과다 보니, 전자제품 기판이나 회로에 관심이 많다(웃음). 아이폰을 분해해보고 이쁘다고 생각했다.
IT동아: …전자기판이 이쁘다?
이재성군: 이전에 분해해봤던 안드로이드 기기와 비교해 기판 디자인이 달랐다. 분해해온 아이폰 색상은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이었는데, 내부 기판과 배터리도 똑같았다. 심지어 부품, 그러니까 모듈까지도. 속까지 신경을 쓴다는 것이 놀랐다. 안드로이드는 알록달록하다. 배터리가 노란색인 경우도 있고. 그리고 여러 제조사가 생산하다 보니 기판 디자인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제조사의 제품이지만 내부 기판 색상은 다른 경우도 있다. 뭔가… 난잡하다.
아이폰 기판을 분해하면서 마치 레고를 조립하고 분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판 내 선들도 하나같이 정렬되어 있고. 색상도 동일하다. 사용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쓴다는 것을 느꼈다. 반했다. 이런 부분까지 신경쓰는 업체의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IT동아: 그래서 WWDC 장학생 공모전에 응모했나.
이재성군: 마침 타이밍이 좋았다.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간단한 게임을 직접 만들어서 주면 어떨까 생각했다(이재성군은 수줍게 여자친구라고 고백했다). 영화 메이즈러너를 보고 영감을 받은 간단한 미로 게임을 플래시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걸 아이폰으로 실행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전에는 개발, 코딩을 몰랐다. 전자기판 회로를 공부하던 공학도가 코딩을 직접 할 일은 없기도 했고. 그때부터 애플의 프로그래밍 언어 스위프트(Swift)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읽고 이해하기가 쉽더라(웃음). 심폐소생술을 쉽게 배울 수 있는 AR앱으로 응모했는데, 애플에서 좋게 봐줬던 것 같다.
WWDC 장학생에서 센드버드 개발자로
IT동아: 센드버드에서는 무엇을 개발하고 있는지.
김민혁군: 작년 7월부터 센드버드에 나왔다. (이재성군과) 같은 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현재 iOS용 전화통화 API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 고객사에게 제공한 메시징 API의 기능 업데이트, 유지 보수 관련 업무도 하고 있고.
이재성군: 여러명이 동시에 통화하는 다중통화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 센드버드 본사는 미국에 있다. 그리고 한국, 영국, 싱가포르, 베를린, 인도, 한국 등에 지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에 전체 인원 중 50%가 일하고 있다(전체 직원은 200명, 한국에 100명). 대표님이 한국인인 이유도 있겠지만(웃음), 국내 개발자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것 같다. 실제로 국내 직원 대부분이 개발자, 엔지니어다.
IT동아: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나이가 정말 어린 편이다. 작년에 입사했다면 19살, 24살에 개발자라는 직업을 시작한 것인데. 아직 학업을 다 끝내지 않은 것 아닌가.
김민혁군: 하하(웃음). 맞다. 한국으로 따지면, 고등학교 3학년에 센드버드에 입사한 셈이다.
( 어떤 뜻이냐는 질문에 )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미국의 온라인 고등학교로 들어갔다. 온라인 강의를 듣고 수행하면, 인정을 받는 형태다. 사이버학교처럼. 스스로 선택했다. 정해진대로 관심없는 것까지 다 배우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것을 공부하고 싶었다. 부모님도 이해해주셨고. 미국의 대학교에 합격했지만, 진학할지는 고민 중이다. 워낙 학비가 비싸기도 하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생각하고 있다. 아, 군대도 다녀와야 하고(웃음).
이재성군: 이제 졸업을 1년 앞두고 있다. 센드버드에서 우리에게 개발자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에 감사하다. 다행히 센드버드는 (스타트업이고, 글로벌 기업이라는 특성상) 수평적인 문화가 강하다.
IT동아: WWDC에 장학생으로 선정되기 위한 팁 같은 것은 없을까.
김민혁군: 애플을 사랑해야 한다(웃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앱 개발이 재미있었다. 개발 자체가. 사실 애플이 앱 완성도를 많이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작년에 선정되었던 앱을 지금 보면, 정말 잘 만든 앱이 아니다. 그래픽이 얼마나 좋은지, 앱이 얼마나 잘 실행되는지 보다 개발자가 만든 앱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누가봐도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앱이 떨어지기도 했었고.
이재성군: 3분 이내에 설명할 수 있는 앱이어야 한다. 쉽고 직관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용자가 앱을 짧게 사용해도 이게 무슨 앱인지 알아야 한다. 같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 애플은 기획력를 보는 것 같다. 뻔한 이야기지만, 창의적인 생각,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다(웃음).
기자는 인터뷰를 끝내며 놀랐다. 두 개발자 청년은 이제 20대지만, 김민혁군 같은 경우에는 19살, 아직 고등학생 신분으로 글로벌 스타트업에 개발자로 입사했다. 스스로 개발이 좋다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선택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참고로, 두 개발자 청년은 올해 'WWDC 2020'에도 'Swift 학생 공모전'에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글 / IT동아 권명관 기자(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