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국내 진출, 누가 더 긴장할까?
[IT동아 강형석 기자] 전 세계 사용자 다수를 보유(세계 최대 음원 서비스 플랫폼이다)하고 있는 스포티파이(Spotify)가 국내 지사를 설립하고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약 2억 5,000만 명 가량이 사용 중인 대형 플랫폼이 국내 진출하는 셈이다. 스포티파이는 사용자가 선택하거나 구독한 음악인, 감상한 음원의 장르를 분석, 그에 맞는 최적의 음원을 추천하는 서비스 외에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국내 음원 서비스가 이와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멜론, 지니, 플로, 바이브(네이버뮤직), 벅스 등 다양한 토종 음원 서비스 플랫폼이 있다. 여기에 애플뮤직까지 더하면 다수의 음원 서비스 플랫폼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양새다. 여전히 점유율은 멜론이 약 40% 가까운 수치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지니와 플로 등이 가입자를 늘리는 중이다.
애플뮤직은 국내에서 고전 중이다. 해외에서는 스포티파이 다음으로 큰 규모의 가입자를 자랑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음악인에 대한 자료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음악인의 음원은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애플뮤직에서 국내 음악인의 음원을 검색하면 최신 음원조차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가 국내 진출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예상해 봤다.
시나리오 1 – 스포티파이의 등장으로 시장 재편?
스포티파이 입장에서 가장 좋은 이야기는 시장 진출과 함께 절대 다수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국내외 음원을 다수 준비하고, 기존 장점으로 꼽혔던 음원(음악인) 추천 및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재생목록 등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
국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은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하거나 개인을 음원 선곡자로 활용해 구독자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용자는 원하는 음원을 감상할 때 1~100위까지 정렬한 차트를 활용하거나 최신 음원 목록, 직접 검색 등을 주로 활용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서비스는 음원의 종류(장르)나 음악인 성향 등을 정리하지만 취향에 잘 맞는 서비스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순 정렬에 가까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가 노리는 부분은 바로 국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이 갖는 허점에 있다. 해외 서비스지만 국내 음원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점은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힌다. 어디까지나 음원 저작권 문제만 해결된다면 말이다.
시나리오 2 – 스포티파이도 애플뮤직처럼?
애플뮤직도 등장 초기에는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풍성한 해외 음원에 비해 국내 음원은 매우 부실하다. 활동을 오래한 음악인의 음원은 존재조차 하지 않으며, 최근 활동 중인 음악인의 음원 또한 규모가 충분하지 않다. 이는 현재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점유율이 지지부진한 원인은 현지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스포티파이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음악인의 음원들이 풍부하게 확보되어 있다. 저작권 문제로 듣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의 음원 감상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외 음원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해외 음원 서비스 플랫폼에 비해 아쉬울 뿐이지 국내 진출하는 최신 음원은 다수 제공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스포티파이도 애플뮤직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활동 중인 음악인이야 저작권 관련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하더라도 콘크리트처럼 굳건한 국내 서비스 사용자의 시선을 돌리려면 국내 음원 확보가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80~90% 정도까지는 도달해야 된다고 본다.
서비스 비용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의 구독료는 실시간 재생만 1만 원대 전후, 음원 내려받기를 포함하면 1만 원대 후반~2만 원대 후반 정도에 가입할 수 있다. 여기에 프로모션 등을 포함하면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해진다. 애플뮤직은 개인이 8,900원, 최대 6명이 쓰는 가족 계정은 1만 3,500원에 책정되어 있다.
스포티파이는 약 9달러(원화 약 1만 2,000원 상당)에 형성되어 있으며, 최대 6명이 쓰는 가족 계정은 14.99달러(원화 약 1만 8,500원 상당)다. 국내 가격은 환율에 따른 변수가 있지만 1만 원대 초반에서 최대 2만 원대 전후로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서비스나 애플뮤직에 비해 가격이 높거나 비슷하다면 굳이 플랫폼 자체를 옮길 이유가 크지 않다.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음원 확보와 가격 정책이 중요하다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로 인해 시장은 다시 한 번 더 긴장 상태로 돌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준비태세일 뿐, 실제 전투에 돌입하려면 스포티파이가 어떤 형태로 서비스를 시작할지를 파악해야 된다.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는 상태에서 굳이 국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
이 시점에서 긴장해야 할 플랫폼은 국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이 아니라 애플뮤직이 아닐까? 점유율이 낮은 상황도 문제지만 자칫 스포티파이 진출로 애플뮤직의 국내 입지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내 음원 서비스 플랫폼은 이 상황에 따라 대응해도 늦지 않다.
반면, 스포티파이는 많은 것을 철저히 준비해야 된다. 단순히 해외 서비스를 국내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애플뮤직이 여러모로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있어 그들의 문제점을 잘 보완한다면 안정적인 서비스는 불가능이 아니다.
결국 음원 확보와 가격 정책 등이 열쇠가 될 전망이다. 국내 저작권 협회들과 협의를 잘 마무리 지어 국내 음악인 음원을 다수 확보하고, 국내 사정에 알맞은 가격 정책을 통해 자연스러운 플랫폼 이동을 유도해야 된다. 과연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대 음원 서비스 플랫폼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니면 제2의 애플뮤직이 될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