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쓰고 내 컴퓨터를 지키자, 무료 백신 4파전!
컴퓨터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기기 가격이 내려가면서 이제는 '1가구 2PC'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만큼 점점 컴퓨터를 이용하는 작업이 많아지고 있는데, 문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필연적으로 악의 무리들이 생긴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이 악의 무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악질적인 피해를 유발한다. 컴퓨터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장난스러운 애교로 끝나던 게 점점 컴퓨터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다가 지금에 와선 개인정보 유출, 다른 컴퓨터로 전염, 네트워크 마비까지 일으키는 골치 덩어리가 되었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자신의 컴퓨터를 보호해 줄 프로그램에 늘 목말라 했고 이윽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이하 백신)이 컴퓨터 필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동안 백신 프로그램은 대부분 유료 프로그램으로 제공되어 많은 사람들의 컴퓨터를 안전하게 지켜줬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런 유료 백신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용자를 위해 무료 백신 서비스도 하나 둘씩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때에도 악의 무리들은 이를 악용해 '공짜 백신 프로그램'을 가장한 바이러스나 광고 전달 프로그램 등을 제작해서 퍼트리곤 한다.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방안은 바이러스가 침투할 만한 환경을 멀리하고 비싸더라도 유명 백신을 쓰는 것이겠지만, 컴퓨터 이용자 모두에게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에 국내외 유명 백신 개발 업체들은 이들을 위해 각종 무료 백신 서비스를 선보였다. 무료인 만큼 유료 백신과 비교할 때 성능이나 기능 차이가 다소 있긴 해도, 2010년 6월 OESISOK에서 발표한 전세계 백신 시장점유율 조사결과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백신의 42%가 무료 상품이라 하니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크게 성공한 셈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6월 현재, 전체 PC 사용자인 3400만 명 중 75%가 무료 백신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여기서는 무료 백신을 찾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국내에서 가장 쓰기 쉬운 무료 백신 4종의 장단점을 분석, 비교 해보도록 하겠다. 선별 기준은 개인 이용자 기준 '무료'이면서 '실시간'으로 컴퓨터를 감시하는 기능을 우선시했다.
1. 국내 무료 백신의 선구자, 알약
이스트소프트에서 개발한 알툴즈 제품군의 하나인 알약은 2007년 11월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 불과 반 년 만에 사용자수 1000만 명을 돌파하여 무료 백신을 본격적으로 알린 선구자격 백신이다. 1.0 공개 이후로 지속적인 개량을 거듭한 알약은 2010년 9월 현재 새로운 모습으로 MS 윈도우7을 지원하는 1.5버전을 공개하고 있다.
장점: 백신을 뛰어 넘은 편의성과 종합 컴퓨터 관리
알약이 초보자에게 유용한 이유는 바이러스 검사 시 알아서 해당 바이러스의 종류와 감염 파일 정보를 정리해주는 등 쓰기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백신은 과거의 바이러스 검색 및 치료만으로 끝나지 않고 컴퓨터 이용에 도움이 되는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알약은 다른 무료 백신에 비해 다양한 컴퓨터 관리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레지스트리 기록과 하드디스크 기록 정리를 통해 소위 말하는 ‘찌꺼기’를 간단하게 제거하여 컴퓨터 작업 속도를 도와주며, 컴퓨터 숙련자들을 위해 프로세스, 액티브X, 호스트 설정 등 각종 컴퓨터 내부 설정을 조작하고 정리해주는 기능도 마련되어 있다.
백신 설정 또한 게임모드, 실시간 감시, 스케줄, 업데이트 등 세분화 되어 이용자의 환경에 따라 편리하게 조정할 수 있다. 또 백신 이용에 이상이 생기거나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바로 신고 기능을 이용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렇게 이용자들을 위한 편의 기능과 신속한 의견수렴 자세는 이용자 1000만 명에게서 나오는 자료들과 운용 경험에서 비롯된 것들인 만큼 국내 이용자가 원하는 기능이 가장 많은 백신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단점: 무너진 신뢰
알약은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루마니아의 유명 백신엔진인 ‘비트디펜더’와 자체 개발 엔진 ‘테라’를 동시 탑재해 탐지율을 높였다던 알약. 그러나 알려진 성능과 다르게 타사 백신을 바이러스로 판정하거나, 온라인 게임 아이온이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등 유명 게임 패치를 차단하고, 심지어는 자사 업데이트 프로그램까지 스파이웨어라 판정하는 등 숱한 오진 논란이 이어지면서 백신 성능에 의문을 갖는 이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사용자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불만까지 겹치면서 전반적인 백신 성능에 대한 신뢰도가 점점 흔들리는 중이다. 또 컴퓨터 보호 강도를 높이려면 이용자가 기본 설정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때는 컴퓨터가 다소 느려진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 밖에도 알약 설치 과정에서 자사의 알툴즈 제품군 설치를 유도한다든가, 보안 설정에 따라 컴퓨터 작업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든가, 게임모드의 제품군 업데이트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소수의 게임에만 적용되는 한계 등 이용자 숫자만큼 모든 이용자를 만족시키기엔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남아 있다.
2. 원조 국산 백신의 자존심, V3 Lite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한 안철수 연구소의 백신 'V3' 제품군 중 무료 백신으로 공개된 제품이다. 유료 백신인 'V3 365'에서 방화벽, 인터넷하드, 원격지원 등의 기술지원만 제거한 백신이라 바이러스 감시와 치료, 실시간 감시 등 백신의 주요 기능과 성능은 유료 백신과 유사하다. 이런 특징에 힘입어 2008년 12월에 첫 선을 보인 후로 6개월 만에 이용자 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그 동안 무료로 제공됐던 ‘빛자루’ 서비스를 2009년 3월에 종료시켰다.
v3의 주요 기능은 바이러스 검사와 치료, 액티브X를 비롯한 설치된 응용 프로그램 관리, 컴퓨터 환경 최적화이다. 필요한 기능은 다 있지만, 알약과 비교할 땐 지원 기능 숫자가 조금 적은 편이다. 그리고 바이러스와 달리 스파이웨어는 치료가 아닌 차단만 지원한다.
장점: 이름대로 가볍고, 명성만큼 안전하다
v3는 그 이름대로 무료 백신들 중에서 상당히 가벼운 축에 속한다. 즉 프로그램이 작동할 때 사용하는 메모리가 적어 컴퓨터의 작업 처리 속도에 영향을 적게 준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프로그램이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다른 프로그램의 작업 처리 속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알약의 메모리 사용량
v3의 메모리 사용량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v3는 알약에 비해 약 10배나 가볍다. 그만큼 다른 프로그램과 같이 사용하기에 유리하다. 물론 컴퓨터 사양이 높으면 크게 상관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중저급 사양의 컴퓨터에서는 컴퓨터를 오래 사용할수록 이러한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신의 우수한 기술력 또한 큰 장점이다. 백신의 제작사 안철수 연구소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테스트 중 하나인 VB100 테스트를 비롯해서 CC인증(Common Criteria, 국제공통평가기준), GS인증(Good Software) 등 다양한 인증과 특허기술을 통해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상당하다. 이 기술력으로 v3를 개발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v3의 기능보단 안철수 연구소의 명성을 믿고 v3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단점: 독한 것들에게 대책 없는 가벼움
유료 프로그램의 불법복제 방지 기능을 무력화하는 ‘크랙’ 유틸리티나 무분별한 다운로드 서비스(P2P 등)의 상당수는 이를 빌미로 컴퓨터에 피해를 주거나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바이러스가 숨어있다. 그 중에는 백신을 공격하는 바이러스들도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인터넷 사용 풍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만연한 만큼 더욱 위험한 환경에 처해 있는데, v3는 이런 '하드코어'한 위험요소들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
또한 국산 바이러스 문제에 집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해외 악성코드와 바이러스에 취약한 것도 아쉽다. 더욱이 해외 사이트와 프로그램 이용이 점점 늘어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유료 백신에서 제공하는 네트워크 관리와 방화벽 시스템 기능이 없는 v3로선 결코 만만치 않은 문제다.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사실상 v3의 가장 시급한 숙제이다.
3. 국내 포털 사이트 지존 네이버의 보안 서비스, 네이버 백신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백신 서비스는 2008년 1월 ‘PC 그린’으로 시작하여 2009년 12월 기준 이용자 200만 명을 기록한 후 프로그램 개선과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목표로 하여 2010년 1월 ‘네이버 백신’이란 이름으로 변경됐다. 네이버 백신은 실시간 감시를 비롯해 바이러스 검사 및 치료, 컴퓨터 최적화 기능을 지원한다.
장점: 준수한 성능으로 중간은 간다
네이버 백신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백신 엔진인 ‘하우리’ 엔진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백신 ‘카스퍼스키’ 엔진을 동시에 사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수동 검사의 설정을 통해 이 두 엔진을 동시에 사용하여 바이러스를 검사할 수가 있는데, 이는 무료 백신 4종 중 네이버 백신이 유일하다. 특히 카스퍼스키 엔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엔진인 만큼 여타 백신 엔진보다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백신의 메모리 사용량은 v3와 알약의 사이. 그것도 v3보다 딱 2배 무거우니 알약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벼운 축에 속한다. 원조 카스퍼스키가 신뢰성은 높으나 무겁기로 악명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메모리 사용량이다. PC 최적화 기능의 경우 컴퓨터 작업 속도에 영향을 주거나 불필요한 파일들만 정렬해서 선택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여차하면 기본으로 체크된 항목이나 전체 항목 체크 후 깔끔히 정리해도 무방하다. 백신 설정도 바이러스 검사에 대한 목록만 있어 사용자가 직접 설정해주어야 하는 부분이 적은 편이다.
단점: 남의 집 물건을 빌려 쓰는 네이버 백신의 태생적 한계
앞서 말했다시피 네이버 백신의 엔진인 ‘하우리’와 ‘카스퍼스키’는 모두 타사의 백신 엔진을 사온 것이다. 이 말은 네이버가 직접 백신 개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가령 갑작스럽게 대규모 바이러스의 발생과 피해 확산이 생길 시에 네이버 백신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 그만큼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객 대응 능력과 악성 코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 능력이 다시 미흡한네이버 백신은 국내 포털 사이트 1위의 네이버다운 저력을 무료 백신 시장에선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원조 카스퍼스키가 처리하는 바이러스와 악성코드를 제 때 잡아주지 못하는 모습도 종종 보이면서 기껏 유명한 엔진을 사서 쓰는데 정작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좀비 PC, DDOS 등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컴퓨터 바이러스 사건이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 네이버 백신은 'PC그린‘ 시절부터 가진 태생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무료 백신 시장에서의 향방이 가려질 것이다.
4. 윈도우 이용자들만을 위한 전용 백신, Microsoft Security Essentials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이용 대상자들 위해 2010년 2월에 준비한 백신 Microsoft Security Essentials(이하 MSE)는 윈도우 정품 이용자들이라면 누구나 사용 가능한 무료 백신이다. 공개 당시부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직접 제공하는 백신으로 화제가 되었고, 여러 매체에서 실시한 성능 테스트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이면서 '마이크로소프트'다운 모습을 보였다.
장점: 64비트 운영체계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무료 백신
컴퓨터 사양이 높아지면서 4GB 이상의 메모리를 사용하는 사용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64비트 윈도우 운영체계를 채택하는 경우도 많은데, 현재 64비트 윈도우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무료 백신은 MSE와 V3 라이트 뿐이다. 알약의 경우 비공식 배포 버전이나 이용자가 직접 프로그램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편법이 필요하다. 네이버 백신은 64비트 윈도우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이렇듯 타 무료백신이 64비트 윈도우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만큼 64비트 윈도우 이용자들에겐 MSE가 최적의 무료 백신이 될 수 있다.
단점: 64비트 호환 외엔 내세울 점이 없다
다른 무료 백신들이 각종 컴퓨터 설정 관리와 최적화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반면에 MSE는 시스템 감시, 바이러스 검사, 치료 이 세 가지 역할이 전부다. 굳이 더 추가하자면 특정 파일이나 프로세스를 차단해 불필요한 프로그램이 메모리를 점유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렇게 기능이 적으면서도 메모리 사용량은 가장 높은 점도 개선해야 될 사항이다.
그밖에 사소한 단점을 들자면, 백신을 확실하게 종료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즉 프로그램을 닫으면 위 그림과 같이 작업표시줄에 프로세스가 남아 있게 된다. 실행만 가능하지 완전한 종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백신을 종료할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마는, 매번 Ctrl+Alt+Delete키를 눌러 작업관리자에서 강제 종료해야 한다는 점은 사용자에게 불만을 살 소지가 다분하다.
무료 백신은 최선책이 아니다
여기에서 언급한 무료 백신 말고도 다양한 유무료 백신이 존재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유료 백신이 무료보다는 탁월한 성능과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백신이 완벽하다 해도 시시각각 발생하는 새로운 바이러스와 악성코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순 없다. 따라서 이용자의 보안 의식과 예방대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법 및 의심되는 웹사이트는 가급적 이용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무분별하게 설치하지 않는 컴퓨터 사용 습관이 필요하다. 백신 프로그램보험 내지는 차선책이란 사실을 늘 명심하자.
글 / 김원회 (justin22@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