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미건조한 키보드에 화사함을 담았다, 긱스타&덱 콜라보 헤슘 프로 108
[IT동아 이상우 기자] 우리가 흔히 게이밍 기어라고 부르는 제품은 일반 제품과 비교해 뛰어난 성능을 갖춘 것은 물론, 게이머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령 게이밍 모니터는 일반 모니터와 비교해 높은 주사율을 제공해 게임 장면을 끊김 없이 보여주는 것은 물론, 각 게임 장르의 특성에 맞는 화면 설정을 통해 게임의 몰입감을 높이거나 숨어있는 적을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키보드 역시 대표적인 게이밍 제품이다. 게이밍 키보드는 보통 기계식 스위치를 통해 내구성과 타건감을 높이고, 게임 시 방해가 되는 윈도우 키를 잠그거나 반복 입력을 자동으로 해주는 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 성능 면에서도 키보드와 PC 사이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줄여 입력지연을 막는 것은 물론, 여러 개의 글쇠를 동시에 눌러도 모두 인식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능/성능적인 부분 외에도 '보는 맛'을 높인 게이밍 키보드 역시 많이 등장했다. 화려한 LED 백라이트를 추가하거나 눈을 사로잡는 발광 효과를 갖춘 것은 물론, 무채색이나 단색이 대부분이던 기존 키보드와 달리 다양한 색상으로 제작한 제품도 나오는 추세다.
긱스타&덱 콜라보 헤슘 프로 108 키보드는 이러한 맥락의 제품이다. 국내 게이밍 기어 브랜드 긱스타와 미국 기계식 키보드 전문 브랜드인 덱이 협력해 출시한 제품이다. 이름 처럼 헤슘 프로 108 모델을 기반으로 기존 제품과는 전혀 다른 색상을 적용해 색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차별점이다.
일반적으로 키보드는 검은색이나 회색 혹은 흰색 같은 무채색을 주로 사용하며, 드물게 흰색 제품이 있다. 사실 키보드 외에도, 모니터, 마우스, PC 케이스 등 PC와 관련한 주변기기 역시 이러한 무채색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기존 제품과 달리, 이 제품은 흰색 바탕에 분홍색 키캡을 사용해 화사한 느낌을 준다. 또한, 스페이스바에는 꽃 모양의 삽화를 넣어 봄이라는 느낌을 더했다. 여기에 흰색 LED 조명을 내장해 은은하게 퍼지는 빛이 매력적이다.
키캡은 이중사출 구조로 제작했다. 키캡 하나에 불투명한 부분과 투명한 부분을 따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투명한 키캡을 도색하는 방식과 비교해 도색이 벗겨지지 않아 내구성이 좋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부 키캡의 조명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숫자패드에 있는 '엔터'와 '+', 오른쪽 Alt키와 Ctrl 키는 조명이 한쪽으로 몰려있어 투명한 부분에 조명을 제대로 비추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키 구성은 전반적으로 풀 사이즈 키보드(108키)와 대동소이하다. 기능 키(Fn)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 컨트롤 기능은 물론, 게임 시 유용한 윈도우 잠금 기능 등을 제공하며, 기능 키 조합으로 LED 밝기나 발광 방식을 소프트웨어 없이 변경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기능 키가 하단이 아닌, 우측 상단에 있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기능 키는 스페이스바 좌우에 배치해, 게임 중 손을 많이 움직이지 않고도 음량을 조절하는 등 추가적인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컨트롤이나 알트 키를 누르다 기능 키를 잘못 누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처럼 독특한 배치는 게임 중 기능 키를 잘못 누르는 일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매크로 기능 역시 지원한다. 우측 상단에 있는 특수 키 4개를 제외한 나머지 104키를 모두 입력하도록 사전에 등록할 수 있으며, 최대 64번의 키 입력을 기록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단순한 단어뿐만 아니라 긴 문장도 쉽고 빠르게 입력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또한, 소프트웨어 없이 키보드 자체에서 이러한 매크로를 설정하고, 반복 입력 지연 시간(0.015초, 0.1초. 0.5초) 까지 지정할 수 있는 만큼 사용 방법만 확실히 숙지하면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듯하다.
스위치는 체리 적축 스위치를 탑재했다. 리니어 스위치인 적축은 청축이나 갈축과 달리 글쇠를 누를 때 딸깍 거리는 느낌이 없으며 상대적으로 소음도 적다. 또한 글쇠를 누르는 데 그리 큰 힘이 들지 않고, 반 정도만 눌러도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뿐만 아니라 문서 작성 처럼 고속 타건이 필요한 사무에도 사용하기 어울린다.
이번 리뷰에 사용한 제품은 적축을 탑재한 모델이지만, 구매 시 청축이나 갈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클릭(Click) 스위치인 청축 스위치는 누를 때 '딸깍'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신호가 입력 됐는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이 특징 때문에 대전 액션 게임이나 리듬 게임처럼 키 입력이 중요한 게임에 어울린다. 반면, 타자기를 연상케 하는 소리 때문에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사용하기 거슬린다.
논클릭(Non Click) 스위치인 갈축 스위치는 청축 스위치를 누를 때와 마찬가지로 한 번 걸리는 느낌이 나지만, '딸깍' 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물론 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 글쇠를 누를 때와 원래 높이로 돌아올 때 '잘각'하고 작은 소리가 난다. 또, 청축과 비교해 누르는 힘이 적게 들어 장시간 키보드를 사용하기 좋다. 따라서 청축 스위치의 키감을 느끼고 싶지만 시끄러운 소음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어울린다.
PC와 연결하는 USB 케이블은 패브릭 소재로 제작해 유연하며, 내구도가 높다. 또한, 케이블 색상 역시 흰색이라 전반적인 일체감을 준다. 후면에는 케이블을 정리할 수 있는 홈이 세 방향으로 나 있으며, 이를 이용해 자신이 사용하기 편한 방향으로 케이블을 정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키보드 각도를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받침대가 있어 알맞은 각도로 맞춰 사용할 수 있다.
긱스타&덱 콜라보 헤슘 프로 108 키보드는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기본기에 충실한 기계식 키보드다. 여기에 투박하게 보이는 기존 키보드와는 달리 화사한 색상으로 보는 맛까지 더했다. 사실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체리 적축을 사용한 기계식 키보드는 7~8만 원 대에 구매할 수 있고, 게이밍 기능을 더한 게이밍 키보드의 경우 15만 원 내외의 제품도 많다. 이와 달리 긱스타 콜라보레이션 제품의 경우 약 24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하지만 기계식 키보드로 잘 알려진 덱 헤슘 제품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과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한정판이라는 점에서 기본에 충실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제품을 사용하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릴 만하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