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보다 가심비, 커스텀 PC 조립점 스톰PC 김은오 대표
[IT동아 이상우 기자]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장 이후로 전통적인 PC시장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 시장을 불황산업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얇고 가벼우면서 성능이 우수하고 배터리 지속시간까지 긴 초경량 노트북 시장이 성장하며 기존 사무용 PC 수요를 대체하고 있으며, 고성능 게임 구동이나 전문가용 소프트웨어 구동을 위한 하이엔드 PC 시장 역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동영상 플랫폼 등에 송출하는 1인 콘텐츠 창작 시대가 열리며 고사양 게임 구동은 물론, 실시간 방송 송출, 녹화 영상 사후 편집 등을 위한 고성능 PC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보통 고성능 PC라고 하면 우수한 부품을 직접 선택해 구성하는 조립 PC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게임 애호가들 사이에서나 사용하던 커스텀 PC 역시 일반 소비자가 접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단순히 싼 제품이나 가성비만을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비싼 가격의 제품이라도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가심비'를 중시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대구광역시 달서구 용산동에 위치한 스톰PC는 하이엔드 커스텀 PC 전문 매장으로, 주문 제작을 통해 일반적인 조립 PC와는 다른, 개인의 요구에 맞춘 커스텀 PC를 제작한다. 이와 함께 전국에 흩어진 하이엔드 커스텀 PC 조립점과 함께 시스기어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통합하고, 인텔 익스트림 마에스터(Extemem Maester)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 어디서든 수준 높은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스톰PC 김은오 대표는 "커스텀 PC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꾸밀 수 있는 제품이다. 케이스부터 시작해서 오버클럭을 통한 성능 강화까지 다양한 부분을 요구에 맞춰 구성할 수 있다. 과거에는 커스텀 PC라고 하면 대부분 수랭식 PC만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케이스 개조, 아크릴 작업 등 다양한 형태의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PC에 관심이 많아 프로그래밍 등 관련 공부를 하다, 전역 후 PC 조립점이 모여 있는 대구 교동 지역에서 일을 배우며 하이엔드 커스텀 PC에 대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사무용 PC나 보급형 게이밍 PC 조립에 집중하고 있었고, 자신이 추구하는 커스텀 PC와는 방향이 달라 3년 전 개인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은오 대표는 "과거에는 커스텀 PC 수요가 수도권에 몰린 만큼, 이를 조립하는 곳 역시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 때문에 지방에서 구매할 경우 사후관리를 받기 위해 서울 까지 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홍진영 PC' 처럼 방송이나 유튜브 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커스텀 PC가 소개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도 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지방에서도 1인 콘텐츠 창작자가 많아지면서 동영상 편집을 위한 PC 시스템 수요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커스텀 PC를 더 알리기 위해 '스톰PC'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직접 구축한 커스텀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 구독자 수는 적지만, 일반인의 커스텀 PC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꾸준히 높여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력하는 시스템은 9세대 코어 i7과 코어 i9을 탑재한 시스템으로, 게임 용으로는 i7을, 스트리밍 및 편집 용으로는 i9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K 모델을 통해 기본적인 오버클러킹을 마쳐 출고하고 있다. 특히 모든 코어가 최대 속도로 작동할 수 있는 KS 모델이 등장한 만큼, 더 안정적으로 튜닝한 고성능 시스템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익스트림 마이스터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이 사용하는 PC뿐만 아니라 향후 늘어날 서버 수요에 대한 스킬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립 PC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도 유튜브 등을 통해 이를 접하면서 자신만의 PC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하는 사람도 늘었다. 현재 스톰PC는 안동, 구미, 마산, 포항 등 경상도 지역의 커스텀 PC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는 주로 게임, 영상 편집, CAD/CAM 등 전문 작업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PC 시장에서 이미 사무용 데스크톱 시장은 노트북이 대체하고 있는 만큼 문서 작성이나 웹 서핑 등으로 사용하는 조립 PC 시장 역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커스텀 PC는 고성능과 맞춤형 디자인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버클럭으로 성능을 높이고, 수랭 시스템을 설치하고, 케이스 자체를 LCD 모니터를 장착하는 등 기존에는 보기 드물었던 제품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커스텀 PC는 조립 PC와 비교해 비싸다. 에이수스 ROG 같은 고성능 부품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기존에는 없는 부품이나 비표준 규격을 직접 제작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하지만 세상에 둘 도 없는 자신만의 PC를 제작할 수 있으며, 가심비를 중시하는 요즘 트렌드에 맞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수 있다.
김은오 대표는 "과거에는 PC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요즘은 커뮤니티는 물론, 유튜브 등에서도 이러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처음 부터 PC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으며 꾸준히 정보를 접하고 직접 도전하다보면 커스텀 PC를 어려운 물건이라고만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마치 자동차 튜닝 처럼 자기 만족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러한 요구에 맞춰 꾸준히 공부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