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게이머 친화적인 게이밍 노트북, ROG STRIX G531G
[IT동아 이상우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트북 성능이 데스크톱보다 낮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실제로 노트북은 부피를 줄이고 전력 소모를 낮추기 위해 발열이 적은 저전력 프로세서나 그래픽 카드를 탑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노트북의 냉각 성능이 향상된 것은 물론, 발열을 줄이면서도 성능을 높이는 기술도 개발되면서 작은 부피에도 데스크톱과 동일한 성능을 갖춘 노트북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오늘 소개할 ROG STRIX G531G(이하 G531G) 역시 이러한 맥락의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이다.
G531G는 모델에 따라 데스크톱과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내는 게이밍 노트북이다. 우선 프로세서는 최근 공개된 노트북융 9세대 코어 i9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노트북용 9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가장 큰 특징은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데스크톱 수준의 처리 속도를 낼 수 있는 점이다. 실제로 i9-9880H의 최대 작동 속도는 4.8GHz로, 데스크톱용 프로세서인 i9-9900과 비교해 0.2GHz 낮은 수준이다. 또한, 냉각을 위해 필요한 전력은 45W로, 데스크톱 프로세서와 비교해 20W 낮은 만큼, 배터리 지속시간을 조금 더 늘려준다.
이 밖에도 그래픽 카드는 데스크톱용과 동일한 성능의 사양을 갖춘 RTX 2070이며 이를 통해 대부분의 고사양 게임을 속도 저하 없이 실행할 수 있다. 메모리는 32GB 대용량 메모리를 통해 다중 작업 시 부하가 적어 게임 실행 시 꾸준한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포토샵 등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서 빠른 처리 속도를 낼 수 있다. 저장장치는 기존 SATA 방식 SSD보다 전송 속도가 더 빠른 NVMe SSD를 장착해 PC 게임 실행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지역으로 진입할 때 로딩 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
모니터 역시 마음에 든다. 최근 오버워치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슈팅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고주사율 모니터가 활성화 됐다. G531G는 노트북의 기본 모니터를 24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모니터로 장착했다. 주사율이란 1초 동안 그래픽 카드로부터 받은 정보를 화면에 얼마나 많이 표시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일반적으로 초당 60번을 표시하는 60Hz 모니터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PC는 게임을 실행할 때 그래픽 카드나 프로세서 등 주요 부품의 성능에 따라 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생성해 모니터로 보내기도 한다. 만약 60Hz 모니터가 자신이 내보낼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는 정보를 받게 된다면 일부 정보를 생략하고 다음 정보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화면이 가로로 찢어져서 보이는 '티어링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장착한 PC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G531G에 탑재된 모니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240Hz로, 일반 모니터보다 4배나 많은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 이 덕분에 고성능 그래픽 카드가 만들어낸 모든 정보를 놓치지 않고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화면을 빠르게 움직이는 FPS 장르에 더 유리하다. 마우스를 좌우로 움직이며 적을 찾아 조준할 때도 모든 장면을 매끄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적을 놓치지 않고 사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외형에 관해 얘기해보자. 필자가 이 제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모니터와 본체를 연결하는 힌지다. 문 경첩 처럼 생긴 일반 노트북 힌지와 달리, 고리 모양으로 된 힌지를 채택했다. 화면을 닫으면 고리모양 힌지가 본체 안으로 들어가고, 화면을 열 때는 밖으로 나오면서 일반 노트북보다 모니터 위치가 조금 더 높다. 사실 대부분의 노트북이 키보드 바로 위에 모니터가 붙어있는 형태로 제작돼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노트북을 비스듬하게 기울여주는 노트북 받침대나 쿨링 패드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이와 달리 G531G는 기본적으로 모니터가 조금 더 높게 장착돼 있으며, 여기에 받침대를 사용할 경우 고개를 숙이지 않고 편한 자세로 장시간 게임을 할 수 있다.
입출력 인터페이스 역시 게이밍 노트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노트북은 측면에 전원, 디스플레이 출력 단자 등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키보드나 마우스, USB 메모리 등 USB 저장장치를 장착하면 노트북 측면이 상당히 지저분하게 보인다. G531G의 경우 주요 단자 중 상대적으로 탈착이 적은 단자를 모두 뒷면으로 보냈다. 전원, HDMI, RJ45(유선 랜) 등 케이블이 필요한 단자를 뒷면에 뒀기 때문에 노트북을 책상에 뒀을 때 더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블루투스 혹은 동글을 사용하는 무선 마우스만 있다면 노트북 사용 시 눈 앞에 보이는 케이블을 모두 제거할 수도 있다.
키보드 상단에 있는 버튼을 보면 게이머 친화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상단에는 팬 속도를 조절해 상황에 따른 냉각 성능을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나, 성능 설정 소프트웨어를 즉시 불러올 수 있는 버튼, 음량 조절 버튼 등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버튼을 기능 키(Fn)와 조합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게임 중에는 기능 키를 별도로 찾기 번거로울 때도 많다. 이 때문에 음량을 조절하거나 마이크를 켜고 끄는 등 게임 중 필요한 조작은 물론, 고사양 게임을 구동할 때 냉각 성능을 높이는 등의 조작을 번거로움 없이 바로 할 수 있다.
본체 측면에는 기존 노트북에서는 볼 수 없었던 'ROG 키스톤'이라는 장치가 있다. 이 장치는 별도로 휴대 가능한 일종의 하드웨어 인증서로, 자신이 사전에 설정해둔 성능 설정과 노트북에 있는 비밀 데이터를 불러올 수 있는 장치다. 장치를 삽입하면 이전에 설정했던 성능 설정을 직접 불러올 수 있으며, 이 키를 삽입한 상태에서만 열 수 있는 숨겨진 폴더도 존재한다. 자석으로 가볍게 고정되기 때문에 탈착이 쉬우며, 휴대 시에는 전용 고리에 끼워 가지고 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G531G는 휴대할 수 있는 게이밍 노트북으로서는 최고의 성능을 내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구동할 경우 그래픽 설정에서 주요 설정만 가장 높은 '울트라'로 두고, 게임에 불필요한 설정을 '낮음'으로 둘 경우 초당 180 프레임을 유지한다. 이러한 성능을 240Hz 모니터와 함께 사용한다면 '치킨'을 먹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고사양 PC 게임인 '몬스터 헌터: 월드'의 경우 모든 설정을 높음으로 맞췄을 때는 초당 100프레임 내외, 최고 높음에서는 75프레임 내외로 표시된다. 고주사율 모니터의 장점을 최대로 느끼고 싶다면 설정을 중간 정도로 맞추면 되고, 화려하고 사실감 높은 그래픽을 느끼고 싶다면 최고 높음으로 설정하면 되겠다.
물론 가격 역시 성능과 어울린다. 국내에는 아직 유통 가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들어간 부품을 봤을 때 필자가 사용한 모델은 190만 원대 후반에서 200만 원대 초반 사이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성능의 데스크톱 본체와 비교한다면 조금 비싸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240Hz 고주사율 모니터가 기본 포함돼 있는 것은 물론, 데스크톱+모니터와 달리 직접 휴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좋아하는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출장이 잦아 외부에서도 고성능 소프트웨어를 구동해야 하는 사용자 등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제품이 되리라 생각한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