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라이젠 CPU 판매량으로 알아보는 'AMD VS 인텔'
[IT동아 남시현 기자] '통계의 함정'이라는 저서의 도입부에는 '상어 공격 : 2010년에 비해 2배나 증가…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의문은 '2배나 증가했다는 것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가이다. 2010년, 세계적으로 상어의 공격에 의해 목숨을 잃은 사고는 6건, 2011년에 12명이다. 절대적 증가는 6명이지만, 실제로 2배이니 주목할만한 뉴스거리로 변하는 것이다.'로 시작한다.
실질적인 위험에 대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도, 단순히 큰 시선을 끌기에 좋은 사실을 조명하는 현상이 바로 '통계의 함정'이다. 이를 악용하면 전달받은 사람이 내용을 잘못 이해할 수 있으므로, 듣는 사람도 자체적으로 검증을 거치는 게 좋다. 물론 통계의 함정을 잘 활용하면 유용한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데,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마케팅이다.
1년 전 50:50이던 독일 내 CPU 판매량, 2019년 8월을 기준으로 79:21까지 벌어져
독일 최대 전자제품 판매 유통사인 마인드팩토리(Mindfactory)는 매달 소매 시장을 통해 출하된 CPU 판매량 보고서를 발표한다. 통계는 1년을 기준으로 하며, 2018년 7월의 인텔 및 AMD CPU 점유율은 각각 50% 대 50%인 상태다. 이후 11월까지 AMD 점유율이 지속해서 상승하며 최대 69 : 31까지 격차가 벌어졌다가, 6월까지 65 : 35 수준을 유지한다.
2019년 7월 7일, AMD 3세대 라이젠 CPU가 출시됐다. 이 직후 점유율은 무려 79 : 21까지 벌어지게 됐는데, 이 내용만 놓고 보면 '독일 시장에서 AMD 라이젠 점유율이 8 : 2까지 상승했다'로 비칠 수 있다. 비단 틀린 말은 아닌 게, 해당 웹사이트의 AMD 라이젠 판매 점유율이 최대 79%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통계의 이름은 'Number CPUs sold', 즉 마인드팩토리에서 1달 동안 CPU를 판매한 숫자의 비율이다. 독일 전체 데스크톱 시장에서 인텔과 AMD의 시장 점유율이 이정도로 벌어졌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원래 이 판매량은 신제품 효과나 정체기 같은 변수에 의해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을 반복한다.
국내 조립 PC 출하량 기준도 2019년 7월 이후 53:46으로 역전된 상황
국내 조립 PC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2019년 7월 7일 출시된 AMD 3세대 CPU의 영향으로, AMD 판매량이 인텔 CPU 판매량을 넘어섰다. 특히 공개 행사 중 인텔 CPU와 비교해도 게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게이머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자료 역시 앞서 마인드팩토리 통계와 유사한 점이 많다. 대한민국 내 모든 CPU 판매 점유율이 아니라, 다나와와 협력관계에 있는 게이밍 데스크톱 제조 업체에서 판매된 제품 수량을 퍼센트로 환산한 결과다.
정확히 해석하자면 'AMD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제목에 나와있는 'CPU 판매량 점유율'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특정 분야에 편향되지 않은 전체 시장 점유율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까?
게이밍, 조립 PC 판매량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 컴퓨터 판매량을 추적하면?
IT 시장분석 및 컨설팅 기관인 IDC에서 발행하는 '전 세계 분기별 개인 컴퓨팅 장치 추석시스템'은 총 시장 규모와 제품 카테고리별 분류, 제품 및 제품별 세부 정보, 유통 채널, 추가 기술 분야와 OS 버전까지 구체적인 자료를 분석해 제공한다. 지리적 범위를 대한민국으로 국한한 다음, 인텔 판매 비율을 한정해보았다.
2019년 2분기, IDC가 집계한 대한민국의 총 데스크톱 판매량은 480,742대, 노트북은 501,113대로 합계 981,855대다. 여기서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된 데스크톱은 981,855대 중 930,194대로 나타난다. 3분기에 들어서며 AMD 라이젠 3세대 프로세서가 출시됐으니, 인텔 데스크톱 CPU 점유율이 약간 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 PC 출하량을 기준으로 보면, AMD가 넘어야 할 산은 매우 높아 보인다.
인텔과 AMD의 대립각은 후발 주자인 AMD의 전략으로 봐야
2019년 2분기 대한민국 전체 컴퓨터 출하량을 기준으로 인텔과 AMD 점유율은 95:5다. 53:46이라는 비율은 게이밍 PC 시장으로 볼 수 있는 조립 PC 판매량에 국한된다. 두 통계 모두 측정 표본을 어떻게 설정했는가의 차이일 뿐, 객관적인 판매량을 근거로 한 집계인 것은 사실이다.
통계의 함정을 배제하면, 게이밍 및 조립 PC 판매량에서 인텔과 AMD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기는 했으나, 전체 시장의 흐름은 여전히 인텔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AMD가 게이밍 및 조립 PC에서 양강구도를 강조하는 이유는, 전체 시장의 흐름에서 최소한 '인텔 VS AMD'이라는 이미지를 심고자 하는 나름의 전략인 것이다.
IDC 통계를 보면 기업 규모나 시장 점유율, 판매량으로 인텔과 AMD를 비교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절대적 시장 지위를 가진 인텔과 이를 견제하고자 하는 AMD가 펼치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관점이 좋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