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소비자를 이해해야 한다, KB국민은행 구태훈 부장
[IT동아 이상우 기자]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많은 기업의 화두가 됐다. 다양한 곳에 고립돼 있는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모으고, 이를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거나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 동향을 파악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IT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금융업에서도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도입하는 등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KB국민은행 데이터기획부 구태훈 부장은 "2000년 대 초반,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e커머스 시장이 유통업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면, 이제는 금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기다. 금융을 기반으로 IT를 접목한 핀테크나 IT를 기반으로 금융을 접목한 ㅌ크핀 등이 기존 은행보다 소비자 경험이라는 부분에서 앞설 수 있는 시기가 됐고, 규제도 완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은행에게 위협이 됨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KB국민은행에 합류한지 2년 정도 됐는데, 그 사이 금융 기관도 격변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현재 KB국민은행 데이터기획부는 데이터 기반 신사업 기획 및 소비자 경험 개선, 인공지능을 통한 비즈니스 기회 창출, 데이터 거버넌스 등 은행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수집, 처리, 관리, 저장, 분석, 활용 등 데이터를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일을 맡고 있다.
사실 일반인에게 은행은 입출금이나 대출, 금융 상품 가입 등을 처리하는 곳으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같은 데이터 활용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은행 역시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데이터 중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의 입출급 내역이나 카드 사용 내역 같은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의 신용 등급을 정확하게 평가해 알맞은 대출 상품을 추천할 수도 있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데이터를 통해 해커의 침입을 감지하거나 이상 금융거래를 탐지하고, 다운타임 없이 24시간 시스템을 유지하는 등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즉 은행은 데이터 가시성과 분석 역량을 통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시기에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부적으로는 서비스 안정성과 외부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그는 "뱅크는 사라져도 뱅킹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향후 은행은 생활에 스며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위해 은행이 보유한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다른 부서와 협력하며 각종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으며, 여기에 외부 핀테크 혹은 테크핀 기업과 협력하는 등 여러 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직 내외부가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 클라우드화는 필수다. KB국민은행은 현재 클라우드로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여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한 번에 모든 시스템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고, 클라우드가 필요한 영역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최근 은행이 이러한 디지털 변혁을 시도하는 것은 빠르게 성장하는 금융 스타트업의 영향이 크다. 몸집이 작은 만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은 최적화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소비자와의 접점을 빠르게 늘려가는 추세다. 기존 은행과 핀테크 및 테크핀 기업은 서비스 지향점이 조금 다르고, 주 이용 소비자 층도 다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은행의 경쟁자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구태훈 부장은 "이러한 동향에 맞춰 기존 은행도 기술을 도입하고 핀테크 기업과 협업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변하지 않을 듯하던, 보수적인 은행과 금융권이 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산관리, 투자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나 콜센터에 챗봇을 도입하는 등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이러한 변화를 시작하는 단계고, 신용평가 측면에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디지털 혁신 가속화를 위해 클라우데라 데이터 플랫폼(CDP)을 도입할 예정이다. CDP는 호튼웍스와 클라우데라의 기술을 결합해 제공하는 기업용 데이터 클라우드 환경으로,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다양한 멀티 클라우드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지원하고, IT 부서의 데이터 가시성과 규정 준수에 대한 관리를 지원한다.
오늘날 기업은 각 부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솔루션을 도입하고, 이 과정에서 IT 부서가 알지 못하는 쉐도우 IT가 발생한다. 클라우데라 데이터 플랫폼은 이러한 환경에서 다양한 클라우드 지원과 오픈소스를 기반으로하는 확장성 및 개방성을 통해 유연한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SDX 기능을 통해 IT부서가 관리하는 데이터를 이용해 현업 부서에서 원하는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고, IT 부서는 데이터 및 정보 보호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일관된 정책으로 관리할 수 있다.
구태훈 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에서 데이터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내부의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해 내부에 있는 직원 및 외부에 있는 소비자를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새로운 서비스나 상품을 선보이고, 직원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무를 효율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