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얇고 날렵함 속에 감춰진 최상급 게이밍 성능, 에이수스 허리케인 G21
[IT동아 남시현 기자] 데스크톱을 구매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직접 조립하는 것과 조립 업체를 통한 구매, 그리고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직접 조립하는 방법은 가격 대비 성능비가 가장 높지만 제품을 모두 개별 구매해야 하고, 문제 발생 시 각 부품별로 A/S를 진행해야 한다. 고성능으로 조립할수록 컴퓨터에 관한 지식도 풍부해야 한다.
컴퓨터 조립 업체를 통한 구매는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된다. 견적이 잘못되면 수정해주고, 조립 시 추가금을 지불하면 1년 정도는 조립업체에서 A/S를 진행해준다. 다만 기간이 지나면 직접 조립과 마찬가지로 부품별로 A/S를 신청해야 하고, 가격도 직접 조립보다 조금 더 비싸다.
직접 조립이 번거로운 건 사실이니, 기업 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던 완제품 데스크톱 제조사들이 게이밍 데스크톱을 내놓고 있다. 완제품 게이밍 데스크톱은 일반적으로는 구하기 어려운 특수한 부품이 투입되고, 케이스 맞춤형 메인보드와 그래픽 카드를 사용해 일반 데스크톱보다 발열 제어나 소음 억제 등의 완성도가 월등히 높다.
디자인 역시 사제 부품보다 훨씬 멋지고, 품질도 우수하다. A/S도 개별 부품이 아닌 데스크톱 전체에 적용되니 편리하다. 직접 조립보다 최대 30% 이상 비쌈에도 불구하고, 구매 수요가 있는 것도 바로 높은 완성도와 편리함 때문이다.
슬림 케이스와 하이엔드 급 성능의 조합, 에이수스(ASUS) ROG 허리케인 G21
2019년 2분기 이후, 개인 조립과 완제품 게이밍 데스크톱 시장 모두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2년 이상 출시를 미뤄오던 엔비디아(NVIDIA)의 보급형 그래픽 카드가 출시됐고, AMD 라데온(Radeon) 그래픽 카드도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인텔과 AMD 모두 새로운 CPU를 출시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조사들이 게이밍 데스크톱용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 게이밍 기어를 쏟아내니, 게이머 공화국(Republic of Gamers)으로 유명한 에이수스(ASUS)도 팔을 걷어붙이고 참전했다. 단종되었던 최상급 그래픽 카드 라인업, ROG 매트릭스(MATRIX)를 재출시하는가 하면, 궁극적인 성능의 게이밍 올인원 PC, ROG 마더십을 선보이기도 했다.
모든 게이밍 데스크톱 부품을 직접 제조하는 기업이라, 완제품 게이밍 데스크톱도 수준이 다르다. 슬림형(Low Profile, LP) 타입 케이스에 미들 타워 부품을 압축한 게이밍 데스크톱,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영문명 : Huracan) G21 KT003T(이하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 G21)가 그 주인공이다.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 G21은 인텔 9세대 코어 i7-9700K 프로세서를 탑재한다. 2018년 4분기 출시한 이 CPU는 코어 수 8개, 스레드 수 8개가 최대 4.9GHz로 동작하므로, 게임은 물론 영상 편집과 3D 렌더링 작업 같은 고 연산 작업도 가볍게 소화한다.
그래픽 카드는 엔비디아의 최신 게이밍 기술, 레이 트레이싱(게임용 실시간 광선 추적 기술, Ray Tracing)이 포함된 지포스 RTX 2080 8GB와 2070 8GB를 탑재한 모델 두 개로 나뉜다. 게이밍 성능은 현재까지 출시된 모든 게이밍 그래픽 카드 중, 위에서 4~5번 째에 있을 정도로 높으니, 왠웬만한 최신 게임도 4K 해상도 최고 옵션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데스크톱 부품은 성능이 높을수록 발열이 많다. 만약 발열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성능을 저하해 온도를 낮추는 스로틀링(Throttling) 상태에 빠지고, 심각하면 고온 보호회로가 강제로 전원을 차단한다. 게다가 케이스가 작을수록 발열을 해소할 부품을 넣을 공간도 줄어드니, 개인 조립으로는 슬림 케이스에 고성능 부품을 탑재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 G21은 그 무리수에 도전한 데스크톱이다. 약 15분에 걸쳐 CPU 및 GPU 가용량을 100%로 유지한 한 결과, CPU는 4.3GHz에서 78~80도, VGA는 100% 상태에서 73~75도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CPU 최대 속도가 4.9GHz이니, 성능이 소폭 감소하기는 했으나 슬림 케이스로 이 정도 성능을 확보한 것 자체가 대단한 결과다. 장시간 100% 가용량을 유지하는 작업이 아니라면, 높은 성능을 가감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 G21의 내부 구조는 발열 해소에 최적화돼있다. 개인이 조립하면 제조된 부품을 끼워 맞추는 게 전부지만, 제조사
차원에서 발열 해소에 최적화된 구조로 부품을 제작해 조립한 것이니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한다. CPU 및 전원부는 대형 히트파이프가 포함된
공랭식 쿨러가 사용되며, 그래픽 카드는 에이수스 터보 RTX2080-8G 모델이 탑재돼있다.
내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설계해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500GB NVMe M.2 SSD와 인텔 AC9560 무선랜카드는 교체할 수 있으며, 후면부에 장착된 1TB 3.5인치 HDD도 더 큰 용량으로 바꿔 끼울 수 있다. 메모리 슬롯도 2개여서 기본 16GB에 추가로 확장할 수 있고, 2.5인치 SSD도 총 2개 추가할 수 있다. 하나는 섀시를 열고 내부에 장착하며, 하나는 핫스왑 베이를 통해 상단 슬롯에 꽂아 넣으면 된다.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 내부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파워 서플라이를 AC 어댑터로 대체했다는 점. 2개의 20V/14A AC 어댑터를 사용하므로, 220V 플러그도 두 개가 필요하다. 파워 서플라이에 비해 불편하긴 하지만, 팬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전원 공급 장치가 외부로 빠져나간 덕분에 슬림한 외형을 적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납득이 간다.
내부 설계가 우수한 만큼, 외부 디자인 및 연결 단자도 완성도 높은 구성을 갖추고 있다. 전면 입력 단자는 위에서 아래로 USB C 규격 포트, 2개의 USB 3.1 2세대 포트, 오디오 및 마이크 포트, 그리고 CD롬이 마련돼있다.
후면은 메인보드 부분과 그래픽 카드 부분으로 각각 나뉜다. 메인보드 부분은 위에서 아래로 2개의 USB 3.1 2세대 포트, 4개의 USB 3.0 포트, 랜 포트, S/PDIF 광단자 오디오 포트, 마이크 및 오디오 포트, 2개의 전원 단자가 적용돼있다. 그래픽 카드 부분은 VR 기기용 USB C 규격 포트, DP 1.4 포트 2개, HDMI 2.0b 포트 1개가 장착돼있다.
게이밍 데스크톱으로는 최상급, 실제 성능은 어떨까?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 G21은 에이수스 터보 RTX2080-8G가 장착돼있다. 사실 벤치마크를 진행하지 않더라도 현재 출시된 모든 게임을 FHD 기반, 최상급 텍스쳐로 100프레임은 거뜬히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새로운 시각화 기술인 레이 트레이싱, 그리고 QHD(2,560x1,440)와 4K(3,840x2,160)까지 원활하게 플레이해야 만족하는 게이머를 위해 테스트를 진행한다.
게이밍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그래픽 성능을 수치화하는 프로그램, 3D 마크의 포트로열과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를 실행했다. 포트로열은 레이 트레이싱 성능을 테스트하는 도구며, 파이어 스프라이크 울트라는 그래픽 성능을 비교하는 데 쓰인다.
포트로열 테스트에서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 G21이 획득한 그래픽 점수는 6,205점. 파이어 스트라이크 울트라에서 6,005점을 획득했다. 공랭식 쿨러가 장착된 슬림 케이스임에도 개인이 조립한 완제품과 비교해 거의 성능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인데, 그만큼 조립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볼만한 대목이다.
높은 프레임이 중요한 FPS(1인칭 슈팅 게임) 게임 중에서도, 높은 컴퓨터 사양을 요구하는 콜 오브 듀티 : 블랙 옵스 4를 플레이한 예시다. 옵션은 자동으로 최고 성능이 선택됐으며, 4K 디스플레이를 연결해 4K 환경과 FHD 환경을 각각 테스트했다.
우선 4K 환경에서는 52~58프레임을 꾸준히 유지했다. 현재 출시된 4K 게이밍 모니터는 1초에 최대 60프레임까지만 표현할 수 있으니, 고해상도로도 끊김 없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FHD 환경은 160~180프레임을 오르내린다. 일부 옵션만 낮춰도 곧바로 240프레임을 넘어서니 240Hz 주사율을 갖춘 게이밍 모니터를 사용해도 매우 높은 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넘볼 수 없는 완성도로 무장한 게이밍 머신, 에이수스(ASUS) ROG 허리케인 G21
2019년 현재, 200만 원대로 게이밍 데스크톱을 조합하면 인텔 코어 i7-9700K 프로세서, 지포스 RTX 2080을 선택하는 비중이 매우 높을 것이다. 인텔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 조합을 선호하는 게이머가 많기 때문이다.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 G21에 적용된 하드웨어도 단순히 고성능 제품을 목표로 하기보단, 게이머가 갖고 싶을 만한 조합을 담은 결과다.
가격 대비 성능비는 어떨까? 동일 성능에 최저가 부품만 선택한다면 190만 원대로 조립할 수 있고, 업체를 통할 경우 210만 원대 견적이 나온다. 최고급 쿨러와 RGB LED 슬림 케이스 조건을 맞춰도 240~250만 원대 견적이 나온다. 하지만 직접 조립하면 스로틀링에 걸릴 위험이 매우 크다.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 G21 RTX 2080 모델의 가격은 300만 원대 초반이며, RTX 2070 모델은 270만 원대 후반이다. 동일 성능 대비 15~30%가량 비싸다. 하지만 전용 Z390 메인보드, 고성능 CPU 쿨러, 핫스왑 베이 같은 하드웨어가 탑재된 점, 윈도우 10 포함 및 2년 A/S를 포함하고, 슬림 케이스에 고성능을 안정적으로 실현했다는 것 자체가 메리트다.
직접 조립한 데스크톱으로는 구축할 수 없는 매력을 담은 에이수스 ROG 허리케인 G21. 데스크톱을 직접 조립하는 것보다 에이수스의 제조 완성도와 A/S를 믿는 사람. 그리고 에이수스 게이머 공화국 특유의 감성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접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글/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