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홈페이지 '갤럭시 S20 139만원 할인' 문구의 함정
[IT동아 김영우 기자] 다음달 6일에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 시리즈(S20, S20+, S20 울트라)가 출시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한 이동통신 3사는 2월 말까지 사전 예약을 진행한다. 향상된 성능의 프로세서 및 최대 100배 줌 지원(울트라 모델)의 카메라 등, 화려한 성능과 기능을 어필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문제는 가격이다. 가장 저렴한 갤럭시 S20 기본 모델이 1,248,500원, 가장 비싼 갤럭시 S20 울트라 모델은 1,595,000원의 출고가가 책정되었다.
그런데 갤럭시 S20의 사전 예약을 받고 있는 KT 공식 홈페이지에 '갤럭시 S20 최대 139만원 할인!'이라는 솔깃한 문구가 떴다. 정말로 저 정도로 폰 값을 할인해 준다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갤럭시 S20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인데, 당장 사야하는 것 아닐까?
24개월 후 폰 반납하면 67만원 할인?
그런데 실제로 해당 배너를 눌러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니 위 문구에는 '함정'이 가득했다. 위 할인(?)을 받기 위해선 우선 구매 후 24개월이 경과되면 사용중인 갤럭시 S20을 KT에 반납해야 하는 '슈퍼체인지'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면 24개월 후 폰을 반납하면 갤럭시 S20+ 모델 기준으로 출고가의 50%인 최대 67만 5,000원을 쳐준다는 것인데, 이건 아무리 봐도 '중고 매입'이지 '할인'이라는 하기엔 민망한 형태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더라도 어차피 소비자는 제 값을 주고 폰을 사야 하며, 중고 폰을 팔 수 있는 곳은 KT 말고도 너무나 많다.
물론, 2년 된 중고폰을 출고가의 50% 쳐준다면 나쁘지 않다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2년 정도 된 중고폰은 출고가의 30% 정도 선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함정은 또 있다. 슈퍼체인지 서비스에서 제시한 50%의 매입가는 '최대' 50%라는 것이지 무조건 출고가의 50%를 준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관이나 기능에 손상이 있다면 각 항목에 따라 매입가가 차감되며, 손상이 심한 경우는 아예 매입을 거부당할 수도 있다. 폰을 자주 떨어뜨리거나 험하게 쓰는 사용자라면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함정은 이것 만이 아니다. 슈퍼체인지 서비스는 공짜가 아니다. 매월 8,000원의 추가 이용료가 24개월 동안 청구된다. 2년 동안 낸다면 총 19만 2,000원이다. 2년 동안 폰을 애지중지 새것처럼 유지해서 최대 보상액인 67만 5,000원을 쳐주더라도 고객은 이미 19만 2,000원을 추가로 지불한 상태이니 실제 매입 금액은 48만 3,000원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차라리 온라인 중고 장터에 직접 파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사용자가 마음이 바뀌어서 2년 후에도 계속 갤럭시 S20을 팔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기로 결심했다 해도 이미 추가로 낸 19만 2,000원은 돌려받을 수 없다. 그리고 KT에서 약속한 ‘출고가의 최대 50% 보상’은 정확히 폰 구매 후 24개월째에 받을 수 있으며, 그 시기를 놓쳐 25개월, 26개월째가 된다면 최대 보상 가능액은 45%, 40% 순으로 점점 떨어지다가 31개월째가 되면 0%가 된다. 그냥 돈만 날린 것이다.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KT에서 제시하는 슈퍼체인지 서비스의 기본 전제에는 서비스 가입 후 24개월 후 기존 폰을 반납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시기에 나오는 새로운 갤럭시S나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KT를 통해 또 새로 사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만약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사거나 다른 이동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한다면 역시 마찬가지로 24개월 동안 낸 19만 2,000원의 추가 이용료만 날리는 셈이다. 이게 과연 혜택인지 굴레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한 달에 100만원씩 카드 쓰면 72만원 할인?
그렇다면 애당초 KT에서 약속한 '최대 139만원 할인' 중 슈퍼체인지 분에 해당하는 67만 5,000원을 포기하고 나머지 72만원 할인만 받아보는 건 어떨까? 그런데 이것 역시 내용이 좀 많이 수상하다. 이 72만원 할인을 받으려면 'kt-현대카드M Edition3'라는 KT 제휴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이 신용카드는 전월 이용실적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KT 통신 요금을 할인해 주는데, 실적이 50만원 이상이면 매월 13,000원, 100만원
이상이면 매월 30,000원을 할인해준다. 24개월 동안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이 카드로 계속 100만원 이상을 결제해야 총
72만원(30,000 x 24)의 통신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건 애당초 통신요금 할인이지 폰 값 자체를 깎아주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리고 이 혜택을 최대한 받기 위해 써야 하는 매달 결제금액도 너무 높은 수준이다.
밑지고 파는 장사꾼은 없다
정리하자면, KT가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한 '139만원 할인'을 받기 위해선 일단은 제 값 주고 갤럭시 S20을 산 후, 통신요금과 폰 할부금 외에 매월 8,000원의 추가 이용료를 24개월 동안 내야 하며, 매월 100만원씩 신용카드 결제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동안 폰에 흠집이라도 나지 않게 애지중지 모셔 두다가 정확히 24개월이 되는 해에 선택의 여지없이 KT에 폰을 돌려줘야 한다. 그리고 그 달 안에 또다시 삼성전자의 고가 폰을 KT에게 새로 사야 한다는 매우 복잡하고도 부담스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애당초 이걸 '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지가 의문이다. 만약 당신이 2,000만원짜리 '아반떼' 차량을 사려고 하는데, 판매사원이 "2년 후에 제가 그 차를 1000만원에 매입해 드릴 것이니 손님은 1,000만원 할인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라고 말한다면 몇 명이나 납득할까?
그런데 사실, 위와 같은 기만적인 판매행태는 실제로 오프라인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제법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관련 정보에 어두운 어르신이나 학생들이 주된 대상이다. 그리고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 역시 KT와 크게 다르지 않은 중고폰 매입 서비스 및 제휴카드 할인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KT의 경우는 다른 곳도 아니고 본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버젓이 위와 같은 문구를 써 놓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새로운 휴대전화를 사려고 매장을 방문하면, "2년 후 폰 반납하면 더 싸게 드립니다", "XX카드 만들면 폰 더 싸게 드립니다", "매달 요금 얼마 내시나요? 그 가격에 맞춰 드릴 게요" 등의 제안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런 조건을 내세우는 판매 업자 중에 실제로 폰 값을 깎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실제로는 거의 제 값을 주고 사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밑지고 파는 장사꾼 역시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