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을 넘어 커스텀 PC의 매력 알리겠다' 조오익 52PC 대표
[IT동아 강형석 기자] 국내 PC 시장에서 크지 않지만 조금씩 소비자층이 두터워지고 있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커스텀 PC'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부품을 구성해 PC를 꾸민다는 것에서는 조립 PC와 다를 것 없으나, 수랭식 장치를 도입하거나 화려한 색상의 LED 조명을 활용해 일반 조립 PC에서 경험할 수 없는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다. 마치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등 초호화 차량에 나만의 요소를 담아내는 비스포크(Bespoke)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성능 및 화려한 요소를 담은 부품을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레 가격이 높아지는 커스텀 PC는 시장 내에서도 사치품과 같은 인상을 주지만, 개인 만족도와 성능에 초점을 두는 특정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 조금씩 시장이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개인형 맞춤 PC도 제대로 구축하려면 온라인이나 수도권 등 부품 조달이 쉬운 곳 위주로 운영된다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도 PC 부품 수급만 놓고 본다면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이점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지방에서도 개인 맞춤형 커스텀 PC를 알리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 위치한 '52PC'도 그 중 하나였다.
왜 커스텀 PC를 다루게 된 것일까?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대전을 찾았고, 52PC를 운영하고 있는 조오익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이것저것 만지는 것 좋아해 시작한 사업
대전에서 PC 매장을 약 9년 가량 운영해 온 조오익 대표. 매장 이름에 52라는 숫자를 쓴 의미가 궁금했다.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52를 쓴 것에 대한 힌트는 제 이름에 있어요.(웃음)"
어려서부터 그의 별명은 오이였다고 한다. 친구들이 "오이야~"라고 불려왔단다. 그런데 그는 그것이 싫지 않았다고. 오히려 친구나 주위 사람들이 쉽게 이름을 기억하고 받아들여져 장점이라 생각했단다. 이 쉬운 이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 매장 이름을 '52PC'라 지은 게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PC 매장을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본래 강남에 소재한 모 기업에서 시스템 관리를 해오던 중 부인과 함께 대전까지 오게 되었다고. 하지만 대전에 연고가 없었던 그는 고심 끝에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PC를 다루기로 마음 먹고 현재 자리에 매장을 열었다. 마침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고 느꼈던 때였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 어려서부터 이것저것 만지고 바꾸면서 개선해 나가는 것에 대한 흥미가 지금까지 이어진 셈이다.
"어려서 이것저것 만져가며 바꾸고 개선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열심히 파보고 싶었던 마음가짐과 자신이 컸다는 점이 작용했죠."
맞춤형(커스텀) PC에 대한 것도 순전히 그의 흥미 때문이다. 그저 그런 컴퓨터만 조립하는 일에 무미건조함을 느끼던 찰나에 시스기어에서 손을 내민 것이다. 기꺼이 익스트림 마이스터(EM)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여러 동료들과 함께 전문적으로 관련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수랭식 냉각 장치를 설치·구성하는 것도 시스기어와 함께 정보 교류를 시작한 이후부터다.
나만을 위한 PC를 손에 넣는 것이 커스텀 PC의 매력
완전히 소비자 맞춤형 PC인 커스텀 PC의 매력은 무엇일까? 조오익 대표는 '자기만족'이라고 말한다. 남들이 다 구매하고 사용하는 평범한 조립 PC와 달리 온전히 나만의 PC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게 커스텀 PC의 장점이라는 것.
"막연한 것 같지만 사람이 취미가 다 다르잖아요. 맛집을 찾아 간다거나, 멋진 풍경을 보러 간다거나 하는 것 말이죠. 이것을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경치를 봤다고 하는 만족은 남습니다. 커스텀 PC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 생각대로 PC를 멋지게 꾸미면 내 소유물이라는 만족이 있어요. 그것이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커스텀 PC를 구매할까? 주로 20~30대 소비자가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실제 구매층은 30대 이상이라고 한다. 대부분 수입이 안정적이고 취미 생활에 적극적인 이들이 주 고객이라고. 심지어 40대 이상 소비자도 꽤 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이들 소비자 대부분은 충분한 정보를 확보한 후 매장을 찾기 때문에 구매 결정 또한 빠르단다. 하지만 일부 커스텀 PC에 대해 막연히 생각하고 방문하는 소비자 또한 있는데, 이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상담 후 결정하도록 이끈다. 무조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 서비스(A/S)와 부품 교체의 불편함 등 장단점을 충분히 고지하고, 이를 구매자가 수긍하며 쓸 수 있는지 여부를 크게 따져 본다.
커스텀 PC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면 10~15일 가량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을 거친다. 사용하던 PC를 새롭게 꾸민다면 상대적으로 시간이 조금 더 단축되며, 처음부터 시스템을 꾸민다면 선택한 부품에 따라 시간이 소요된다. 비용은 기존 PC에서 재구축한다면 평균 200만 원대 내외, 신규 구축되는 PC라면 평균 400만~500만 원 가량 필요하다. 불편함을 최소화 해야 된다는 점 때문에 조 대표는 부품 선택에 있어 성능보다는 신뢰도를 더 우선시 한다.
대전에만 머물지 않고 더 넓게 신뢰 쌓고 싶어
대전에서 매장을 운영한 이후 9년, 오는 2020년에는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는 52PC. 조오익 대표는 다가오는 10년과 그 이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약간의 망설임 끝에 입을 연 그는 단순히 대전에 머무는 매장으로 유지하고 싶지 않다고. 대전 지역 소비자 외에도 먼 거리에 있는 소비자들이 믿고 찾아올 수 있는 업체가 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대전을 포함한 주변 지역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 구축도 빼놓지 않았다.
"동네 장사일 수 밖에 없지만 이렇게 끝낼 생각은 없어요. 위치만 대전 지역에 있을 뿐, 멀리서도 믿고 찾아오고 싶은 업체가 되고 싶습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매장을 알리고자 합니다. 노력할게요!"
좋아서 시작한 사업을 넘어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는 52PC. 대전 내에서 유명한 PC 매장이 아닌 누구나 믿고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겠다는 그의 대답 속에서 열정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쉽지 않겠지만 커스텀 PC 문화를 전파하는 전도사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