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MD 게이밍 노트북의 정점'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G14
[IT동아 강형석 기자] 모바일 PC, 그러니까 노트북 시장에서 AMD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라이젠(RYZEN)이라는 걸출한 프로세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데스크탑 PC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실력이 검증이 됐을지 몰라도 노트북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성공 여부가 점쳐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초기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는 경쟁 동급 제품 대비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데스크탑 프로세서가 어느덧 3세대를 거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AMD 바람이 조금씩 불기 시작한 것. 2세대 정도 거치면서 실력을 입증 받기도 했지만 7nm 미세공정을 도입하면서 얻은 이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AMD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를 도입하는 노트북 제조사가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게이밍 노트북 시장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코어를 갖춘 3세대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 수가 늘었다.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Zephyrus) G14 또한 그 중 하나다.
AMD 플랫폼 위해 새로 설계한 게이밍 노트북
노트북의 외모는 지금까지의 ROG(게이머공화국 – Republic Of Gamers) 제피러스와 유사하지만 하얗게 도색한 것 때문인지 더 깔끔한 인상을 준다. 기존 인텔 기반의 ROG 제피러스가 금속 재질을 한껏 살리고 어두운 색상으로 마무리 해 묵직한 느낌이라면, ROG 제피러스 G14는 그 반대다. 조금 더 젊은 소비자를 겨냥하는 것과 함께 기존과 다른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노트북은 대부분 게이밍 제품이 취하는 15.6인치가 아니라 14인치 규격을 채택했다. 크기는 폭 324mm, 높이 222mm, 두께 17.9mm 정도다. 여기에 LED로 전면을 꾸미는 아니메 매트릭스(AniMe Matrix) 기술이 더해지면 19.9mm로 조금 더 두꺼워진다. 리뷰에 쓰인 제품은 해당 기술이 없는 제품이라는 점 참고하자. 무게도 1.67kg 정도로 비교적 부담이 적다.
노트북 자체에는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구리 재질의 방열판을 작게 만들어 배치했는데, 최적의 방열 능력을 확보하고자 방열판 면적을 최대한 넓혔다. 얇고 넓게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209개의 방열판의 면적은 6만 8,868 제곱밀리미터에 달한다.
냉각 장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성능을 높일수록 소음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냉각팬에 자가 청소 기능을 담았다. 장시간 사용에 따른 소음을 줄이고 수명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속도도 임의로 변경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저소음(Silent), 균형(Balanced), 터보(Turbo) 등을 선택할 수 있으니 사용 환경에 따라 작동 속도를 조절하자. 조작은 기능키(FN)와 F5키의 조합으로 변경할 수 있다.
기기 좌우 측면에 각각 제공되는 확장 단자도 기존과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다. 우선 노트북을 전면으로 바라봤을 때 기준으로 좌측에는 USB-C 규격 단자 1개(2세대 USB 3.2)와 스테레오 입출력 단자, HDMI 단자가 있으며, 우측에는 2개의 USB-A 규격(USB 3.2), USB-C 규격 단자 1개(2세대 USB 3.2)가 제공된다.
덮개를 열면 14인치 면적의 디스플레이와 함께 키보드·터치패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디스플레이는 하단을 제외하고 테두리를 최대한 얇게 만들어 화면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해상도는 1,920 x 1,080으로 풀HD 규격이다. 주사율은 초당 120회 깜박이는 120Hz 패널을 채용했다. ROG 제피러스 G14는 120Hz 패널 제품에 가변 주사율 기술이 적용된다.
키보드 구성은 소형 노트북과 동일한 형태다. 흔히 텐키리스(10Keyless)라 부른다. 우측에 별도 마련되는 키패드가 제외된다. 노트북 크기 자체가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키감도 좋은 편이고 간격도 여유로워서 쓰기에 불편함이 없다. 키보드는 RGB LED 조명을 붙여 화려함을 뽐낸다. 터치패드는 영역이 뚜렷해 조작이 용이한 편이다.
성능에 한 번 놀라고, 배터리 지속 능력에 또 한 번 놀라
이제 노트북의 성능을 확인해 볼 차례다. 이 노트북은 기존과 달리 AMD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를 채택했다. 그래픽카드로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60을 썼다. 성능 측정을 위해 간단한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와 게임 등을 실행해 봤다. 고성능 그래픽카드까지는 아니지만 중급 제품을 채용했기 때문에 무난한 성능이 예상된다.
노트북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AMD 라이젠 9 4900HS다. 4000번대 이름을 하고 있으나 3세대에 해당한다. 7나노미터(nm) 미세공정을 중심으로 8개 코어를 담았다. 가상으로 명령어를 처리하는 동시 다중처리(SMT - Simultaneous Multithreading Technology) 기술을 통해 마치 16개 코어가 있는 듯한 성능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제 16코어 성능을 내지는 못한다.
이 외에 16GB 용량의 DDR4 메모리와 1TB 용량의 고속 저장장치(SSD)까지 함께 제공한다. 비교적 여유로운 사양을 통해 시스템을 민첩하게 구동할 수 있다. 하지만 사양에 따라서 SSD 용량 및 하드디스크 장착 여부 등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하자.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60(맥스-큐 디자인)이 쓰였다. 현역 지포스 그래픽카드로 중급 게이밍 제품에 해당된다. 3D 가속 외에도 인공지능 처리를 위한 텐서코어(Tensor Core), 광선추적(레이트레이싱)에 필요한 RT코어를 함께 포함하고 있다.
추가로 노트북에 탑재된 이 그래픽카드는 시스템에 귀속되는 옵티머스(Optimus)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일반 외장 그래픽 프로세서와 달리 세부 그래픽 설정 기능이 제공되지 않는다.
게이밍 성능을 가늠하는 벤치마크 애플리케이션 3D마크(파이어 스트라이크)를 실행해 보니 여느 동급 게이밍 노트북 부럽지 않은 성능을 낸다. 세부 항목을 봐도 그래픽 테스트에서 초당 62~75매에 가까운 움직임을 그려낼 정도이며, 종합 처리 능력도 초당 33매 가량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점수는 1만 4,600을 기록했다.
게임 둠 이터널을 실행했다. 모든 그래픽 효과를 '울트라'에 설정한 다음, 바로 실행했다. 확인해 보니, 기본적인 전장 내에서 편차는 있지만 적게는 초당 70매 전후, 많게는 120매(프레임) 이상을 그려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초당 60매 이상이라고 하면 게임을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이미 그 이상을 표현하고 있으므로 게임을 즐기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성능이 다소 내려간다 하더라도 화면을 깜박이는 수(주사율)를 조절해 실제로는 부드러운 화면을 그려내는 기술도 담아냈다. 이 정도라면 어떤 환경에서도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상품성은 충분, 관건은 가격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G14, 14인치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의외의 제안에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지만 한 번 적응되면 강력한 무기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높은 휴대성에 의외의 배터리 효율성, 감각적인 디자인까지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1~2세대 라이젠 모바일 프로세서는 성능 측면에서 아쉬움은 없었으나 배터리 효율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3세대에 들어서는 좋은 점은 더욱 강화되고, 아쉬운 부분은 보완됐다. 코어 수는 8개로 늘어 다중 작업에 유리해졌고, 배터리 효율은 배 이상 개선됐다. 간단한 문서 작업 정도는 적당한 액정 밝기만으로 최대 8시간 가량 사용 가능하며, 영상 시청도 무리 없다.
실제 측정해 보니, 약 8시간 이상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화면 밝기 50%, 음량 25%, 균형 성능 설정으로 이뤄낸 결과다. 유튜브 4K 영상을 무한 반복한 것인데, 사용자간 선호하는 화면 밝기와 음량 등을 감안하면 차이가 있겠지만 이 정도면 라이젠 9 4900HS 프로세서의 효율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
지포스 RTX 2060을 품은 3D 가속 실력도 수준급이다. 고사양 게임을 엄청 쾌적하게 실행한다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노트북이 제공하는 풀HD 해상도 환경과의 궁합은 엄지를 들어줘도 좋을 정도. '휴대성·성능·효율' 이 세 가지 요소가 나름대로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G14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쉬운 부분 또한 남아 있다. 120Hz로 제한되는 주사율과 키보드를 중심으로 집중되는 발열, 의외로 높은 가격대(200만 원대 전후 예정)다. 발열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조금 더 고주사율 화면을 채용했다면 게이밍 노트북으로써 가치가 조금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에이수스 ROG 제피러스 G14가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AMD 게이밍 노트북 중 경쟁력 있는 제품 중 하나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어 보인다. 실내외 상관 없이 가볍게 휴대하며 콘텐츠를 소비하고 혹은 생산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관심을 가져도 좋을 듯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