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완전한 자유로움에 음질까지 더했다,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IT동아 이상우 기자] 블루투스 이어폰 형태는 정말 다양하다. 먼 과거에는 한 쪽 귀에 끼우는 모노 이어셋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넥밴드형, 백헤드형 등의 블루투스 이어폰은 물론, 오버이어 헤드폰 까지 블루투스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끄는 디자인은 완전 무선형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이러한 제품은 과거부터 존재했으며, 일부 음향기기 제조사를 통해 출시돼 왔다.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3.5mm 이어폰 단자가 없는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로, 이에 맞춰 다양한 제조사에서 완전 무선형 블루투스 이어폰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부피가 작은 만큼 배터리 지속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으며, 대형 유닛을 사용하기 어려운 만큼 음질 역시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저전력 블루투스 기술이나 저손실 압축 코덱 등을 바탕으로 성능을 개선한 제품이 주요 음향기기 제조사에서 출시되고 있다.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는 단순히 무선이라는 점에만 집중한 기존 제품과 달리, 음향기기 본연의 성능인 음질에도 충실한 제품이다. 우선 외형을 보면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세런된 느낌이 든다. 회색과 검은색의 무채색을 적용했으며, 케이스 표면 소재는 직물로 제작했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된 제품보다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이어폰 유닛 역시 은색과 검은색 등을 적용해 깔끔한 느낌이다.

큼직해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귀에 꼭 맞는 형태로 제작돼 착용하는 느낌이 좋다. 다양한 크기의 이어팁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크기를 골라 사용하면 된다. 유닛 본체는 둥그스름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어팁을 귀에 꽂은 뒤 본체를 귓바퀴쪽으로 조금 돌려 고정시키면 귀에서 쉽게 빠지지 않는다. 머리를 세게 흔들어도 귓바퀴에 잘 고정돼 있기 때문에 조깅 처럼 가벼운 운동을 할 때 착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IPX4 정도의 가벼운 생활 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운동 중 땀이 흐르더라도 큰 걱정 없이 이어폰을 착용할 수 있다.

케이스에서 오른쪽 유닛을 빼면 전원이 켜지며 블루투스에 연결할 수 있다. 이를 귀에 꽂으면 전원이 켜졌는지, 스마트폰과 연결됐는지 등의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해준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한 번 연결한 이후에는 케이스에서 꺼내기만 해도 자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별도로 이어폰의 전원을 켜거나 끄는 과정 없이 바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모든 조작은 유닛을 직접 터치해 할 수 있다. 착용한 상태에서 오른쪽 유닛을 한 번 터치하면 구글 어시스턴드 등의 음성 인식 서비스를 직접 호출할 수 있고, 빠르게 두 번 터치하면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트랜스페어런트 히어링'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다.

왼쪽 유닛을 터치하면 음악 재상과 관련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한 번 터치하면 재생/일시정지, 두 번 터치하면 다음곡, 세 번 터치하면 이전곡으로 넘어간다. 음량 조절 역시 가능하다. 오른쪽 유닛을 길게 누르면 음량을 높일 수 있고, 왼쪽 유닛을 길게 누르면 음량을 낮출 수 있다. 이 밖에도 귀에서 한 쪽 유닛을 빼면 현재 재생 중인 음악이 일시적으로 멈추며, 다시 꽂으면 재생된다. 두 유닛이 서로 거리를 인식해 일정거리 이상 벗어날 경우 음악 재생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듯하다.

트랜스페어런트 히어링 기능을 켜면 이어폰을 착용한 상태에서도 마이크를 이용해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지하철 같은 대중 교통을 이용할 때는 물론, 음악을 들으며 골목길을 걸을 때도 이 기능이 유용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 기능을 켜면 정차역을 알려주는 안내 음성을 바로 들을 수 있고, 골목길에서는 뒤에서 오는 차량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나름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한강 둔치에서 운동을 할 때도 이 기능을 켜고 음악을 들으면 위험한 상황을 바로 인지할 수 있어 유용하다.

기본 설정 시에는 이 기능을 켰을 때 음악이 멈추지만, 전용 앱을 이용해 설정을 바꾸면 음악을 듣는 중에도 외부 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변 소리보다 음악 소리가 크면 이 기능을 켜더라도 주변 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렵다.

전용 앱인 젠하이저 스마트 컨트롤에서는 이 밖에도 이퀄라이저 설정이나 작동과 관련한 기타 설정을 할 수 있다. 앞서 한 쪽 유닛을 뺄 경우 음악이 멈춘다고 설명했지만, 전용 앱에서는 이 기능을 끄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음성 비서 호출 기능을 끄거나, 자동으로 전화를 받도록 설정하는 등의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이퀄라이저는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 음역대의 소리를 각각 설정하는 그래픽 이퀄라이저를 사용하지만, 젠하이저 스마트 컨트롤 앱은 그래프 모양의 아주 직관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가운데 있는 둥근 버튼을 상하좌우로 옮겨서 고음역(트레블)이나 저음역(베이스)을 쉽게 높이고 낮출 수 있다.

음질은 아주 만족스럽다. 블루투스 이어폰이 음질이 낮은 것은 이미 먼 옛날의 일이다. 블루투스 5.0 같은 무선 전송 기술과 함께 aptX 같은 코덱을 통해 블루투스로도 고해상도 음원을 거의 손실 없이 재생 가능하다.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역시 aptX나 aptX LL(저지연) 코덱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과 연결할 경우 CD급 음질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는 기본적으로 저음역에 강한 이어폰이다. 첼로나 콘트라베이스 혹은 거문고 등의 악기로 연주한 음악을 들으면 묵직한 소리를 깊이감 있게 들려주기 때문에 웅장한 느낌이 든다. 음원의 종류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DTS X 3D 같은 음장기술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라면 이 기능을 함께 켜서 저음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처음 들으면 저음역의 매력 때문에 고음역이 상대적으로 묻히는 느낌이지만, 귀가 소리에 익숙해지면 고음역 역시 제대로 들린다. 보컬은 물론, 바이올린 처럼 높은 음역의 악기 소리도 아주 깔끔하게 들려주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무손실 음원을 전송하는 aptX HD 코덱을 지원하지 않아, 제품 가격과 비교하면 조금 아쉬움이 든다.

각 이어폰 유닛에는 왼쪽과 오른쪽을 표시하는 문구가 있으며, 케이스에 보관할 때도 자석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잘못 충전할 걱정은 없다. 기본 작동 시간은 4시간이며, 케이스에도 내장 배터리가 있어 휴대 중에도 이어폰 유닛을 충전할 수 있다. 케이스에는 총 8시간 분량의 배터리를 내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최대 12시간 까지 사용 가능하다. 음악을 듣지 않을 때는 케이스에 넣어 보관하면서 동시에 충전도 가능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 배터리가 떨어질 걱정은 덜 수 있다. 다만, 케이스가 완전히 방전되고 이어폰 유닛에만 배터리가 남아있을 경우 유닛을 케이스에 넣었을 때 전원이 꺼지지 않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는 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 연결을 직접 끊어야 할 듯하다.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는 선이 없는 완전한 자유로움과 함께 음질이라는 본연의 성능까지 충실한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처음 착용했을 때 걱정과 달리 귀에서도 잘 빠지지 않으며, 선이 없는 만큼 몸이나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가벼운 운동 중 음악을 듣는 데도 어울린다. 비록 캐주얼하게 구매할 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고음질 완전 무선형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는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겠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