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데이터로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
[IT동아]
필자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징크스는 세차를 하는 다음 날이면 꼭 비가 내린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날씨가 화창해서 세차를 했는데, 다음 날이면 어느새 빗방울이 떨어져 세차를 한 보람이 없어지곤 했다. 그래도 스마트폰의 날씨 앱을 통해 일주일 간의 예상 날씨를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이 징크스를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날씨 앱을 통해 매일 아침 날씨를 확인하는 것은 세차할 때 뿐만 아니라 이젠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이 되었다. 비가 온다고 하면 우산을 챙기고, 미세먼지가 많다고 하면 마스크를 챙긴다.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출장지 날씨를 미리 확인해서 적절한 옷을 준비한다. 이렇게 스마트폰 앱으로 간편히 얻을 수 있게 된 정보는 필자와 같은 개인에게도 중요하게 챙겨야 하는 데이터가 된 것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날씨 정보가 이렇게 중요할 진대, 기업 비즈니스에서 날씨 정보는 손익을 가늠하는 중요한 데이터가 아닐 수 없다. 이에, 기상 산업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세계 기상 산업 시장은 2012년 15조 원에서 2015년 19조 원을 거쳐, 2020년에는 26조 원 이상으로 예상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상 산업 시장도 2017년 기준 4,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이 기상 데이터와 결합되면서 기상 예측이 더욱 정교화되자, 항공, 제조, 유통, 에너지, 물류, 농업, 심지어는 스포츠 분야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기상 정보를 경영 활동에 사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국내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아시아나 항공은 2014년 6월 기상 업무 전담 조직인 기상 그룹을 출범시켜, 고도화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최신화된 기상정보를 운항 승무원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IBM의 기상정보 전문기업인 '웨더 컴퍼니'의 시스템을 활용해, 항공기 안전운항에 영향을 미치는 뇌우(낙뢰), 난기류, 강풍, 태풍, 화산재 등 위험기상을 사전에 예측하고 있다.
승무원들은 아이패드로 최신 기상 정보를 받아서 악기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웨더 컴퍼니의 전문 항공 예보 인력과 협업해 맞춤형 기상 예보를 발부하고, 이를 기반으로 위험 기상을 상세히 분석함으로써 아시아나 항공의 안전 운항 달성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나 외에도 웨더 컴퍼니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국내 항공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에너지NB파워 발전회사는 혹한의 겨울에도 전기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과거 날씨 데이터를 분석해 폭설 예상 지역을 선별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안내하거나 복구 요원을 사전에 배치하는 등 선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폭설로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가구의 90% 이상을 단 24시간 내 복구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1일~3일 내 정전이 발생할 지역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그 정확도가 80% 이상이다.
러시아 화물 항공사인 볼가 드네포르 항공도 전세계 항공기의 운항 데이터, 날씨, 공항의 활주로 및 창고 상황 등의 정보를 확인해, 화물을 적시에 배송할 수 있는 최적의 항로를 파악하고, 항공기의 연료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특정 공항의 활주로 상황이 번잡하면 인접 공항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통해 시간도 절약하고 있다.
기상 정보는 0.01초로 승부가 갈리는 스포츠 경기에서도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쉐보레 레이싱 팀은 세계 3대 자동차 경주 대회인 나스카에서 IBM 및 웨더 컴퍼니가 분석하는 기상 데이터 기반으로 600마일 이상 주행하는 레이싱 전략을 수립해 2018년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쉐보레 팀은 비가 언제 얼만큼 내릴 지를 정확히 예측해, 주행 방법, 타이어 교체 시기, 피트인 시점 등을 결정하거나, 공기의 온도에 따른 엔진 성능, 구름 정도에 따른 주행 능력, 공기 밀도에 따른 차량의 공기 역학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경기 전략에 활용했다.
이처럼 기상 정보는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재난에 대비하거나, 비용을 절감하거나, 스포츠 경기에서 극한의 성적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등 비즈니스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이제 6월은 장마와 태풍이 시작되는 시기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보다 정확하게 예측되고, 다양한 정보와 결합되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기상 정보를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데 활용하려는 혜안이 필요한 때다.
글 / 한국IBM 클라우드 코그너티브 소프트웨어 총괄 김종훈 전무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