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와이파이6 + 메시 지원 '끝판왕' 공유기, 넷기어 오르비 RBK852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와이파이(Wi-fi) 시장은 세대교체 시기다. 기존의 와이파이5(802.11ac) 규격보다 데이터 전송속도 및 반응성이 향상된 와이파이6(802.11ax) 규격 제품이 본격적으로 보급을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복수의 AP(접속지점)를 조합하고 각 기기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커버리지를 확장하는 메시(Mesh) 와이파이 기술, 그리고 와이파이 보안의 새로운 표준인 WPA3 등의 신기술이 다수 나온 상태다.
넷기어(Netgear)의 오르비(Orbi) RBK582는 위와 같은 차세대 와이파이 기술을 대부분 탑재한 공유기 시장의 '끝판왕' 같은 존재다. 2017년에 첫 등장한 오르비 시리즈는 당시 생소하던 메시 와이파이를 지원하는 제품이었는데, 상당히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끌었다. 오르비의 성공 이후 이런 '분신술'을 쓰는 공유기가 다수 출시되었다. 이번에 선보인 오르비 RBK582는 기존 오르비 시리즈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합계 AX6000급(1200+2400+2400Mbps)의 와이파이6 기술을 비롯, 한층 강력한 성능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라우터 본체와 커버리지 확장용 새틀라이트의 1+1 구성
넷기어 오르비 RBK582의 제품 구성은 기존의 오르비 시리즈와 유사하다. 시스템의 중심이 되는 라우터(RBR850) 1대와 커버리지 확장용으로 쓰는 새틀라이트(RBS850) 1대의 세트 구성이다. 만약 좀 더 넓은 커버리지가 필요하다면 새틀라이트만 구매해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라우터와 새틀라이트의 크기와 디자인은 거의 같다. 라우터는 단독으로도 공유기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새틀라이트는 커버리지 확장용으로만 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1+1 기본 구성에서 최대 350제곱미터에 달하는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발휘한다고 제조사는 강조하고 있다.
제품의 크기(254x195x71mm)는 기존 오르비 시리즈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디자인은 좀 다르다. 본체 테두리에 은색 베젤을 덧대고 전후면 패널의 질감을 높여 한층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얼핏 보기엔 공유기가 아니라 공기청정기 같은 생활가전 제품 같은 디자인인데, 이 때문에 실내 어디에 두더라도 이질감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제품 하단에는 2개의 나사 홀이 있어 별도의 블래킷을 이용한다면 벽면에 고정 설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2개의 링크 조합을 통한 유선 성능 강화도 지원
오르비 RBK582는 와이파이 성능을 강조하는 제품이지만 유선 네트워크도 지원한다. 본체 후면 하단에는 어뎁터 연결용 전원 포트 외에 유선 네트워크 포트도 달렸다. 라우터에는 총 5개의 네트워크 포트가 달렸는데 이중 1개는 외부 인터넷 연결용 WAN 포트, 나머지 4개는 PC 등의 외부 단말기, 혹은 새틀라이트를 연결할 수 있는 LAN 포트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라우터와 새틀라이트를 무선 연결해서 이용하겠지만 좀 더 안정적인 통신을 원한다면 유선 연결을 고려할 수도 있겠다. 새틀라이트에는 4개의 LAN 포트만 달려있다.
< 라우터 후면 포트 구성>
오르비 RBK582의 네트워크 포트는 모두 1Gbps 전송 모드를 지원하는 기가비트 규격이라 기가인터넷 환경에 적합하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2개의 포트를 조합해 합계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향상시키는 링크 어그리게이션(Link Aggregation) 기술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WAN 포트와 LAN 포트 1개에 각각 별도의 인터넷 포트를 꽂아 최대 2.5G 멀티기그(Multi-Gig)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있다고 제조사는 강조한다. 이 기능을 쓰려면 인터넷 회선이 1개 더 필요하다는 조건이 필요하지만 성능을 최우선 하는 환경이라면 이용을 고려할 만하다.
< 새틀라이트 후면 포트 구성>
AX6000급, 업계 최상위급 무선 성능에 눈길
이 제품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은 역시 와이파이 성능이다. 요즘 나오는 고급형 공유기는 대개 2.4GHz와 5GHz 와이파이를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밴드 사양인 경우가 많다. 2.4GHz는 최대 속도가 낮지만 장애물에 강해 커버리지가 좋고 5GHz는 커버리지가 상대적으로 좁은 대신 최대 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오르비 RBK582의 경우는 여기에 라우터와 새틀라이트들을 연결하는데만 쓰는 5GHz 밴드를 하나 더 추가한 트라이밴드 사양이다. 덕분에 접속 단말기의 수가 늘어나더라도 라우터와 새틀라이트들 사이의 통신에는 지장을 받지 않는다.
오르비 RBK582에 접속한 단말기는 2.4GHz 모드에선 최대 1200Mbps(1.2Gbps), 5GHz 모드에선
2400Mbps(2.4Gbps)로 통신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오르비 유닛들 사이를 최대 2.4Gbps로 연결하는 5GHz 밴드의 대역폭까지
합쳐 오르비 RBK582는 총 AX6000급(1200+2400+2400Mbps)의 대역폭을 발휘한다. 이는 시중에 팔리는 와이파이6 지원
공유기 중에서도 최상위급의 성능이다.
모든 구역 SSID 1개로 커버 가능, 이동해도 끊김 없어
이와 더불어 장소에 따라 2.4GHz 와이파이와 5GHz 와이파이에 번갈아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여러 와이파이 밴드를 하나의 SSID(접속리스트)로 통합해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커넥트(Smart Connect) 기술도 갖췄다. 사용자가 공유기와 가까운 곳에 있을 때는 5GHz,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을 때는 2.4GHz로 끊김 없이 자동 전환된다.
이와 더불어 라우터와 새틀라이트가 설치된 각 장소를 이동하더라도 끊김 없이 접속을 이어갈 수 있는 고속 로밍(Fast Roaming) 기술, 그리고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중 통신 상태가 좋은 쪽으로 자동으로 비중을 높이는 밴드 스티어링 기술도 지원한다. 라우터와 모든 새틀라이트가 단일 SSID로 접속하므로 사용자가 여러 장소로 이동하더라도 수동으로 접속을 전환하거나 통신에 장애를 겪는 일은 없다.
그 외에도 동시에 여러 장치로 데이터를 스트리밍 하여 접속자 수가 늘어나도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한 MU-MIMO(Multi User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기술을 지원하며, 사용자의 방향으로 전파를 집중시켜 음영지역을 최소화하는 빔포밍+(Beamforming+) 기술도 갖췄다. 기존의 빔포밍 기술과 달리 구형 와이파이4(802.11n) 규격 단말기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신의 와이파이 관련 기술을 거의 다 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하드웨어적으로도 충실하다. 내부에 퀄컴의 쿼드코어 프로세서 및 1GB 시스템 메모리(RAM), 그리고 512MB 플래시 메모리를 탑재했으며,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감도가 높은 8개의 안테나를 내장했다. 고용량 콘텐츠의 이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최근의 추세에 어울리는 구성이다.
전용 모바일 앱 통한 간편한 설치 과정
일반적인 공유기와 콘셉트가 다소 다른 제품이라 설치나 설정 방법이 복잡할 것 같지만 실제로 이용해보면 그런 걱정은 덜어도 될 것 같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넷기어의 공유기들은 초보자들도 쉽게 설정이 가능한 모바일 앱을 제공한다. 오르비 RBK582 역시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 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오르비(Orbi) 앱을 스마트폰에서 실행하고 앱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어렵지 않게 라우터 및 새틀라이트의 초기 설치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전원 및 인터넷 케이블 연결, 새틀라이트의 배치, 비밀번호 설정, 그리고 공유기 펌웨어의 업데이트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설치를 마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0여분 정도다. 나중에 새틀라이트를 추가하고자 한다면 라우터 및 새틀라이트 후면에 있는 싱크(Sync) 버튼을 각각 눌러 서로를 인식시키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사용자는 오르비 앱을 통해 공유기 및 접속 단말기의 상태 모니터링, 와이파이 암호 변경, 게스트 와이파이 이용 설정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게스트 와이파이 기능은 일종의 간이 와이파이용 AP를 생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긴 하지만 공유기 내부 설정 메뉴에 접근하거나 같은 공유기에 접속한 사용자끼리의 엑세스 등은 차단할 수 있다. 카페와 같이 외부 손님들이 많이 오는 장소에서 유용한 기능이다.
좀 더 세부적인 기능 설정이 필요하다면 기존 공유기처럼 PC용 웹브라우저를 통해 공유기 내부 설정메뉴에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서는 오르비 앱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관리기능 외에도 장치별, 서비스별 네트워크 우선순위를 최적화해서 원활한 접속이 가능하도록 돕는 QoS(Quality of Service), 보안성이 높은 사내망을 구축할 수 있는 VPN 등, 기업이나 전문가들에게 유용한 고급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성능이나 기능 나무랄 데 없지만
넷기어 오르비 RBK852는 참신한 기능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기존 오르비 제품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와이파이6를 비롯한 최신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한층 보강한 것이 특징이다. 시리즈 특유의 메시 와이파이 기술을 통한 넓은 커버리지와 더불어 시중에 팔리는 공유기 중 최상위권인 AX6000급 무선 성능을 갖추고 있어 2층 건물 한 채 정도는 기본 세트인 라우터 + 새틀라이트 x 1의 구성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한다.
참고로 넷기어 오르비 RBK852는 2020년 4월 인터넷 최저가 기준 99만원에 팔리고 있다. 성능이나 기능 면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 제품이지만 가격 역시 높은 수준이다.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에서 쓰기엔 다소 무리지만 네트워크 역량이 곧 조직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기업이나 전문가 집단이라면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