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질은 기본, 측거 성능에 모든 것을 걸었다 '니콘 D6'
[IT동아 강형석 기자] 4년 주기(하계와 동계 포함하면 2년 주기)로 찾아오는 전 세계 스포츠 축제(?)에 맞춰 카메라 제조사는 자신만의 기술을 동원한 '플래그십(기함급)' 카메라를 선보인다. 니콘도 마찬가지로 D6를 선보이면서 경쟁에 뛰어들었다. 비록 스포츠 축제가 2021년으로 연기됐지만 이와는 별개로 전문가 시장을 놓고 캐논과 니콘, 소니 등 카메라 제조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치를 예정이다.
플래그십 카메라. 흔히 다른 시장에서 최고의 제품이라면 호화롭거나 성능이 매우 뛰어나거나 각각의 특징을 품고 있다. 카메라 시장에서는 고화소보다 고속 연사 속도와 내구성 등 촬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형태다. 그런 점에서 D6는 그 자격이 충분하다. 과연 니콘의 6세대 플래그십 디지털 카메라는 완성도가 어느 정도일까?
약간은 달라진 새로운 니콘의 얼굴
D6는 D5 대비 약간의 변화를 가져가는 수준이다. 큰 틀에서 변한 것은 없지만 뷰파인더가 위치하는 상단부와 설정 버튼의 형상 등에 차이가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D780과 유사한 느낌으로 완성됐다는 느낌이다. 향후 이 같은 외모가 니콘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의 얼굴이 될 듯하다.
크기는 아무래도 가로와 세로 촬영이 모두 가능한 원바디(One Body – 세로그립 일체형 카메라)로 클 수 밖에 없다. 평범한 DSLR 카메라는 크기를 줄이는 형태(선택적으로 세로그립 장착 지원)지만 D6는 어떤 상황에서도 즉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가 적용되면서 자연스레 덩치가 커졌다. 대용량 배터리의 영향도 있다.
이 때문에 카메라의 크기는 폭 160mm, 높이 163mm, 두께 92mm에 달한다. 무게는 배터리와 메모리를 모두 포함해 약 1,450g이다.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의 2~3배 가량의 무게지만 내구성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은 더할 것이 없다. 그립부가 두툼하고 적당한 깊이로 마무리 되었다. 그립부를 감싸고 있는 고무는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딱 맞게 잡아준다. 실제로 기자가 장시간 손에 쥐고 사용했음에도 피로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을 정도다. 크기 중심의 미러리스가 절대 흉내내지 못하는 DSLR 카메라만의 장점 중 하나다. 그만큼 휴대성은 포기해야 된다.
카메라를 오른손으로 쥐게 되는 그립부 주변에는 셔터 버튼과 전원 스위치(LED 점등 포함)가 자리하고 있다. 이 외에 작게 녹화 버튼, ISO 감도 조절 버튼, 본체 노출 조절 버튼 등이 셔터 버튼 주변에 배치된다. 왼손으로 조작하게 되는 좌측 상단부는 의외로 직관적이다. 기본적으로 모드 변경(P/A/S/M) 및 노출 관련 버튼을 시작으로 다이얼로는 촬영 방식(단일 및 연사 등) 변경을 지원한다.
후면부 조작 체계는 여느 니콘 DSLR 카메라와 차이가 없다. 액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좌측에 주요 버튼을 배치했고 우측에는 방향키와 라이브뷰 전환 스위치 등이 제공된다. 디스플레이는 3.2인치(236만 화소)로 화질에 대한 아쉬움 없이 촬영한 이미지를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좌측 버튼은 우선 촬영한 이미지를 감상하는 리뷰 버튼과 이미지 삭제 버튼이 마련되어 있다. 아래로는 기능 설정을 위한 메뉴 버튼과 이미지 보호, 이미지 확대와 축소 버튼 등이 있다. 카메라 우측에는 초점 및 노출 고정 버튼과 기능 다이얼, 라이브뷰 변환 스위치 등이 있다. 세로로 손에 쥐어 쓰는 상황에서도 최적의 조작이 가능하도록 컨트롤러와 다이얼이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D6는 추가로 액정 하단에 별도의 정보 액정창을 배치하고 있다. 여기에는 단일 혹은 연사 촬영 모드인지 메모리에 저장되는 이미지의 형태와 화질, 화이트밸런스 설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액정창 아래에는 해당 기능 조작을 위한 버튼도 배치했다. 기능을 조작하고 확인하는 측면에서는 타 기기가 흉내내기 어려운 면모를 보여준다. 액정 디스플레이를 켜면 상대적으로 전력 소모가 커지는데, 단순한 액정창은 전력 소모가 낮으면서도 다양한 정보 확인이 가능해진다.
저장 매체는 두 가지를 쓴다. D5가 컴팩트플래시(CF - Compact Flash)와 XQD를 선택해 쓸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CF익스프레스(CF-express) B형과 XQD를 선택적으로 쓸 수 있다. 둘 다 고속 규격이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슬롯은 두 매체를 혼합해 쓸 수 없으므로 처음 구매할 때부터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슬롯은 두 개가 기본이다. 이를 활용해 RAW(저손실 압축)+JPEG(손실 압축), JPEG+JPEG, 순차 저장 등 다양한 형태의 저장방식을 지원한다. 저장매체 활용에 큰 도움이 되는 부분 중 하나다.
확장 측면에서도 D6는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구축되어 있다. 유선 네트워크 활용을 시작으로 HDMI, USB-C 규격 단자, 별도의 터미널 단자 등을 갖춰 여러 액세서리와 호흡을 맞춘다. 어디서든 촬영하고 PC나 태블릿 등에 전송하는 식의 활용이 가능하다.
기본은 지키면서 '측거' 성능 향상에 초점
니콘 D6의 실력을 확인해 볼 차례. 수동 렌즈인 칼자이스 플라나(Carl Zeiss Planar) 50mm f/1.4 ZF2와 AF-S 니코르(NIKKOR) 35mm f/1.4G 등을 활용해 촬영을 진행했다. 화질이나 효과는 모두 기본 설정을 적용했으며, 상황에 따라 감도와 셔터 속도 등을 수동 조절해 최적의 결과물을 얻고자 했다. 측광은 카메라 뷰파인더 중앙의 작은 구역을 중심으로 노출을 결정하는 스팟 측광 방식을 썼다.
우선 카메라에는 2,082만(총 2,133만) 화소 사양의 이미지 센서가 탑재되어 있다. 사양 자체는 이전 세대인 D5와 동일하다. 요즘 출시되는 3,000만~4,000만 화소 상당의 고화소 제품과 비교하면 아쉬울 수 밖에 없지만 화질과 속도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적절한 형태다. 센서는 풀프레임(35mm 필름 규격에 준하는 면적)으로 니콘은 FX 규격이라고 부른다.
영상처리 장치는 카메라 성격에 맞춰 조율된 6세대 엑스피드(Expeed)가 맡는다. 넓은 감도 범위 처리를 시작으로 화이트 밸런스 정확도 향상, 초당 14매, 4K 영상 등 부하가 다소 걸리는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사진영상 데이터를 처리해낸다.
화소 자체가 2,000만을 조금 넘기 때문에 해상도 측면에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정제 능력 자체만 놓고 보면 동급 2,400만 화소 카메라와 비교해 아쉬움이 없다. 렌즈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깔끔하고 선명한 결과물을 제안한다.
대응 감도는 ISO 100부터 10만 2,400이다. 여기에 확장을 통해 최대 ISO 328만까지 사용 가능하다. 비록 확장이지만 감도 범위 조절이 넓은 것은 분명한 장점. 물론, 확장 감도는 화질 저하가 크기 때문에 해상도를 줄여 쓰는 목적 외에 활용은 어렵다. 기본적으로 고감도 처리 실력이 뛰어나다. 저조도 환경에서 ISO 6,400으로 촬영해도 화질 열화가 크지 않은 정도. 촬영해 보니 약 ISO 5만 1,200 전후로 화질 열화가 두드러진다. 극한 상황이 아니라면 ISO 5만 1,200 전후를 많이 쓰게 될 듯하다.
피사체를 검출해내는 능력은 니콘 전통대로 빠르고 기민하다. 기본적으로 105개 측거점을 제공하는데 모든 측거점에 3개의 센서를 교차 배치시켜 성능을 더욱 높였다. 이 때문에 중앙 -4.5스탑, 그 외 영역 –4스탑 가량의 초저조도 환경에서도 측거가 될 정도다. 이 외에 니콘은 빠르고 기민한 측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D6에 맞는 자동초점 명령어를 새로 개발해 넣었다.
여기에 6세대 엑스피드의 데이터 처리 능력까지 더해지면서 D6는 유연하게 피사체를 따라가면서 최대 초당 14매를 연속 200매 저장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반사 거울의 소리를 억제하며 촬영하는 무음 기능을 선택하면 최대 초당 10.5매 기록이 가능하다. 이 외에 풀HD 혹은 4K 해상도에 맞춰 사진을 기록하면 각각 초당 60매와 30매 연속 촬영이 가능하다. 움직임이 빠른 환경에서 촬영할 때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동영상 촬영 기능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D6는 4K 해상도 초당 30매(30프레임) 촬영을 지원한다. 센서 전체를 활용하기 않는 부분(APS-C 영역을 쓴다)은 조금 아쉽다. 나머지 해상도 영역에서는 센서 전체 영역을 쓴다는 점 참고하자. 이 외에 영역이 APS-C 정도로 제한되는 DX 영상 모드 및 3배 확대 촬영 등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카메라에는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 촬영의 즐거움을 주도록 했다. 색감 및 선명도 등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 픽처 컨트롤(Picture Control)에는 선명도 조정이라는 새 항목이 추가됐다. 윤곽(선명도)과 굵은 선 강조(명료도), 세부 조정(중간 선명도) 등을 선택해 필요에 따라 설정할 수 있다.
목적만 분명하다면 만족스러운 카메라 될 듯
니콘 D6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하지만 D5의 가격이 729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에서 책정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분명히 높은 가격이지만 목적이 뚜렷하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화소보다는 빠른 측거 성능(동체추적 포함)과 연사 등에 초점을 두는 사진사에게 알맞다. 그 반대라면 D6는 오히려 덩치 큰 카메라에 불과할 것이다.
높은 완성도를 갖춘 카메라지만 아쉬운 요소 역시 존재한다. 기존 D5와 마찬가지로 풀HD까지의 영상은 센서 전체를 쓰지만 4K는 APS-C 규격 영역에 대응한다. 안정적인 촬영 성능에 초점을 두고 내린 결정이겠으나 아무래도 전체 영역을 사용했다면 기존과의 차별화가 두드러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니콘 D 제품군, 그 중에서 한 자리 숫자 기반의 제품은 니콘의 자존심으로 가장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D6는 가장 최신 기술을 가득 담아 넣어 전문 사진가가 쓰기에 알맞은 형태로 진화했다. 동영상 기능에 초점을 둔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역동적인 사진과 영상의 비중을 적절히 배합하는 형태라면 한 번 눈 여겨 봐도 좋을 카메라라 하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