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ing] 위밋 강귀선 대표, "약속 장소, 어떻게 정하시나요?"
[IT동아 권명관 기자]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약속'을 정한다. 협력 업체와의 점심 약속, 팀원들과의 저녁 회식, 연인과 정하는 데이트 약속 등. SNS, 메신저 등에서 수많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 즉, 약속은 인생에서 뺄 수 없는, 삶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약속 장소를 결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인원 수, 이동 거리, 모임 성격 등에 따라 장소를 달리해야 한다.
인천 또는 경기도에 살면서 매일 서울로 이동해야 하는 직장인이나 대학생이라면, 약속 장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저녁 모임에 '막차'를 호소하며, 먼저 일어나야 하는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른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다. 모임에서 먼저 일어나는 친구에게 알 수 없는 미안함을 느낀다.
위밋(대표: 강귀선)의 '위밋플레이스(WE MEET PLACE)'는 약속 장소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서비스다. 스스로 '사람과 사람의 더 나은 연결을 위해 국내 최초의 약속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쉽게 말해, 약속 장소 추천 서비스다.
< 위밋플레이스, 출처: 위밋 홈페이지 >
지난 6월 서비스 시작 한달만에 가입자 2만 명을 확보했고, 페이스북 등 SNS에서 확산돼 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업데이트한 뒤에는 앱스토어 엔터테이멘트 부문 5위, 안드로이드 급상승 2위 등에 오르기도. 100% 실 유저 다운로드를 통해, 일 활성 사용자수 2,227.6 %의 성장률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IT동아는 위밋 강귀선 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어디서 만날래? 거기? 너무 멀잖아!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위밋플레이스가 어떤 서비스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강귀선 대표(이하 강 대표): 두 사람 이상이 약속을 정할 때, 이동하는 시간과 거리에 따라서 최적의 장소를 추천하는 서비스다. 모임 장소를 추천하는 서비스는 이미 많이 있지만, (참석자 장소에 따라) 알아서 추천하는 서비스는 위밋플레이스가 국내 최초라고 자부한다(웃음).
< 위밋 강귀선 대표 >
IT동아: 최적의 장소 추천이라는 것을, 어떻게 분석하는지 궁금하다.
강 대표: 참석자가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을 분석한 뒤, 가운데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대중교통 또는 자동차 등 이동수단을 선택하면, 그에 따라 최적의 위치를 추천한다.
IT동아: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하는 셈이다.
강 대표: 맞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약속 장소를 정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다. 생각해보자. 여러 사람이 약속을 정할 때, 카카오톡, 라인 등 메신저를 주로 사용한다. 흔히 말하는 단톡방이다.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어디서 만날까?"라고. 그 다음부터는 핑퐁의 시작이다.
A: "사당 어때?"
B: "너만 가깝네. 나는 노원에서 가야 하거든?"
A: "나도 사당 가는데 30분은 걸려."
C: "몇 시에 헤어질건데? 그나마 사당이면 4호선 막차 시간은 여유 좀 있다."
B: "나도 막차 시간 따져봐야 한다."
A: "…그럼 어디서 보자고"
C: "그냥 이번에는 니들이 안양으로 와라. 평촌 어떠냐."
A, B: "이런 XX…."
이런 대화가 일상 속에서 수많이 일어난다. 가끔 3명 이상이 모이는 모임의 경우에는 약속 장소 정하다가 파토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인천, 경기도 거주자는 막차 시간을 호소하며 억울함을 토로한다.
그나마 위 사례처럼 서로 어디 살고 있는지 대략적인 정보를 미리 아는 사이라면 다행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면, 사전에 거쳐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어디 사는지 또는 어디서 출발하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래저래 번거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 인터뷰 도중 직접 위밋플레이스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는 모습 >
IT동아: 맞다. 그리고 단톡방에서 조용히 있다가 뒤늦게 나타나 "난 거기 먼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강 대표: 주선자만 스트레스 받는다. 5명이 모이기로 해서 약속 장소를 정하는데, 2명은 아예 입력조차 안하는 경우도 있다. 약속 시간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어? 내가 얘기 안했나? 미안~"이라고 툭 하니 던진다. 글쎄. 조금 소심한 성격의 주선자라면 어디 가서 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웃음).
최적의 위치를 찾기 위한 고민
IT동아: 그래서 결론 내린 것이, 결국 이동 시간과 거리인 셈이다.
강 대표: 지도에서 지표의 높낮이, 그러니까 해발고도를 표기하는 등고선이 있다. 등고선처럼 특정 지점에서 시간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실 거리보다 시간이다. 자동차, 대중교통 등을 선택해 10분, 20분, 30분 등 각 시간에 따라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현재 자동차는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 표시할 수 있으며, 대중교통은 지하철, 시내버스만 적용되어 있다. 향후 버스 데이터와 도보 데이터 등도 연동해 제공할 예정이다.
< 이동 시간에 따른 거리를 실시간으로 지도에 표기하는 분석 솔루션 >
기본적인 분석 솔루션에 추천 알고리즘을 붙이고 있는 단계다. 만약 4명이 약속을 정하는데, 1명이 가운데 위치해 있고, 3명이 동시에 모일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럼 가운데 위치한 1명의 장소를 추천하는 형태다. 가운데 위치한 1명을 위해서 4명이 서울에 있는데 이동시간이 같은 경기도 어디를 추천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웃음).
IT동아: 시간상 가운데 위치는 분석 솔루션을 통해 찾았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어느 정도 보정이 필요할텐데. 산 속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서 만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강 대표: 하하. 맞다. 실제로 초기 버전이 추천하는 장소는 똑 같은 시간에 만날 수 있는 위치만 찾아내다 보니, 약속 장소라고 할 수 없는 이상한 장소가 나타나기도 했었다. 이에 많은 사람이 만나고, 자주 모이는 지역 데이터를 찾았다. 카카오맵과 네이버 데이터랩의 지역별 검색 순위를 적용했다.
즉,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지역에 유동인구 지표를 덧입혔다. 가령 홍대입구 본관이 똑 같은 이동 시간으로 검색되었다면, 인근 홍대입구역이나 합정, 상수동 인근으로 보정하는 방식이다.
< 출처: 위밋플레이스 소개 자료 >
베타 테스트를 통해 얻은 자신감
IT동아: 서비스 시작 후 반응이 궁금하다.
강 대표: '두 사람의 중간지점을 찾아주자'라는 아이디어는 2016년부터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2017년 4월, 안산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원하는 초기창업패키지로 1억 원을 지원받아 창업했고, 지금까지 계속 개발과 업그레이드를 지속했다.
그리고 2018년 1월, 약속 장소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2개월 만에 서비스를 바로 중단했다. 당시 완성한 서비스는 우리조차 무슨 서비스인지 몰랐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참석자 모두가 만족하는 중간지점을 약속 장소로 추천한다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당시에 선보인 서비스는 약속 장소 추천부터 시작해 인근 맛집, 모임 장소 연계, 주변 추천 맛집 광고 등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일반적인 모임 장소 추천 앱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던 셈이다.
처음부터 다시, 원점부터 다시 생각했다. 무겁게 붙였던 각종 서비스를 덜어내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2018년 11월, 웹브라우저에서 중간 지점을 찾아주는 웹 서비스를 선보였다.
IT동아: 스타트업이 겪는 실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주변의 여러 조언을 덧붙이다 보니 서비스가 무거워지고, 집중해야 하는 것을 놓치는 것 말이다.
< 지난 6월 당시 많은 관심을 받은 위밋플레이스 >
강 대표: 맞다. 당시에도 개발하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었지만, 시장성과 비즈니스모델을 고민하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라는 것에 매몰되었던 것 같다.
결국 초심으로 돌아갔던 PC 웹 버전을 선보였는데,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서비스 시작 3개월만에 11만 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총 매칭 건수는 4만 8,000건에 달했다. '할 수 있다', '우리 서비스가 유용하구나'라는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였다.
다만, PC 웹 버전으로 기획해 개발한 서비스를 모바일로 옮기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PC 자원을 활용하는 형태로 개발해, 모바일에서 실행할 경우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모바일 앱으로 다시 개발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모바일 최적화부터 완료한 뒤에 다시 PC 웹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IT동아: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강 대표: 사용자 데이터를 받아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찾을 수 있는 서비스로 어떻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더 좋은 장소를 추천하기 위한 데이터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 중이다. 스페이스클라우드, 다이닝코드 등 장소를 추천하는 플랫폼 업체와 협력하고 있고, 약속 장소를 이용하기 위한 결제까지 한번에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간소화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고자 한다. 약속 장소를 정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심, 원점을 잊지 않고자 한다.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IT동아: 스스로 모든 것을 제공할 수 있지만, 다른 서비스와 만나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아직 사진 촬영이 어색한 강귀선 대표, 이제 시작이라는 그를 응원한다 >
강 대표: 맞다. 우리도 그렇게 고민하고 있다. 비즈니스모델, 돈 버는 것을 너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희망사항이지만, 만약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메신저 단톡방에서 바로 약속 모임을 만들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윤민창의투자재단과 김기사랩에서 초기 투자를 받았는데, 비슷하게 조언한다. 서비스 사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연의 서비스를 더욱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위밋만의 경쟁력을 높이고, 위밋플레이스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약속 장소를 찾아 나가는 우리들의 노력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