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폴더블폰에 1,000만 화소대 카메라를?' 갤럭시 Z 플립의 촬영 성능
[IT동아 강형석 기자] 갤럭시 Z 플립의 강점은 반으로 접어 쓰는 휴대성에 있다. 하지만 이 휴대성을 활용한 기능이 또 다른 특징으로 작용한다. 바로 사진 촬영 관련 기능이다. 이번 제품은 접을 때 180도 범위 내에서 원하는 각도로 고정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각도로 촬영할 수 있다. 심지어 90도 전후로 접어 놓으면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셀프 촬영도 될 정도다. 그렇다면 갤럭시 Z 플립의 사진 촬영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갤럭시 Z 플립에 탑재된 후면 카메라는 2개. 각각 광각(123도)과 기본 화각(78도)에 대응하고 각각 1,2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품었다. 조리개 사양은 각각 f/2.2(광각)와 f/1.8(기본)이다. 2020년에 출시된 스마트폰이라고 하기엔 그 사양이 매우 빈약한 편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화소가 전부는 아니다. 적은 화소라도 최적의 광학 구조와 영상 처리 기술을 적용했다면 아쉬움은 적을 것이다. 예로 화소를 줄인 대신 고감도 성향으로 설계해 화질을 개선한 형태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광학계 자체의 설계를 통해 결과물을 선명하게 구현하는 방법도 있겠다.
<갤럭시 Z 플립으로 촬영한 이미지. 전반적으로 선명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실제 그런 것은 없었다. 광량이 충분한 환경에서도 어두운 부분에서의 화질 저하가 두드러진다. 약 2~3년 전 스마트폰 카메라 화질과 유사하거나 더 떨어진다. 해상도가 낮으니 저장용량은 줄어든다. 실제 촬영한 결과물의 용량을 확인한 결과 약 3~4MB 전후 수준. 갤럭시 Z 플립의 저장공간이 256GB, 실 사용공간이 230MB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럿 촬영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미지 일부를 그대로 자른 것. 어두워질수록 화질 열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촬영하면 중앙부 혹은 피사체의 주변부(외곽선)는 선명하게 나타나지만 그 안쪽으로는 약간 뭉개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때문에 사진 자체는 전반적으로 선명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확대해 본다면 다소 지저분하거나 흐릿한 결과물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이미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깔끔함을 강조할 수 있도록 주변부 선명도를 높인 듯 하다.
전면 카메라는 후면 카메라보다 더 처참하다. 1,000만 화소 사양의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것인데, 피사체를 잡아내기 위한 초점 검출 속도는 빠르지만 결과물은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 빛이 적은 실내에서 촬영한 결과물. 크기를 줄이면 낫지만 100% 확대해보면 열화가 상당하다.>
나름대로 폴더블이라는 선진 기술을 담아 넣은 2020년형 스마트폰인데 왜 카메라 성능은 과거로 돌아간 것일까? 아마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면서 기판이 차지하는 부피를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결정이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갤럭시 폴드도 비슷한 사양을 채택한 바 있다. 갤럭시 폴드의 전면 카메라는 Z 플립과 동일한 1,000만 화소 사양(조리개는 f/2.2로 조금 더 밝다)이며 후면 카메라는 1,200만(기본+망원)과 1,600만(광각) 화소를 제공한다. 화각도 망원 45도인 것을 제외하면 Z 플립과 거의 동일하다.
저화소 이미지 센서 채용의 비밀은 두 스마트폰의 두께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갤럭시 폴드의 두께는 7.5mm, 갤럭시 Z 플립의 두께는 6.9mm다. 폴더블 구조 자체가 극적인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두께가 6mm 줄어들었으니 최대한 크기가 작은 카메라를 탑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금 더 신경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기 제품에서는 더 나아지길 기대해본다.>
이 스마트폰은 무려 165만 원이다. 접을 수 있다는 점에서 파생되는 이점이 있지만 사진을 많이 촬영하는 입장에서 접근하면 그렇게 쓰임새가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조금 번거롭겠지만 이보다 더 저렴한 갤럭시 S20+ 정도에 작은 삼각대 하나 휴대하는 것이 기능이나 결과물 등에서 더 나을지도 모른다. 반으로 접는 것을 중심으로 부가적인 요소를 얻느냐, 더 나은 성능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냐 여부는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