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상공개] EOS R에 여친렌즈가 합류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렌즈 활용에 제약은 없지만 은근히 각 초점거리마다 활용처가 존재한다. 예로 광각은 풍경, 전천후로 쓰는 표준, 스포츠(인물)와 조류 등에는 망원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아무 렌즈를 가져다 줘도 탁월한 센스가 있다면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그러나 수학 공식처럼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활용하게 되는 것들이 종종 존재한다.
85mm 렌즈도 아마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준망원이라고 해도 되는 초점거리에 적절한 화각(약 30도 전후)은 왜곡이 적기 때문에 인물 사진으로 적합한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밝은 조리개를 갖춘 렌즈라면 배경 날림도 잘 표현되어서 보여주기에 좋다. 35~50mm 정도가 카페 렌즈(카페 테이블에 마주 앉았을 때 상반신이 최적으로 표현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라면 85mm는 야외에서 인물의 상반신 혹은 전신을 담기에 알맞은 형태를 취한다.
이런 장점을 갖고 있는 렌즈가 드디어 EOS R에 합류했다. 정확히는 캐논 풀프레임(35mm 필름 면적에 준하는 센서) 플랫폼인 RF 마운트 라인업에 합류했다는 것이 맞겠다. 바로 RF85mm F1.2 L USM이 그것. 이름대로 85mm 초점거리와 f/1.2의 조리개를 가진 고급 렌즈다.
지금까지 캐논 RF 마운트 렌즈는 많지 않았다. 24-105mm(f/4), 28-70mm(f/2) 등 줌렌즈 2가지와 35mm 매크로(f/1.8), 50mm(f/1.2) 등 단렌즈 2가지가 있었다. 여기에 85mm가 합류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굳이 어댑터를 쓰거나, 최대개방 f/4에서 85mm 영역을 쓸 필요 없이 렌즈 하나로 얕은 심도와 화질을 누릴 수 있다. f/1.2 렌즈를 생산하는 브랜드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렌즈가 갖는 상품성은 매우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논은 새로운 디지털 이미징 시대를 적극 반영해 렌즈를 설계했다. 9군 13매 구성의 렌즈 안에는 BR(Blue spectrum Refractive) 렌즈와 UD(Ultra-low Dispersion) 렌즈를 추가한 것은 물론 연삭 구면 렌즈와 공기 구면 코팅(ASC – Air Sphere Coating) 등 최신 광학 기술을 모두 접목했다.
BR 렌즈는 청색광을 굴절시키는 역할을 한다. 짧은 파장을 가진 청색 영역을 크게 굴절시키기 위해 렌즈 안에 별도의 광학 소자를 첨가한 형태. 이를 적용하면 모든 빛 파장을 하나의 점에 집광할 수 있다. 색수차를 억제해 최대 조리개에서도 높은 묘사가 가능하게 된다. UD 렌즈는 초저분산 렌즈를 의미하는데, 빛이 렌즈를 통과하면서 생기는 산란 현상을 막아 색수차를 억제하게 된다.
여러 광학 기술을 도입한 것은 렌즈의 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지름 82mm에 달하는 대구경 렌즈이기 때문에 밝은 조리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성능을 제대로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이를 여러 기술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캐논은 85mm 렌즈의 합류로 활용성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광각과 초망원 영역 라인업이 부족하지만 하나 둘 해결될 것이다. 문제는 가격인데 비슷한 사양을 가진 50mm F1.2 L USM이 279만 원에 달하니 이 렌즈도 비슷하거나 더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친 렌즈라고 하기에는 가혹하지 않은가.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