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보다 실이 많다'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 실화인가?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13일, 대한항공은 자사가 운영하는 회원 및 마일리지 제도인 '스카이패스'의 개편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항공 운임과 마일리지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 복합결제'를 중심으로 마일리지 적립 및 공제 비율 변경, 회원 등급의 세분화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사용 기회를 확대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알리는 중이다. 또한, 기존 높았던 모닝캄 회원 가입 조건을 낮추고 많은 고객에게 즉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은 이번 개편은 두고 고쳐서 오히려 더 나빠진 '개악'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마일리지 복합결제 뒤에 숨겨진 함정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제도 변화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 첫째는 적립한 마일리지와 현금 결제를 조합해 항공권 발급이 가능한 '마일리지 복합결제', 두 번째는 항공권에 따른 마일리지 적립 제도의 변경, 세 번째는 마일리지 공제 범위의 개편, 마지막은 회원 제도의 개편이다. 모두 다 항공사 사용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요소라 하겠다.
많은 이들은 아무래도 잔여 마일리지와 현금을 더해 쉽고 조금 더 저렴하게 항공권 발권이 가능한 마일리지 복합결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은 제약이 많기 때문에 실제로 큰 이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발권은 대한항공 홈페이지(모바일 포함)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여행객은 조금 더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데,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최저가 항공권을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눈길이 가는 부분은 마일리지를 사용한 보너스 항공권 발권이라 하겠다. 대한항공 측은 기존 지역 구분으로 이뤄졌던 공제 기준을 거리(운항거리)로 변경해 합리적인 기준으로 보너스 항공권 발권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에 일반석(이코노미) 기준 64개 노선의 마일리지 공제 기준이 인하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한다. 12개 노선은 변경 없고, 나머지 49개 노선은 공제 기준이 인상된다.
확인 결과, 마일리지 공제 인하되는 노선은 인천 출발 기준으로 7구간 이내에 해당된 일부 지역에 해당된다. 대표적인 지역이 델리. 기존이라면 서남아시아 지역으로 2만 5,000 마일리지를 사용해야 발권 가능하지만 변경된 기준을 적용(5구간)하면 2만 2,500 마일리지가 된다. 두바이도 기존에는 중동 지역으로 3만 5,000 마일리지를 소비해야 발권 가능하나, 변경된 기준을 적용(7구간)하면 3만 2,500 마일리지로 조금 인하된다.
하지만 이는 일반석(이코노미) 기준. 많은 대한항공 회원은 적립한 마일리지로 더 좋은 등급의 좌석(프레스티지, 일등석)을 발권하는데 쓴다. 이를 기준으로 다시 공제표를 확인하니 대부분 노선에서 인상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약간의 혜택을 보는 구간을 살펴보자면 변경 전 공제 마일리지표 기준이 되는 지역 내에 해당되는 노선이다. 1구간, 4구간, 5구간 일부 지역이 이에 해당된다. 거의 대부분 4시간 이내 도착 가능한 단거리 노선에 분포되어 있으며, 미주 지역 일부(하와이)도 인하가 이뤄졌다. 그 외 지역은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여행을 꿈꾸는 북미와 유럽, 호주, 미주 지역 등은 모두 7구간 이상으로 9만 7,500에서 13만 5,000 마일리지가 차감된다. 성수기에는 50% 할증이 이뤄지므로 적게는 14만 6,250에서 20만 2,500 마일리지가 차감된다. 기존 8만~12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일반 여행객에게는 적립도 손해
항공사를 이용할 때 적립되는 마일리지도 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되는데, 대한항공은 이를 더 세분화했다. 확인해 보면 일등석과 프레스티지 등 상대적으로 고가인 항공권은 동결 혹은 적립률이 인상됐지만, 일반석은 등급에 따라 적립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적립률 표를 보면 일등석은 P/F/A로 A 클래스(적립불가)를 제외하면 각각 165~200%를 적립했으나, 변경 후에는 250(F)~300%(P)로 인상된다. 프레스티지 등급도 J 클래스 135%, Z 클래스 100%인 것으로 제외하면 나머지 클래스는 125% 적립률을 제공하지만, 변경 후에는 세분하게 나뉘어져 Z(100%)와 I/R 클래스(125%)를 제외하면 모두 150~200%로 인상된다. O 클래스는 적립이 불가능하다.
일반석(이코노미)은 적립률이 세분화되지만 인하폭이 커진다. 기존에는 G(80%)와 Q/N/T(70%) 클래스를 제외하면 100% 적립해줬지만(V/X는 적립불가), 변경 후에는 Y/B/M/S/H/E 클래스만 100% 적립을 해주고 이외 클래스에 대해서는 25~75% 적립이 이뤄진다. 여기에서는 K/L/U(100%→75%), G(80%→50%), Q/N/T(70%→25%) 클래스로 발권한 여행객은 손해를 보게 된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기존 모닝캄/모닝캄 프리미엄/밀리언 마일러 등으로 구분되던 등급은 실버/골드/플래티넘/다이아몬드로 세분화되지만 서비스는 기존 대비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기존 모닝캄 회원은 스카이팀 엘리트 등급 부여와 함께 2년 동안 프레스티지 클래스 라운지 4회 이용, 수하물 우선 처리, 전용 수속 카운터 이용 등의 혜택이 있었다. 이상 등급은 스카이팀 엘리트 플러스 등급 부여 외에 여러 혜택이 제공됐다.
변경 후에는 기존 밀리언 마일러 등급은 다이아몬드, 모닝캄 프리미엄은 플래티넘이 된다. 일반 모닝캄 등급은 실버 등급으로 변경되며, 그 사이에 골드 등급이 추가됐다. 자격 요건은 기존에 비해 완화되기는 했으나, 회원 유지 기간은 1년으로 줄었다.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등급도 마찬가지. (* 확인 결과, 밀리언 마일러는 플래티넘으로 모닝캄 프리미엄 회원은 골드로 전환됩니다. 이에 정정합니다.)
기존 VIP 회원에 의한 논란을 의식했는지, 기존 모닝캄 프리미엄과 밀리언 마일러 회원은 변경 후에도 평생 등급 유지가 이어진다. 신규 회원에게 새로 적용되는 등급제는 전용 탑승수속 카운터 활용과 위탁 수하물 무료 추가 등 일부 혜택만 남게 되었다. 대신 1만 마일 혹은 대한항공 국제선 10회 탑승(이마저도 적립 불가 항공권은 자격 제외다)하면 혜택을 다음해에 볼 수 있도록 문턱은 낮아졌다. 기존에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5만 이상 혹은 탑승 40회 이상 등으로 제법 빡빡한 편이었다.
이렇게 변화한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및 회원제 개편에 대해 살펴봤다. 체감적으로는 기존 대비 악화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스카이패스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라는 문구는 좋은 의미의 새 역사가 아니라 그 반대처럼 느껴진다. 과연 변경된 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2022년 4월 이후(회원제는 2월)의 대한항공은 어떤 모습일까? 일단은 지켜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